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눈높이를 맞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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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눈높이를 맞춰도 힘들다
  • 이병기
  • 승인 2010.01.20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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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일자리 없나요?] 심각한 청년 실업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10월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실업률(4.2%)이 부산(4.5%), 대구(4.3%)에 이어 16개 시·도 중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in>의 '어디 일자리 없나요?'는 인천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청년, 중·장년층, 노인, 여성 등 각계 각층의 실업·취업 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의 청년 실업 현황

지난 18일 인천종합일자리지원센터에서 열린 상설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청년 구직자들이 성격유형검사를 받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 2009년 2/4분기까지 전국 최상위권에 머물렀다. 2/4분기 전국 청년 실업률은 8%, 서울(7.8%), 부산(8.4%), 경기도(8.3%)에 비해 인천의 청년 실업률(9.5%)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3/4분기에 들어서 서울(8.4%)과 경기도(9.2%)가 0.6%, 0.9%씩 증가한데 반해 인천의 청년 실업률은 7%로 2.5% 낮아졌다. 전국(8.1%), 부산(8.4%) 등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인천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4/4분기(7.6%) 이후 2009년 1/4분기(8.5%), 2/4분기(9.5%)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3/4분기에 접어들면서 감소했다. 이는 인천의 청년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업이나 지방정부, 기업들이 실시하는 청년인턴제 참여율에서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하반기 청년인턴이 종료되면서 다시 인천의 청년 실업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청년 실업자는 2009년 3/4분기 현재 약 1만9,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중·장년층(30~59세) 실업자는 36,000여명, 60세 이상의 노인 실업자는 5,000여명 정도. 하지만 실업률 수치로 보자면 중·장년층이 3.6%, 노인 4.2%, 인천 평균 4.4% 등 다른 연령에 비해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률의 경우 중·장년층이 72.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청년층이 45.5%, 노인이 34%로 조사됐다.


 구직자 높은 눈높이도 청년 실업 상승요인

출처: 통계청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있다. 예전에는 생계를 위해 열악한 공장에서 어쩔 수 없이 일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대부분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으로 제조업이나 생산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연일 언론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하지만, 생산직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신입 직원을 청년으로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30대 중·후반의 취업자들로 직원을 채운다.

 인천에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

 #1. 손모(여, 29)씨는 지난 8월 1년 남짓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 두고 쉬고 있다. 첫 직장인 병원에서 간호사로 5년 동안 근무한 이후 잠깐의 외도를 마치고 다시 원래 직업을 찾고 있다. 보험회사 근무가 간호사에 비해 월급은 많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처럼 밤을 새워 일하는 부서가 아닌, 월급은 적더라도 낮 시간에만 근무할 수 있는 인공신장실 업무를 구하고 있다. 아직 미혼인 그는 결혼이나 종교활동 등을 고려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이것 저것 따지다 보면 마음에 드는 직장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집과의 거리나 병원의 평판도 고려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가지만 별로 초조해 하진 않는다.


 #2. 이모(남, 28)씨는 항공정비 자격증을 취득한 후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작년 8월 전역했다. 지금은 대형마트에서 월 90만원을 받으며 일한다. 그나마도 얼마 전까지는 용역업체 직원이어서 4대 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 소속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채용돼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매일 7시간 30분씩, 일주일에 6일 동안 근무한다.

 김씨는 월급이 너무 적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했지만 고졸 출신의 그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생산직 뿐이다. 그는 차라리 생산직을 하기보단 현재 직장이 낫다고 판단했다. 월급은 생산직이 높지만, 대형마트의 일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이 되면 한 단계 윗 직급인 담당으로 승진할 수도 있어 고민 중이다. 담당이 되면 월 110~120만원에 성과급과 보너스도 지급된다.


 #3. 김모(여, 29)씨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일반 사무직에서 4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나 다시 학교에 편입해 설계를 공부하고 실내 건축 사무실에서 1년간 근무했다. 지난 10월 퇴사한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설계와 관련된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그가 직장을 선택하면서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복리후생이다. 아무리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라도 개인 생활이 없다면 눈에 차지 않는다. 일의 특성상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출퇴근 거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당분간은 3개월 동안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볼 계획이다.   


 성격, 적성 고려해 회사 수준 맞춰 지원필요

 지난 12월8일 인천종합일자리지원센터에서 열린 상설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청년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 이정아씨는 "얼마 전 여상 3학년 학생들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희망 초봉을 물어보니 1500~1800만원이었다"며 "전문대를 나온 학생들도 최소 2300만원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아씨는 "소규모 업체, 중소기업들은 경리 사원으로 아주머니들을 선호한다"며 "중소기업은 월급이 100~120만원 정도로 청년들이 원하는 기준에 적기도 하고, 젊은 친구들이 쉽게 관두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병무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 취업지원 2팀장은 "요즘은 많은 청년들의 학력이 전문대졸 이상이다"며 "학력이 높아지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기를 싫어해 청년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더군다나 인천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청년들이 좋아하는 직업군이 별로 없는 실정"이라며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직에 가는 것보다 핸드폰 판매가 낫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춰 직업을 선택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성격이나 적성, 주변 환경을 고려해 회사 수준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의 생산직 회피 현상에 대해 양재덕 인천일자리지원센터장은 "구조적으로 교육과 노동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고를 졸업한 학생들도 거의 대학에 진학해 제조업에 종사하길 꺼려하고, 중소기업들은 그들대로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며 "이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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