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의 정신' 인천에서 부활하길…
상태바
'죽산의 정신' 인천에서 부활하길…
  • 이병기
  • 승인 2011.03.10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얼아침대화 300회 … 박명림 연세대 교수 '조봉암 의미' 강연


강연에 나선 박명림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취재: 이병기 기자

"죽산 조봉암 선생은 '움직이는 중용'이자 '용감한 중도'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자유와 공산이 대립하는 시대에서는 어느 한편에 서는 게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봉암 선생은 양쪽 모두를 극복하는 '움직이는 중용'으로 고난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천은 개항과 건국, 탈냉전 시기마다 새로운 시대로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인천이 조봉암 선생의 정신과 영혼의 새로운 발신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 박명림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시대의 아침을 여는 새얼아침대화' 300회 기념식과 강연이 9일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에서 열렸다.

<'한반도 복지', 한반도 평화' - 21세기의 선구자 조봉암 사상과 의미>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명림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얼아침대화가 300회 동안 이어지고, 우리가 이곳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조봉암 선생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역사를 앞서가는 밀알',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정신은 다시 부활했다"라고 서두를 건냈다.

박명림 교수는 "지방이 중앙을 움직이고, 한 사람이 한 단체를 선각할 수 있다"면서 "새얼아침대화는 공동체를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이 개항 당시에는 문물교류의 기지로, 냉전시기에는 미군이 최초로 주둔하기도 했으며, 탈냉전 시대에는 대륙의 전진기지로 문명 사통팔달의 근거지이자 한반도의 새로운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 죽산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21세기의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는 '민생·복지'와 '평화·통일'이다"면서 "조봉암 선생을 20세기가 아닌 21세기의 선구자라고 칭한 의미는 그가 이미 복지와 평화의 화두를 앞서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제 식민시대 주요 공산지도자였던 조봉암은 냉전시대 이후 사회민주주의자로 전향했다. 그가 보기에 탈식민 시점에서 공산주의는 식민시대 반제투쟁의 수단으로서는 몰라도, 독립 이후 근대 과제를 달성하는 데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죽산은 국가건설에 참여하면서 이념을 폐기했으며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의 노선은 "오직 소련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소련의 주구적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수단으로서의 이념 포기에도 불구하고 목표로서의 원칙은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한다. 즉 민주주의와 형평의 원칙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는 전향했지만, 결코 극우반공주의자나 독점자본주의의 맹신자가 될 수는 없었다"면서 "이 점이 그의 사상적 깊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극우 이념주의자들, 반공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고 희생자가 되도록 만든 요소"라고 말한다.


그는 '헌법기초위원 조봉암의 의미'도 강조했다. 

당시 조봉암은 민주주의 문제와 함께 생활의 기본적 수요,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 토지개혁 등 경제조항의 기초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 또한 건국헌법을 '인민의 자유', '민족통일', '조국의 독립', '민주주의의 철저한 수행'을 위한 헌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죽산은 이를 위해 개인의 독재와 계급의 독재가 수립될 수 있는 헌법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승만이 주장한 대통령 중심제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특히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무한정의 권한을 더 반대했다는 설명이다.

삼권분립과 대통령-행정부의 권한 약화, 사법부 독립, 주권재민, 인권보장, 사상의 자유를 가장 강조했던 조봉암은 언론과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조건과 제한 없는 완전보장을 헌법에 명기할 것, 사상의 자유를 보장할 것도 요구했다.

박명림 교수는 "조봉암의 의회토론을 지켜보면 그가 근대 민주주의 핵심원리를 철저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또한 추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서 "대통령한테 권력이 집중돼 의회주의와 권력분립이 위협받고 형평이 무너지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권리가 후퇴하는 오늘의 현실에 비춰보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봉암 선생을 기리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유족과 강화, 인천, 서울 발 조봉암 기념사업과 정신을 어떻게 연대하고 발양할 것인가"라며 "유족과 인천 민간단체, 중앙 기념사업단체와 학술단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결합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모든 사업의 핵심은 은폐와 축소, 왜곡과 과장, 찬양과 현양을 넘어 조봉암의 활동과 노선, 정신과 사상을 진실에 입각해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복원하고 추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역사의 무죄와 사법적 무죄를 얻어낸 의미를 넘어 역사적 기념과 승화로 나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새얼문화재단은 아침대화 300회를 맞아 강연에 앞서 25년간 발자취를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그동안 강연에 나섰던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 항상 감사패를 전달하던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에게 송영길 인천시장이 감사패를 전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300회 기념식 답게 평소보다 200명 정도 많은 500여명의 시민들이 아침대화에 참여했으며,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과 원혜영 국회의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부영 전 국회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20여명이 새얼아침대화를 찾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