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와 맞먹었던 윗몸일으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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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와 맞먹었던 윗몸일으키기
  • 유동현
  • 승인 2018.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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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체력장



낡은 고교 앨범은 추억 저장소이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를 한 그대가 있고 분식집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그리운 친구들도 있다. 3년간의 발자국을 남긴 모교 운동장과 교실의 모습도 아련하다. 빛바랜 사진첩에는 ‘인천’도 있다. 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교문을 나서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그대들 덕분에 그때의 인천을 ‘추억’할 수 있다.
 
 
체력은 ‘국력’이 아니고 ‘학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들을 강제로 운동장으로 나가게 해서 억지로라도 땀을 흘리게 했다. 1972년부터 상급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체력장(體力章) 제도가 실시되었다.
 


1971년도 인천고 앨범. 100m 달리기

1977년도 인일여고 앨범. 매달리기

1978년도 동인천고 앨범. 굽히기

 
종목은 처음에 윗몸 앞으로 굽히기, 윗몸일으키기, 왕복달리기, 턱걸이, 던지기, 도움닫기 멀리뛰기, 100m달리기, 오래달리기(남학생 1,000m, 여학생 800m) 등 8종목이 실시되었다. 1979년 일부 종목을 변경하여 100m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던지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턱걸이(남) 혹은 매달리기(여) 등 6개 종목을 실시하게 되었다.
 


1976년도 인성여고 앨범. 던지기.
 
1971년도 인천고 앨범. 왕복달리기.


20점 만점으로 대입 고사에 반영했기 때문에 한때 체력장은 필수 교과였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의 합격 여부가 1점 차로도 갈릴 수 있기에 체력장은 국영수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 시절 덩달아 체육 교사들의 위상도 최고조였다고 볼 수 있다.
 


1976년도 영화여상 앨범. 멀리뛰기

1977년도 송도고 앨범. 윗몸일으키기

1978년도 인천고 앨범. 턱걸이

 
90년대 체력검사 관리가 자율제도로 바뀌면서 만점자가 수두룩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체력장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부정을 눈감아 주거나 점수를 후하게 주었다.

당시 신문은 부정행위 유형을 보도하기도 했다. ▲1백m 달리기에서 스톱워치(초시계)를 출발 뒤 누르거나 1백m 거리가 안된 상태에서 누르는 것 ▲멀리뛰기에서 발구름판 앞에까지 발이 나온 상태에서 뛰거나 줄자로 거리를 늘리는 것 ▲던지기에서 2회 이상 기회를 주는 것 ▲턱걸이에서 남자의 경우 손을 거꾸로 잡거나 배치기를 허용하고 여자의 경우 턱을 괴고 오래 매달리는 것 등이 꼽혔다.

대입체력장은 오래달리기를 하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994년 폐지됐다.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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