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은 캠프 출신 '점령군 인사'부터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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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은 캠프 출신 '점령군 인사'부터 없어야
  • 윤현위
  • 승인 2018.06.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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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지도의 대부분을 파란색으로 칠한 선거였다. 과거 대부분의 지방선거가 그랬듯이 이슈가 없고 정책도 없었던 선거였지만 역대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늘 심판해 달라고 외쳤지만 제대로 심판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 선거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민주당이 여당이 됐을 때 야당을 심판하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례적으로 수도권에서 모두 이겼다. 서울의 박원순 시장은 탄탄대로를 가게 됐고 탄탄대로만을 걷던 수원의 디펜딩 챔피온 남경필 지사는 졌다. 이재명 당선자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네거티브나 사생활의 영역은 더 이상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흑색선전전으로 갔다면 남경필 전 도지사도 그렇게 자유롭지만은 않다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경남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장 박빙이었고 가장 늦게까지 접전을 벌인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노후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현 대통령의 복심과 거창군수부터 총리 후보자까지 물망에 올랐던 경남의 실력자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최근 들어 부산이 광역화되면서 부산의 주변부인 김해와 양산이 성장했는데 김경수 당선자는 경남의 30만 이상 도시에서는 모두 이기고 농촌적 성격이 강한 지역에서는 상당수는 졌다. 추후에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우리 동네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부채만 키워온 인천은 국회의원이었던 박남춘 후보가 당선됐다. 박남춘 당선자는 남동구에서 국회의원 시절부터 좋은 이미지를 다져온데다 정치인으로선 드물에 자신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크게 사고를 친 경우가 없었다는 캐릭터가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 듯해 보인다. 남동구는 인천에서도 넓고 인구 밀집지역인데다가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와서 유정복 후보가 갖고 있는 인천 출신이라는 점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

전국 방송에서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사자성어가 된 ‘이부망천’발언으로 인해서 비교적 접전 없이 초반에 잠깐 뒤진 것을 제외하면 쉬운 경기를 펼쳤다. 더군다나 유정복 후보는 4년 전 공보와는 달리 박근혜의 흔적을 열심히 지웠지만 사람들의 기억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부산에서도 친박이었던 서병수 전시장이 낙마한 것처럼 시장직에서 내려오는게 맞다.
 
시장을 비롯한 당선자들은 인천을 다시 이끌어가야 한다. 인천은 많은 도시문제를 안고 있고 이번 선거에서 나온 대부분의 공약은 이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디. 박남춘 당선자 이외에도 많은 후보자들이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공약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적을 내기 위해서 시정을 자신들만의 리그로 만들거나 무리한 사업들을 추진해서는 안되겠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거캠프에서 활약했던 인물이 공직에 들어가는 건 많이 봐왔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시장도 많은 지방공무원과 산하 기관의 장들을 임명할 수 있다. 그 아래로 딸려 오는 식구들이 제법 많다. 특정 학교, 특정 라인에서 점령군처럼 인천으로 내려오면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일도 잘 될 리 없다.
 
당선자는 일자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공공부분에서 일자리 자체를 새롭게 만들 수 없다는 건 사람들도 모두 이해한다.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평GM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 선거에는 다들 써먹었지만 사실 GM과 한국 정부측이 협상을 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하면 지방정부 인사들은 앉을 자리도 없지 않은가. GM과 관련된 업체들 그리고 노후한 산단관리가 우선이다.
 
이것 말고도 원도심의 도시재생, 월미도, 그리고 재개발의 문제 등등 해결해야할 일들이 매우 많다. 4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이 중에서 재임 기간 중에서 아예 시작도 못할 일들도 많다. 애인광장이라던지 다분히 정권지향성이 엿보인 이름이었던 ‘인천개항장 창조도시’와 같은 일들은 더 이상 벌이면 안된다.






원도심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자꾸 뭘 세우고 만들어선 안되겠다. 이건 새로 당선된 중·동·남구 구청장들에게도 호소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 동안 시장을 포함한 지방정부의 장들은 재개발을 하다하다 안되니 뉴스테이를 끌어와 추진시켰고 근거도 없는 건물들을 만들어서 역사적인 장소에 인위적인 역사를 덧칠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남구는 구 이름을 변경했다. 앞으론 이런 일들을 다시 해서는 안된다.
 
해결할 수 있는 일부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 이번 선거에서 인천엔 특히나 철도에 관한 공약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경전철이든 지하철이든 인천 단독으로는 쉽게 할 수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무리하고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

또한 구청장 급에서는 사실 철도에 관한 공약은 하지 말았어야 하고 임기중에도 검토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천의 자치구는 다른 지역 도시만큼 인구수가 있으니 그런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정부, 용인이 경전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한번 알아보시기 바란다.

TV토론회에서 인천에 짓는 공공임대아파트 이야기가 나왔었다. 서울에서는 SH공사에서 했었던 Shift가 나왔을 때, 인천에서는 인천 자체에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았었다. 많은 물량을 한번에 공급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인천에서도 조금씩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중구, 동구, 남구, 부평구에는 100여 개에 가까운 도시정비사업지구가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주택의 노후도와 무관하게 사업성이 있는 곳부터 개발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공임대정책과 정비사업을 따로 생각할 게 아니라 맞물려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재생도 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아니지만 시의회, 구의회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겠다. 시의회·구의회는 사실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도 잘 모르는데 시의원, 구의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시민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생활인의 입장에서도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여기에 바로 위험성이 있다.
 
그간 시의회·구의회는 시민들을 위한 지방정치 조직이라기 보다는 특정 계층이나 이해관계를 위해서 모인건 아닌가 의구심을 들게 하는 장면들을 연출해 왔다. 정말 필요해서 해외 출장을 가는 시의원들도 분명 있을텐데, 언론에서 외유라는 표현을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의회에서 특정 지역의 토지 용도 변경이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을 때 그게 시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인천이 아시안게임에서 멀쩡한 문학경기장을 사용하지 않고 새롭게 서구에 경기장을 지어서 사용한건 지역의 요구나 필요였다기 보다는 지역정치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일부세력을 시민사회가 인지하지 못하고 막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가 2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리고 인천은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더 개방하고 일의 추진이 늦어지더라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을 늘려야한다.
 
인천과 같이 대도시에서 시장과 구청장직을 수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힘들다. 그러나 그 만큼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다. 도시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해야하고 갈등의 한 가운데서 고민하고 욕먹는 자리이다.

광역시장은 전국구 정치인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고 구청장은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는데 자기 지역구에 인지도 높은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리 꽂히지 않는 한 꽤 괜찮은 중간 커리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우리나라 지역의 발전과 정치의 진보가 후퇴하지 않았나 싶다.
 
진보진영에 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다. 정의당은 예전부터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표준공약을 먼저 만들고 지역공약을 붙이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해왔다. 지역출신 후보가 나온다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 정책선거를 표방하지만 정작 정책의 차별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다른 방송국에서는 선거방송을 할 때 OBS는 세계2차대전 다큐멘터리를 내보내면서 자막으로 선거중계를 했다. 지금 경인방송이 갖고 있는 한계가 분명해서 생긴 일이겠지만 지역방송이 지방선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 지 한번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당선자들에게는 기대를 품고 축하를 전하며 시민들은 더욱 더 매서운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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