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록', "팬들은 이런 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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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팬들은 이런 걸 원해"
  • 배영수
  • 승인 2011.08.12 0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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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폰서와 매력적인 출연진 확보· 편의성 등 절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둘째 날 무대

취재 : 배영수 기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지난 5일부터 3일간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대 최다인 5만2천여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공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고쳐야 할 문제가 많다는 평가 역시 뒤따른다.

마니아와 평론가들이 말한 문제 중 가장 많은 3가지를 추려 공연에 참가한 일부 팬들에게 e-메일과 SNS 등으로 보내고 답을 받아보았다. 대부분의 팬들은 다음 해에는 이런 문제만 고쳐진다면 더 좋은 음악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1. 확실한 메인 스폰서 부재…'부실한 라인업'으로 이어져
 
평화와 사회적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록 페스티벌에 '상업적 요소'가 들어간다면 반감을 가질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선 관객들의 '티켓 파워'만으로는 운영은 고사하고 무대 세우는 것도 힘들 만큼 열악하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도 소위 '먹어주는' 뮤지션을 섭외하기 위해 확실한 메인 스폰서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관객들이 그러한 뮤지션들을 보고 싶으면서 상업화에 눈살을 지푸리는 건 이중적"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의 록 페스티벌은 메인 스폰서를 맡아줄 만한 대기업 입성을 절실히 바란다.
 
올해 '펜타포트'는 작년에도 스폰서로 참여했던 하나은행을 비롯해 코카콜라와 카스맥주, 롯데시네마 등의 협찬과 후원 등이 있었지만, 아직 확실한 메인 스폰서를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아직까지 '펜타포트' 규모는 10만여 인파를 모이게 했던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밸리')보다 크지 못한 상태다. 메인 스폰서 부재는 출연팀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산밸리'였으면 메인 스테이지에도 오를까 말까 하는 뮤지션들이 '펜타포트'에서는 헤드라이너로 군림했다.
 
올해 헤드라이너로 배정된 팀들도 마찬가지. 그나마 마지막 날 등장한 '심플 플랜'의 경우 '현재진행형 밴드'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콘'은 이미 전성기를 함께 했던 두 뮤지션 탈퇴로 '퇴물 밴드'란 지적을 받았다. 'EMI 버진'이라는 메이저 음반사 -머라이어 캐리, 조지 마이클 등도 거쳐간 세계적인 레이블이다-에서 마이너 음반사인 '로드 러너'로 강등되기 전부터 음악적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태였다. 장르부터 이미 록이 아니었던 B.O.B.의 헤드라이너 선정 역시 록 팬들로서는 인정하지 못할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3일동안 공연을 관람한 음악평론가 주성용씨는 "음악차트 성적과 완성도 등을 봐도 이미 힘 빠진 밴드로 평가받는 콘이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건 순전히 우리나라였으니까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콘'의 보컬리스트 조나단 데이비스가 '펜타포트'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2. 지나친 스타의식, 혹은 '행사무대' 인식? … 무대를 망친다
 
첫째 날 등장한 지디앤 탑, 미쓰에이 등은 출연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모(26, 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왜 하필 록 페스티벌에 저런 팀들이 오는지 모르겠다. 공연 보는 게 좋아 3일치 다 끊긴 했는데, 사실 첫날은 돈이 아까웠다."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 접근 혹은 홍보 차원에서 아이돌 스타 출연을 반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해외의 경우에도 시아라(Ciara) 같은 댄스 가수가 아무 논란 없이 재즈 페스티벌에 오르는 등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출연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무대에 대한 성의'였다.
 
지디앤 탑, 미쓰에이 모두 댄스 가수들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무대 세팅에 신경을 썼다면 MR(반주테잎)이 아닌 어느 정도 실연 가능한 음악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무대는 방송 3사에서 진행되는 가요프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첫날 공연을 본 방송작가 유모(31)씨는 "3일권 티켓을 구입해 오는 관객들이 15만 원이 넘는 가격을 부담하고 들어왔다는 걸 알면, 공짜로도 볼 수 있는 무대 성격은 지양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출연 자체가 논란이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출연한 이들의 '지각 행태'는 더 큰 문제였다. MR을 사용해 별다른 무대 세팅이 필요 없었던 이들 중 지디앤 탑의 경우 10여 분, 미쓰에이는 무려 25분의 공연시간을 지연시켜 메인 스테이지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을, 서브스테이지 공연 밴드들이 텅 빈 관객석을 보고 연주해야 하는 '폐'를 끼쳤다. 음악평론가 주성용씨는 "아이돌 스타 출연은 어쩌면 '무대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출연은 관객뿐 아니라 함께 하는 뮤지션들에게도 일종의 모독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아이돌의 경우 섭외 단계서부터 잘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기 걸 그룹 '미쓰에이'는 25분이나 공연장에 지각하는 폐를 끼쳤다.

3. 갈 길 먼 '편의성의 문제'
 
올해 '펜타포트'는 '편의성'에선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평을 들었다. 1주일 전 열린 '지산밸리'가 비싼 음식가격에 운영 미비, 그리고 달랑 3개만 있었던 여자 화장실 등으로 관객들의 큰 불만을 샀던 것과 달리, '펜타포트'는 화장실 문제와 교통, 음식가격 등의 면에서 신경을 쓴 흔적을 보여줬다. 비로 인해 바닥이 진흙탕으로 변한 것은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등에서도 이미 상징처럼 됐을 정도로 '불가항력적'이어서 굳이 단점으로까지 지적되지 않는다.
 
그러나 캠핑존에 최소한 침수까지는 막았어야 했다는 게 참가자들의 의견이다. 둘째 날 캠핑존에서 침수된 텐트를 정비하던 김모(24,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씨는 "다른 불편사항은 록 페스티벌에 온 사람이면 감안을 해 괜찮지만, 잠을 자는 캠핑존 텐트에 물이 차오르는 문제는 사전에 비가 왔을 때 답사 등을 통해 물 빠지는 정도를 살펴보고 장소 지정을 했다면 어느 만큼 막을 수 있었지 않았나 본다"며 아쉬워했다.
 
아울러 쓰레기 매립지 옆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의무대에서 가장 많이 찾은 약이 두통약'이라고 했을 만큼의 악취와, 캠핑존 마감 시간인 월요일까지 운행되지 않고 전날 끊어져버린 셔틀버스 등 조금만 신경 썼어도 막을 수 있었던 문제들은 아직 '펜타포트'가 편의성 측면에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입증했다.


메인스테이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열정적인 무대를 보이고 있는 더블유 앤 웨일


- '펜타포트' 향후 과제는?
 
올해 '펜타포트'는 아이돌 스타와 록 밴드를 같이 섭외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가려는 시도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편의성의 단점은 신경을 쓰는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아이돌이 성의없는 무대를 밟을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선 사전에 출연진에게 강한 언질을 주든지 출연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게 주최측의 숙제다.
 
아울러 내년에는 누가 봐도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메인 스폰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20만 관객몰이에 성공했으며 오는 10월 초 열리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 국제재즈 페스티벌'의 경우, 롯데그룹 자체를 메인 스폰서로 잡아 그룹 계열사 편의시설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라인업 역시 재즈 계열에서 VIP급에 해당하는 뮤지션들이 무더기로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인터넷 음악방송 사이버자키 이승희(34)씨는 "비록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메인 스폰서 유무가 어떤 효과를 낼지 살펴보는 것은 '펜타포트'에 큰 참고사항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20만 관객을 불러들인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국제재즈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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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니 2011-08-10 11:09:22
앞으로 더 좋은 펜타포트록 페스티벌을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안과 의견들 필요하지요!! 내년에는 더 나은 공연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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