낯선 손님과 2주, 어색하고 짧았던 소중한 그 시간
상태바
낯선 손님과 2주, 어색하고 짧았던 소중한 그 시간
  • 서영원
  • 승인 2018.05.03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51화 - 서영원 / 작전초등학교 교사




교육실습생. 흔히 줄여서 ‘교생’이라고 한다. 거기에 선생님을 붙여서 교생선생님이라고 칭하는 그들을 교직생활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우리 반에 들이게 됐다. 나도 처음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도 모두 초등학교 생활 6년 만에 교생선생님은 처음 만나본 아이들이었다.

4월 16일 월요일. 이제 막 2학년이 된 경인교육대학교 2학년 학생이자 선생님이 될 두 분이 우리 반에 처음으로 들어왔다. 그 어색한 분위기. 뭔가 미묘한 어색함이 우리 반 안에서 두 분의 자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만 같은 그 묘한 기류. 대학 다니면서 처음으로 현장에 나온 두 분이 어색한건 당연히 이해가 갔다. 지도교사로서 나는 미래의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현재의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은연중에 깔려 있었으니 그 때문에 어색했으리라 스스로 짐작도 갔다.

근데 애들은 왜?

평소 엄청 수다스럽고, 별 부끄럼 없고, 싹싹하게 누구에게나 말 잘 거는 우리 반 애들인데, 평소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고 이상하다. 담임 따라서 어색해져 버린 건가?
‘하긴, 이 녀석들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니 어색할 만도 하겠지.’ 싶었는데, 꽤 긴 시간을 데면데면하게 구는 것을 보며 내가 알던 우리 반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맞이한 4월 23일 월요일. 애들이 조금 달라져 있다. 교생선생님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하고, 말도 걸고, 같이 놀자 고도 하고, 평소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있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두 분의 교생선생님들의 노력이 컸다고 본다. 매일 사진을 보면서 반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있다. 직접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참관만 하기 때문에 아이들 이름 외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해내고야 마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처음에 쭈뼛쭈뼛하던 애들도 조금씩 다가가 보더니 두 분이 편안하게 대해주는 걸 보고는 용기를 내어 더 다가가면서 그 결실이 1주일이 지나서야 맺어지나 보다 했다.

그런데 어쩌나! 경인교대 2학년 학생들의 참관실습은 2주 밖에 안 된다. 1주일 다가가고, 1주일째 드디어 친해져 보고 있는데 이제 끝이 나는 것이다. 정해진 이별이니 어찌할 것인가, 아쉽지만 이제 보내드려야지. 처음이고, 너무 정들고 하면 떠나는 분들에 대해 애들이 너무 아쉬워할 것 같아서 ‘조금 친해지고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스스로 위안도 삼아 본다.

드디어 4월 20일 금요일. 헤어지는 날. 처음 인사했던 것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모두가 한 마디씩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씩씩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데, 여기저기서 몇몇 아이들의 눈이 빨개진다. 교생 선생님 중 한 분이 인사를 시작하려는데 눈물이 입을 막아서 인사를 못하고 다시 앉으신다. 눈물도 하품처럼 전염성이 강하다. 참고 있던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진다.

‘어? 이 정도로 슬픈가? 겨우 2주인데? 서먹서먹하다가 친해진 건 고작 1주일도 안 된 거 같은데?’
한참을 울던 교생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를 선물로 교환하고 나서야 분위기가 추슬러지고 다시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계속 울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제야 퍼뜩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건 시간이 아니라 진심이구나. 경계가 허물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들었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데도 꼭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

계속되는 강연에, 참관에 피곤할 텐데도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애들이랑 같이 놀아주고,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해주는 교생선생님들의 진심에 마음이 통한 거였나 보다.
지도교사라는 명목으로 있었지만 두 분의 태도를 보며 지도보단 배움을 얻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난 얼마나 애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 했었던가 비교도 되어 부끄러웠다.
‘스스로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교생선생님들 덕에 한결 좋아진 반 분위기, 조금은 더 성장한 우리 반 애들과 더 마음 통하며 지내야겠다.’ 마음먹으려는데, 아뿔싸!

한 달 뒤에 또 교생선생님이 오신다. 이번엔 4학년. 그것도 4주 동안이나!
지금은 허전하게 비어있는 교생선생님의 자리가 한 달 뒤엔 4주 동안이나 꽉 차 있을 것이다. 수업을 공개하고, 그 분들과 끊임없이 이런저런 토의, 토론을 해야 하는 내겐 부담스런 4주가 다시 시작되겠지만, 애들에겐 또 한 번 마음이 통하는 좋은 선생님들을 새로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전초 6학년 1반의 6월은 청포도 대신 서로에 대한 마음이 또 한 번 무르익어 가는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