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대의 ‘낙엽 밟는 시몬’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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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대의 ‘낙엽 밟는 시몬’이 그립다
  • 유동현
  • 승인 2018.11.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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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문화 행사


 
낡은 고교 앨범은 추억 저장소이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를 한 그대가 있고 분식집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그리운 친구들도 있다. 3년간의 발자국을 남긴 모교 운동장과 교실의 모습도 아련하다. 빛바랜 사진첩에는 ‘인천’도 있다. 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교문을 나서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그대들 덕분에 그때의 인천을 ‘추억’할 수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늦가을에 접어들면 시내 각 학교에서는 ‘문학의 밤’ ‘교내 합창제’ ‘콩쿠르 대회’ 등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린다. 무대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예술적 소양과 감수성 그리고 ‘끼’를 펼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장래 예술인이나 문학인을 꿈꾸기도 했다. TV가 없던 시절 교내 문화 행사는 인근 주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금남(禁男)의 집’ 여학교에 남학생들이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여학생들도 남학교 교정이 궁금했던 것은 매한가지였을 터.



1966년도 대건고 앨범. 낙엽 지는 하이얀 밤의 향연

1970년도 송도고 앨범. ‘국민교육헌장’ 1주년 기념 콩쿠르.

 
방과 후 삼립단팥빵 하나씩 먹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공연을 준비를 했다. 조금만 더 연습하고 싶은데 ‘빨리 나가라’라고 보채는 수위 아저씨에게 등떠밀려 나가길 수차례. 무대는 어설프고 구성은 엉성했다. 그래도 박장대소에 환호가 터졌다. ‘앵콜’의 외침 소리 까지 들으면 힘들게 준비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좋은 추억으로 급전환 되었다.
 


1966년도 박문여고 앨범. ‘본선대회’에 진출한 그녀들의 진지한 연기.

1973년도 인성여고 앨범. 기독교방송 학교 공개방송 중 인기 뚜엣 공연.

 
인천여상의 강당은 당시 인천의 ‘예술의 전당’이었다. 1958년 미군의 원조자재에 힘입어 당시 보기 드물게 음향과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인천에 특별한 문화 공간이 없던 시절, 이 강당에서 각종 문화 행사가 자주 열렸다. KBS교향악단 연주회,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보풍의 연주 등을 비롯해 오제도 검사의 시국 강연회 등이 열렸다. 전국주산대회, 전국체전레슬링 대회는 물론 심지어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대회도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위 사진은 1960년 강당에서 당시 인기 만화였던 ‘고바우’ 영화를 상영하는 모습이다.

 

 1960년도 인천여상 앨범. 영사기만 돌아가도 시네마 천국.

1961년도 동산고 앨범. Korea Fantasy의 안익태와 함께.


인천에 ‘거물’이 왔다. 1961년 5월 24일 동산고 강당에서 인천시향 단원들과 함께 강당 낙성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개최되었다. 주야 2회를 연주한 음악회는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Korea Fantasy와 베토벤 교향곡 5번 등이 연주되었다. 이날 안익태 선생이 무댕에 올라 직접 지휘봉을 쥐었고 온 청중이 기립해 애국가를 합창하여 큰 감동을 자아냈다.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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