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을 잘못하면 시민들이 생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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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을 잘못하면 시민들이 생고생'
  • 김도연
  • 승인 2010.01.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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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무사안일·주먹구구식 행정 여전하다

 
 행정을 잘못하면 시민들이 생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공복(公僕)이라면 행정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빈둥빈둥 놀면서 시민 세금만 축내는 이들도 많다. 행정 오류나 판단 실수 등으로 인해 예산은 줄줄 새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에 만연된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 등은 여전하고,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고통을 당하거나 말거나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행정은 결국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건 뭐? 
 
 행정이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을 말한다. 행정은 크게는 한 나라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광역시·도의 행정은 광역자치단체의 시·도민을 대상으로 하고,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은 군·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행정을 사회목적성으로 구분하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위해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질서행정, 적극적으로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국민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민생활을 규제·정서·유도하는 복리행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결국 행정의 최종적인 결과는 질서와 복리의 수행 및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또 행정은 사회목적성의 범주에서 시민들이 낸 세금을 예산이란 틀 안에서 사용함으로써 시민들을 위한 질서와 복리를 구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이 잘못되거나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고 늦어지게 되면, 그로 인해 나타나는 크고 작은 피해나 손해 등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가깝게는 군·구의 일선 행정이 각 군·구지역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넓게는 광역시·도의 행정은 시·도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행정을 잘못하면 흔히 말하는, 시민들이 낸 '피 같은 세금'이 잘못 쓰이는 셈이다.

 그러므로 크게는 국가적 행정에서부터 작게는 기초자치단체의 모든 행정이 시민의 입장에서 펼쳐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은 매년 일정부분 시민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소위 행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직사회 내에서 단체장의 독단적인 행정 추진, 주먹구구식 행정,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 때문이다.

 독단적인 행정은 혈세 낭비로 이어져

인천시의 행정은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행정 업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해당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윗선의 압력'이 작용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세계도시축전이라는 커다란 행사가 치러졌다. 8월부터 10월까지 100일 동안 벌어진 도시축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사로, 기획 초기단계부터 '무리수'를 두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마무리가 된 지금 시점에서도 치르지 말아야 할 행사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시축전은 단체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강행했다는 여론이 높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시축전조직위원회는 도시축전에 대해 도시 이미지 향상,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활성화, 시민 자긍심 고취 등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했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치적 이벤트', '정체성 없는 잡탕행사' 등으로 악평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정치적 이벤트'로 꼽는 데에는 도시축전이 단체장의 독단적인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도시축전은 시행정을 펼치는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릴 정도로 불확실한 행사였다. 일부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행사 추진 불가론까지 대두됐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도시축전은 단체장의 의지로 강행됐고, 1천40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이 들어갔다. '정치적 이벤트'로까지 폄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직사회라는 범위에서 단체장의 밀어붙이기식 지시를 내부 공직자들이 뒤엎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체장의 독단적 행보는 위험소지가 높은 행정이라도 모든 공직자가 나서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먹구구, 복지부동, 무사안일

동북아의 허브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 엠블렘.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주먹구구식 행정과 복지부동, 무사안일이다.

 행정을 펼칠 때 민의를 좀 더 깊이 있고 자세하게 검토하고 업무 추진 과정에서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시민들의 편의와 공익을 바탕에 두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의 결과는 곧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나타난다. 최근 동인천 역세권을 주변으로 한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이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은 그런 결과의 산물 가운데 하나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혔고, 나중에야 민의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까지 거친 것을 볼 때 해당 사업은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의 표본임이 드러난다.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복지부동'이란 단어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사전적 의미는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주어진 일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몸을 사림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 말해 공직사회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사업을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이전의 비슷한 사업들을 모델로 삼아 해당 사업에 그대로 반영해 쉽게 가고자 하는 행위이다.

 또 행정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나 다른 전문가 집단에서 충분히 가능한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여론을 반영하기보다는 기존 틀에서 쉽게 가고자 하는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인천시 감사부서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발생된다. 민원으로 해당 업무 등을 조사할 때 처리 방법이 A, B, C 등 여러 가지 존재한다면,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부서에 방법 검토를 적극 권유한다. 또 민원인이 요구하는 게 현재 법적인 테두리에서 반영을 하기 어렵거나 모호할 경우에는 해당 부서를 통해 상급기관에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법 개정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도록 권고한다. 모든 행정 업무의 결과는 시민들의 복리 증진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는 강제력이 없어 해당 부서와 담당자 등이 적극 반영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천시 감사부서에서는 최근 민원처리기간을 넘긴 사례가 발생해 해당 부서와 담당자에 대해 조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적한 무사안일의 한 예이다.

 대부분의 행정은 처리 과정에서 정해진 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민원 업무의 경우 일정 기간 안에 처리를 해서 그 결과를 해당 민원인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시 감사부서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면 한 부서에서 민원 사항에 대해 처리 기간을 넘겨버렸다. 업무량이 많아 깜박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민원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실수이다.

 공직자들의 이러한 주먹구구, 복지부동, 무사안일 태도에 대해서는 공직자들 내부에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월 21일 행정안전부는 무사안일, 복지부동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거나 민원처리 지연으로 주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 등을 포함해 해이한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여전히 공직사회 내부에는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팽배하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외부적인 강제보다는 자체적인 정화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지금은 공직사회에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한 태도가 확연히 준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자체 감사 기구 등의 강화한 활동으로 정화한다면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감사부서 관계자 역시 "공직생활을 20여년 하는 동안 시대 변화에 따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준 것을 느낀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에서는 그러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자체 정화활동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의 수렴 강화가 필요하다

인천시 행정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 벌여야 한다.

 이러한 공직사회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또다른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하대학교 정일섭 행정학과 교수는 "각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포함돼 있는 각종 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시민공청회 등의 민의 수렴 과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보다 더 적극적인 장치로는 시민공청회가 운영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 모아진 의견이 행정 업무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드러난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행정을 추진하는 과정에 필요한 요식행위 정도로만 치부되는 일도 허다한 형편이다. 각종 위원회의 경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위원들이 주어진 기간 내에 검토·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다.

 실제로 한 위원회에 소속된 한 위원에게 1~2일 만에 검토해 달라고 전달된 서류 뭉치는 A4 용지로 300~400매에 이를 만큼 많았다.

 위원회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위원들은 현직 교수나 법조인 등 사회생활을 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자기 업무 이외의 시간에 해당 위원회 일을 봐야 하는 형편이라, 과중한 위원회 업무는 부담이 된다. 결국 심도 있는 검토 의견을 낼 처지가 못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천시에는 2천500여 명의 위원들이 참여하는 144개의 위원회가 있지만, 2009년 한 해 동안 43개 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대부분의 위원회 역시 1~3회 개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의 상당수는 분쟁조정위원회, 장애인복지위원회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위원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활동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각종 개발이나 예산 반영 등의 행정 행위에서 요구되는 시민공청회라는 주민 의견 수렴 과정도 대부분 '절차상'이라는 이유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게 아닌 행위 자체로만 여겨진다.

 정일섭 교수는 "각종 위원회나 공청회 등이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행정행위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행정은 인천시민 전체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모든 행정을 펼칠 때에는 시민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처리하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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