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생명체
상태바
적당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생명체
  • 이수석 이다희
  • 승인 2018.09.05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식초 만들기 체험학습 - 글 이수석, 그림 이다희 / 강서중 교사, 학생



[인천in]이 강화의 작은 학교, 하점면 강서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공동체의 삶이 체화되어 있는 지역, 교사와 학생 간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 학생의 꿈과 끼, 비전과 목표를 생활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과 그림, 사진작업에 참여하여 엮어갑니다.



#1 식초 만들기 수업의 시작

“자아,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강진숙 선생님과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서 박수!”
만든 치즈를 맛보며 학생들은 소란스럽다.

“지금부터, 생활 발효학교 대표인 지현숙 선생님을 모시고, 식초 만들기 체험학습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현숙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넵, 1학년 허준의 엄마 지현숙입니다. ……돌발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맞추면 상품을 드립니다. 치즈를 만들고 남는 물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
“유청!”
“그래요. 그 유청을 갖고서 오늘의 주제인 식초를 만들 것입니다.”
수업 진행의 효율성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첨가물을 병 속에 담긴 유청에 집어넣으라고 안내를 해 주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효모가 퍼지는 것을 보면서 질문한다.


#2 모든 건 때가 있다

“선생님! 효모가 너무 천천히 퍼지고 있어요.”
“이걸 빨리 퍼지게 하려고 흔들면 안 될까요?”
이곳저곳서 터지는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지현숙 선생님은 말한다.
“흔들지 마세요.”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또 다시 질문한다.
“아니 왜요? 흔들면 빨리 퍼지잖아요.”
“미생물들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효소를 집어넣고 자연스럽게 흩어지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여러분이 빨리 흩어지라고 흔들어 주면, 그 효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러분은 스트레스 받으면 어때요?”
“기분이 나빠요.”





“하던 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책상을 치우고 이제 공부하려고 했는데, …‘넌 도대체 언제 공부할래?’ 라는 엄마의 말에 기분 나빠서 공부를 하지 않게 되요.”
“효모도 마찬가지에요. 자연스럽게 번져야 하는데, 흔들면 스트레스를 받지요. 그래서 식초의 맛이 틀립니다. 맛이 쓰거나 짜거나 시거나 등등의 혼합스런 맛이 됩니다.”


#3 식초의 먹이는 알코올?

“여러분! 선생님이 왜 치즈를 만들고 남은 물인 유청에게 설탕, 정확히는 당을 준 이유를 알겠어요?”
“설탕은 맛있잖아요.”
“설탕은 당이고, 당은 에너지잖아요.”

“바로 그거에요. 효모의 먹이가 당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설탕을 효모와 함께 주입하는 겁니다. 효모가 그 설탕(당)을 먹고 힘내라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저희가 사탕을 먹으면 야단을 쳐요.”
“그래요. 이빨 썩는다, 살찐다, 건강에 안 좋다.”

“사실 식초의 먹이는 당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에요. 식초의 먹이가 아니라 알코올을 만드는 효모의 먹이가 알코올, 당(糖)인 거지요.”

아이들의 집단 지성은 놀라운 정도다. 아이들은 정확히 아는 것은 적지만, 또한 모르는 게 없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거나 알고자 하는 게 있으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금방 알아낸다. 제대로 아는 게 없지만, 모르는 것이 없는 게 요즘의 학생들이다.


#4 적당히 산다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생명체 모두는 적당히 산다. 적당(的當)에서 적(的)은 과녁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고 당(當)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생명체가 적당히 사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맞추어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지현숙 선생님은 돌발적인 이야기를 이어서 한다.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 것은 그 순간에 최선의 영양소를 찾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적당히 공부하는 것은 여러분의 능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이 나쁜 경우에 자주 사용하다 보니, ‘적당히 살아!’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좀 떠들어라!’ 등의 말이 나쁜 의미로 쓰이는 거죠.”

공감하지만 돌발적인 선생님의 말씀에 난 질문한다.
“그럼 적당히 살라는 말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알맞게 살라는 말씀인가요?”
라는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곳저곳에서 하소연하듯이 말한다.

“에이 저희 엄마와 아빠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라고 하시던데요. 그렇게 적당히 할 것이면, 아예 하지도 말라고 해요.”
“맞아요. 사실 저는 정말 열심히 하는 것인데도 말이에요.”
“어른들 눈에는 우리가 마치 할 수 있는데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사실 우리는 정말 힘들게 최선을 다해 공부도하고 운동도하고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 말이에요.”


#5 생명체 모두는 적당히 – 최선을 다해 산다

웅성웅성하는 아이들의 하소연과 이야기를 듣고, 지현숙 선생님이 말한다.
“발효란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 탄소를 생기게 하는 작용을 말해요.”





“아우, 머리 아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을 말하지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술, 된장, 간장, 치즈를 만드는 데에 씁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해 삽니다.”


#6 열심히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들

조용해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질문한다.
“그렇다면, 오늘 넣은 이 효모가 가장 행복하게 발효(醱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온도와 습도와 공기지요.”

“우와, 대단해요. 인 크레더블! 어떤 미생물은 공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미생물은 공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그 미생물이 활성화하여 발효를 잘 할 수 있도록 병 두껑을 열어 놓거나 닫아야 합니다. 내일은 여러분이 가지고 간 이 식초병을 발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알콜 발효가 끝나면 병 뚜껑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 또 어떤 미생물은 높은 온도를 좋아하고 어떤 미생물은 낮은 온도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습도도 높고 낮음 등 좋아하는 환경이 미생물마다 다릅니다.”





#7 다음의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상으로 식초 만들기 수업을 마칩니다. 다음에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활동을 합니다. 여러분이 만든 고추장을 발효 시켜서 먹는 체험활동을 할 것입니다. 질문 있는 학생들은 질문해 주세요.”
4시간의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은 배가 고팠다. 조용한 아이들에게 원채원 선생님은 말한다.
“자 오늘 수업 어땠어요?”
“재밌어요. 또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이곳저곳에서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한다.
“오늘 재밌게 수업해 주신 지현숙 선생님과 강진숙 선생님께 감사의 표시로 우렁찬 박수를 부탁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