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촌도 '님비'... 인천 청년 갈 곳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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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촌도 '님비'... 인천 청년 갈 곳을 잃다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4.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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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창업마을 드림촌',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주택' 주민 반발에 첫 삽도 못 떠
미추홀구 주민 '조망권 침해, 시세 하락' 우려
남동구 주민 "임대업 타격 불가피, 소음·교통혼잡 우려"
지역정치권에서는 중재·비판·아쉬움 다양한 목소리
님비현상 (사진 = 셔터스톡)
님비현상 (사진 = 셔터스톡)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이 청년들을 위한 창업마을에도 기승을 부려 인천 청년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님비는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를 뜻한다.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단체 등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님비현상은 인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인천시 정책의 주요 현안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우기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처리장(소각장), 관통도로 등 혐오시설이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창업지원센터 등도 갖가지 반대에 부딪혀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까지도 주민들과 인천시와의 입장 차이가 첨예한 미추홀구 용현동 ‘창업마을 드림촌’과 남동구 논현동 ‘청년창업지원주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추홀구 용현동에 조성 예정인 드림촌 조감도

용현동 664번지 3부지 8217.9㎡에 12층 규모로 조성이 예정된 드림촌은 청년 창업인을 위한 특화주택(사무실과 거주공간을 한 건물에 입주시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복합시설) 200호와 투자자·지원기관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창업지원센터가 결합된 일종의 복합건물(1~5층 창업시설, 6~12층 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이 내걸은 핵심공약 중 하나였으며, 지난 2017년에는 국토부의 창업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220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사업은 지난 2월께 공사를 착수했어야 한다. 그러나 SK스카이뷰 아파트 등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장기간 포류하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와 인천시간의 간담회에서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벌써 40회가 넘도록 진행된 협의지만, 진전은 없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의 의사는 ‘저층 창업시설은 OK, 고층 임대주택은 NO’로 귀결된다.

당초 이곳 부지의 용도는 ‘공공시설용지’였다. 토지용도상 주택 건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시는 지난해 5월, 이곳의 토지용도를 ‘복합용도지구’로 변경했다.

이에 주민들은 “우리가 입주를 찬성한 것은 조망권, 소음 등에 문제가 없는 저층 규모의 창업시설이지, 주민에게 제대로 협조를 구하지도 않고 추진한 12층짜리 복합 건물이 아니다”라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다소 엇갈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윤상현 의원은 최근 시청서 열린 4·15총선 당선자 간담회서 “주민들의 반대가 대단히 심하다”며 “인하대 주차장 옆에 1,700여평의 사유지가 있는데 산학연계, 교통의 편리성, 주변환경 등을 생각하면 드림촌 조성 부지를 이전하는 것이 유용해 보인다. 시장께서는 생각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 지역구(미추홀구 제4선거구)서 당선된 김강래 시의원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임대주택을 포함한 드림촌은 틀림없이 조성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시민의 대표로서는 시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의사를 반영해야만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옆 지역구(미추홀구 제3선거구)의 민경서 의원은 “제 지역구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우나, 지역민들이 아파트값 등을 이유로 현실적이지 못한 요구를 관련처에 맹폭하고 있다”며 "지역 정치권은 끌려가고만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시 청년정책과 담당관은 “부지 변경가 변경된다면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모든 관련절차를 처음부터 시작해야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만이 답인 상황”이라며 “사업이 무산처리되는 시점은 아직까지 모르겠으나, 최대한 올해 안으로 주민들을 설득해 착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동구 논현동 일원 리틀 야구장 부지

남동구 논현동 일원에 건립 예정인 ‘청년창업지원주택’을 두고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LH는 임대 기간이 끝난 논현 리틀 야구장 부지(논현동 588-2 일원, 11,100㎡)에 240여 가구, 6층 규모의 창업지원주택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논현동 주민들로 이뤄진 논고개마을발전협의회의 단체 반발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지난 20일에는 LH가 본격적인 공사에 나서고자 포크레인 등을 투입했으나, 주민들의 단체 집회에 가로막혀 성과없이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2월 국토부로부터 건설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졌지만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삽 한번 파보지 못한 셈이다.

이 사업에 대한 논현동 주민들의 반발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지역 특성상 임대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다수인데,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생계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소음과 교통 혼잡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의 주 이유였다.

때문에 협의회는 창업지원주택 건립 사업을 2년간 유예하고, 지구단위 변경을 통해 학교 등의 청소년 관련 시설을 신설하라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부지의 소유주인 LH는 당초 이 부지에 340여 가구 규모의 임대주택(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 규모를 240여 가구로 대폭 축소하고 입주 제한 조건(청년사업가에만 한함)을 두는 등 절충안을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협의체와의 협의도 접점을 찾는 듯 했으나, 지난 3월 주민총회서 신임 집행부가 선출됨에 따라 이전 집행부와 LH간 이뤄졌던 협의는 자연스레 무산됐다. 다시금 지난한 갈등이 예고된 셈이다.

문제가 가시화되자 맹성규 의원이 협상테이블에 중재자로 들어가 봉합에 나섰지만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맹 의원은 “논고개마을 주민과 LH, 지자체 등 다자간 협상 테이블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각자가 양보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계속해서 타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월셋집 거주자 청년 비율 13.9%를 인천 청년 85만여명에 대입해 단순계산하면, 약 11만여명의 인천 청년들이 월셋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약 7천여호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곳저곳에서 등을 떠밀리는 청년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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