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다리' 한바퀴에도 자지러진 소녀들
상태바
'문어다리' 한바퀴에도 자지러진 소녀들
  • 유동현
  • 승인 2018.11.05 0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 자유공원 놀이기구





낡은 고교 앨범은 추억 저장소이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를 한 그대가 있고 분식집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그리운 친구들도 있다. 3년간의 발자국을 남긴 모교 운동장과 교실의 모습도 아련하다. 빛바랜 사진첩에는 ‘인천’도 있다. 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교문을 나서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그대들 덕분에 그때의 인천을 ‘추억’할 수 있다.    

 

 

자유공원의 나이는 올해로 딱 130살이다. 응봉산을 깎아 1888년 ‘각국(만국)공원’이란 이름으로 만들었다. 개장하자마자 서울 사람들이 경인철도 타고 와보고 싶어 하는 으뜸 장소였다. 그런데 이 공원은 1944년 1월 8일에야 비로소 ‘공원’으로 결정 고시된다. 그 이전은 그냥 공원으로서의 기능 혹은 호칭이었을 뿐 행정적으로 결정된 것은 해방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1965년도 박문여고 앨범. 낙차가 2m 정도였지만 스릴 만점

1965년도 인일여고 앨범. 마치 교실에 앉아 있는 듯 얌전 모드


 

만국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존스톤 별장이었다. 1905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중국 상해에서 무역업을 하는 영국인 제임스 존스턴의 여름별장이었다. 일제강점기 인천의 랜드마크로써 당시 거의 모든 사진과 엽서에 담겼다. 1936년 ‘서공원회관’ 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가 ‘인천각’ 으로 개칭돼 이듬해부터 고급 여관 겸 요정으로 사용되었다. 해방 이후 미군장교 숙사로 쓰이다가 1950년 인천상륙작전 때 일부 파손된 후 철거되었다. 인천시는 이 자리에 ‘어린이놀이터’를 만들었다. 

 

    1975년도 송도고 앨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깨 힘줘.

 
 

어린이놀이터에는 문어다리, 회전그네, 깡통 비행기 돌기, 회전의자 돌기 등 놀이기구가 있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주 초보적인 놀이기구였지만 이 정도 기구를 타고도 아이들은 즐거움에 괴성을 질러대곤 했다. 특이한 것은 시멘트로 만든 어린이용 골프 코스가 있었다. 쇠로 만든 작은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구불구불하게 만든 시멘트 길을 따라 구멍에 넣는 게임이었다.


 

1970년도 인천여고 앨범. 문어발은 잘못 타면 서로 엉키곤 했다.  

1974년도 인일여고 앨범. 우리도 졸업해서 저 위 연인들처럼.

 

 

1972년 어린이놀이터자리에 전망타워를 건립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었다. 지하 1층, 지상 13층, 탑층 38층 등 총 52층 높이의 대규모 건축물이었다. 이 타워 건립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고 1982년 그 자리에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이 세워졌다. 자유공원놀이터에 있던 놀이기구는 그대로 수봉공원으로 옮겨졌다.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