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낯선 꿈, 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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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낯선 꿈, 드림파크
  • 유광식
  • 승인 2020.10.26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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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41) 서구 드림파크 야생화단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허브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 2020ⓒ김주혜
허브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 2020ⓒ김주혜

 

코로나19 방역 수위가 1단계로(수도권 1.5단계) 낮아졌다. 그리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달라진 우리 생활 속의 잇따른 변화다. 조금 야외로 나간다는 생각으로 물(경인아라뱃길) 건너 쓰레기매립지를 찾았다.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장 초입에는 작년 시험개방을 마치고 올해부터 연중 개방한 드림파크 야생화단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드림파크는 올해 코로나19로 당초 계획이 삐걱거리게 되었다. 최근 야심에 찬 개방은 아니지만 방역 레벨이 낮아지면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드림파크를 가기 위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지나 백석교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꺾는다. 때마침 모범택시 기사님들의 수신호가 더해져 교통량이 많았음에도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 드림파크는 방역 수위가 낮아진 이후 첫 주말이어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가족과 연인 단위의 방문객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지 입구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독려했다.

 

드림파크 주차장(멀리 백석교와 야생화단지를 찾은 가족 일행), 2020ⓒ유광식
드림파크 주차장(멀리 백석교와 야생화단지를 찾은 가족 일행), 2020ⓒ유광식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알리는 현수막(앉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한다.), 2020ⓒ유광식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알리는 현수막(앉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한다.), 2020ⓒ유광식

 

첫 대면은 뱀이었다. 뱀 출몰이 많다는 표지판은 이후 단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표지 그림이야 귀엽다고는 하나 설마(?) 하는 걱정이 동행했다. 이곳의 인기 식물은 핑크뮬리였다. 사람들은 자주색 핑크뮬리 군락에서 연신 사진을 찍느라 정말 분주해 보였다. 사실 핑크뮬리가 외래종으로 번식력도 좋고 토종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야생화단지 입구 쪽과 중앙의 핑크뮬리원은 최고의 포토존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가족과 연인의 사랑은 풍성해질지 몰라도 논란이 되는 외래종 식재는 고심해 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뱀 출몰주의 표지판(가을 독이 가장 세다고 한다.), 2020ⓒ유광식
뱀 출몰주의 표지판(가을 독이 가장 세다고 한다.), 2020ⓒ유광식
자줏빛 핑크뮬리 군락과 사람들(그러데이션이 따로 없다.), 2020ⓒ유광식
자줏빛 핑크뮬리 군락과 사람들(그러데이션이 따로 없다.), 2020ⓒ유광식

 

코로나 시대의 도래 이후, 역과 식당을 제외하고는 많은 인파가 모인 장면을 보기 드물었다. 그래서 오랜만의 북적거림에 벅차기도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왔을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혹시나 곁에 뱀은 없겠지 하고 살피며 걸었다. 마스크 착용으로 서로의 표정은 자세히 볼 수 없더라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다들 가볍고 상쾌한 기분임이 분명했다. 개울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어느 부자의 대화를 들었다. “아빠! 이 물 만져도 돼요?”, “안 돼. 절대 만지지 마!” 아빠는 무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일까? ‘야생’은 보는 것까지만 안전하다. 그 외는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드라이가든에서 뛰노는 아이들, 2020ⓒ유광식
드라이가든에서 뛰노는 아이들, 2020ⓒ유광식
지도를 보는 가족과 허브원을 거니는 사람들, 2020ⓒ유광식
지도를 보는 가족과 허브원을 거니는 사람들, 2020ⓒ유광식

 

인천시는 얼마 전 2025년 수도권쓰레기매립장 종료를 선언했다. 쓰레기는 서로 거리를 두지 못하고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하니 오죽 답답할까. 갇힌 땅에는 가스가 차기 마련이다. 우리는 매일 생활의 증빙 자료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갈수록 그 양은 점점 무겁게 늘어갈테고, 쓰레기 처리 문제는 인류가 안고 가야 할 골치 아픈 질문이다. 현재 처리 과정의 프로세스는 모르지만, 바다 어딘가에 버린다거나 우주로 날려 보낸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쓰레기는 간혹 우리 곁에서 혐오감을 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래전부터 ‘with 쓰레기’ 시대라 아이디어를 내고 처리기준을 마련해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 인천은 갯벌 매립의 역사가 깊은데, 쓰레기로 오명을 쓸 일은 없어야 하겠다. 

 

위험시설은 아니나 위험시기로 통제된 길, 2020ⓒ유광식
위험시설은 아니나 위험시기로 통제된 길, 2020ⓒ유광식
휴休가든에서 해설사님 따라 체험 활동하는 아이들, 2020ⓒ김주혜
휴休가든에서 해설사님 따라 체험 활동하는 아이들, 2020ⓒ김주혜

 

작년 가을, 태풍 ‘링링’으로 이곳에도 피해를 본 수목들이 많다. 이를 활용해 관람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풍경이 이채롭다. 피해조차도 자연으로 보이고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참 좋다. 그래서일까. ‘꿈동산’ 드림파크가 새롭게 다가온다. 곳곳에 파헤쳐진 구역이 많이 보였다. 수영장은 문 닫은 상태고 주차장 확보를 위해 습지 구역 옆이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의자는 통제가 되어 있어 계속 걸어야 했고 화장실도 간이화장실이 많았다. 그리고 쓰레기매립장이라는 큰 산이 바로 옆에 있다. 우리 시대의 풍경이자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피워져야 하겠다.

 

핑크뮬리원(전망 좋은 첨탑 꼭대기에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연인의 둥지는 어디에.), 2020ⓒ김주혜
핑크뮬리원(전망 좋은 첨탑 꼭대기에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연인의 둥지는 어디에.), 2020ⓒ김주혜
드러누운 수목(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아이들은 나무에 줄을 매달아 그네 놀이를 했을 것이다.), 2020ⓒ김주혜
드러누운 수목(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아이들은 나무에 줄을 매달아 그네 놀이를 했을 것이다.), 2020ⓒ김주혜
코스모스밭(덜 피었지만, 가을을 잃지 말라고 다독인다.), 2020ⓒ김주혜
코스모스밭(덜 피었지만, 가을을 잃지 말라고 다독인다.), 2020ⓒ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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