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교육에서 찾는 생명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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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교육에서 찾는 생명감수성
  • 이현주
  • 승인 2018.09.13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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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끝) 건강한 밥을 먹을 권리 - 이현주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


하루 두끼를 학교에서 먹는 아이들. 운동할 시간은 없고, 패스트푸드로 스트레스를 푼다. 성인병과 알러지질환이 늘어나고, 덩치는 크지만 체력은 약해졌다. 학교밥상으로 건강해지게 할 순 없을까? [인천in]이 '우리아이를 위한 학교밥상 처방전'을 주제로 매주 목요일 10회에 걸쳐 우리의 학교밥상을 긴급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1. 고기반찬 편식이 부른 비만, 학교밥상부터 달라져야
2. 우유와 성조숙증, 무슨 관계?
3. 학교밥상에 오르는 발암물질들
4.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학교밥상
5. 과민성대장증후군, 학교에선 똥을 못 눠요.
6. 메니에르 증후군, 꾀병 같지만 만성병
7.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좋아하는 아이
8. 항생제로 크는 아이들
9. 40년 학교 밥 먹고 고지혈증 걸린 교장선생님
10. 건강한 밥을 먹을 권리

 


 


점점 사람들이 끼니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음양오행의 철학적 관점으로 보면, 먹는다는 것은 토(土)자리에 해당되는데, 흙이란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삶터를 의미한다. 목화금수의 변화무쌍함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게 해주는 자리. 시인 구상은 이 자리를 이렇게 노래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매일의 일상에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사람들, 몸은 현실을 살고 있으나, 마음은 천리 밖을 향해 있는 사람들,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고, 하늘로 붕붕 떠다니는 사람들의 이 자리는 병들어 있다. 담담한 일상의 수수함보다는 자극적이고 달고, 특별한 맛을 쫓기 때문이다. 음과 양의 조화가 깨져 밤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기름진 안주에 과음과식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꽃자리는 바로 가시방석이다. 가시방석을 벗어나려고 보양을 아무리해도, 꽃자리는 되살려지지 않는다. 요란한 마음과 흐트러진 정신 때문이다. 병든 정신이 병든 음식을 부르고, 자극적인 음식은 다시 정신을 지치게 한다.

 

한국은 지난 13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살자 총수는 13.513명(남자=9,559명,여자=3,954명)으로, 연간 1만 3,092명(’16년)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청소년자살률도 세계 1위로, 매년 300여명이 생을 마감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아우성치는 아이들,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나는 그 해법이 먹거리 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를 꽃자리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입시경쟁, 학력과 스펙 위주의 살얼음판 같은 사회를 반갑고 고맙고 기쁘게 만들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삼시 세 끼를 평범하게 챙겨먹는 습관에 있다. 삶의 희노애락 파도 속에서도, 수수하고 담담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을 먹거리 교육을 통해 길러주어야 한다. You are what you eat. (먹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이라는 말과 같이, 먹거리는 건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대한 교감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확립시키는데 중요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 먹거리 교육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안겨준다. 햄이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것을 모르는 아이들,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 속에 넣는 과정에 대해 아무런 인식조차 없는 우리의 교육은 생명 감수성을 퇴화시킨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가 소중한 생명을 품고 있어서, 잘 보듬어 키워내어, 다시 세상을 향해 빛이 되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저 냉혹하고 지루하기만 한 입시의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과, 성적과 순위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존경받던 이 사회의 어른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보며, 저 분들의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되지 못한 이유를 나는 삼시 세 끼를 잘 못 먹어서라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내가 지켜내야 할 생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 잘 먹는 일이다. 잘 먹는 방법,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자. 우리 아이들, 더 이상 헛되게 생명을 던지는 일 만들지 말자. 한 끼 식사에 담긴 뭇 생명의 노래를 부르게 하자. 이것이 생명 고유의 권리임을 잊지 말자.

 

* 학교밥상처방전을 10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본의 아니게 학교급식현장에서 노고가 많으신 영양(교)사 선생님들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존경하오며, 부디 몸과 마음, 정신이 더욱 건강해지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학교밥상, 이런 메뉴 어때요? ]

 

채소들의 영양을 최대한 살리면서,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학교텃밭 채소로 만든 모듬채소구이

 

재료 : 가지, 버섯, 양파, 토마토, 단호박, 로즈마리

소스 : 올리브오일, 발사믹글레이즈, 소금, 후추, 식초 조금

 

만드는법 :

1. 있는 채소들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달궈진 팬 위에 얹고, 풍미를 더하기 위해 로즈마리를 올려 굽는다.

2.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면 좋다.

3. 적당히 익으면 소스를 찍어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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