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올리는 좋은 작품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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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올리는 좋은 작품도 많아요"
  • 배영수
  • 승인 2011.08.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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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극단한무대' 최종욱 대표

최종욱 '극단한무대'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예술·문화단체는 '극단한무대'다.

취재 : 배영수 기자

흔히 "연극을 보러 어디로 많이 가느냐"고 물으면 "대학로로 간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 연극 메카는 대학로다. 인기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조로'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옥탑방 고양이', 그리고 최근 외설 연기로 논란을 빚었던 '교수와 여제자' 등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연극들은 모두 대학로를 중심으로 했다. 그러나 280만이라는 적지 않은 인구가 거주하는 인천에도 작품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 연극' 몇 편은 꾸준히 올려지고 있다.
 
그 '좋은 연극' 중 하나인 '용서'는 바로 인천의 한 섬인 무의도가 배경인, 인천시민에게 무척 친근하게 다가설 만한 작품이다. 홀로 자식을 키우는 같은 처지의 두 어머니 슬하 아들끼리 생기는 갈등과 반전 등이 엮이며 전개되는 이 극은 언뜻 줄거리만 들으면 예전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 드라마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시놉시스 속에 숨은 '우리네 어머니들 얘기'라는 주제를 발견하는 순간 숙연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오는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수봉공원 문화회관 소극장서 열리는 이 공연 연출자인 최종욱 '극단한무대' 대표를 만났다.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그가 맨 처음 꺼낸 말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였다. 지역 문화예술의 소중함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 짧은 한 마디에 모두 묻어났다.
 
그가 이끄는 극단한무대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창단해 초창기 두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창작된 신작으로 공연하고 있는 '인천이 자랑하는' 극단이다. 최 대표는 처음 사람들이 모였을 때는 그저 당시 비슷한 마음과 생각을 품고 있었던 젊은이 모임 성격이 강했지만, 연기하는 작품 질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 일원들이 "앞으로는 더 좋은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다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런 마음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극단한무대를 주목하는 이유다. 창단 이후 주요 전국연극제에서 거의 놓치지 않고 수상을 하고 있는 일은 기본이고, 이제 전국 연극계에서도 "극단한무대가 하면 기본 이상은 간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우리는 배우와 제작자 간 상호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걸로 정평이 나 있는 단체"라며 "지역 내 타 극단에 비해 배우들에게 대우도 잘 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말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 극단이 공연해 인천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각각 대상과 은상을 수상했던 '달아달아'의 경우 2008년 거제도에서 공연 당시 외지 팀이었음에도 수많은 관객을 모았고, 작품은 인천에서도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작품이었던 '달의 정원' 역시 호평을 받았는데, 최 대표는 이 작품이 우리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는 걸 감안해 '이번에는 어머니들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용서'를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인공 어머니의 삶 속에는 주인공 자신을 위한 어떤 행위도 없다. 모두 자식들, 남편들, 집안을 위한 것뿐이다.
 
"전라도에 사는 두 어머니가 남편을 여의고 자식 한 명만 바라보며 무의도로 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는 이 두 아들에 대한 갈등에서 시작되죠. 주인공 아들이 군대 간 사이에 이 아들과 사귀고 있던 여자를 다른 어머니 아들이 가로채요. 그 갈등이 결국 싸움으로 번지고 주인공 아들이 실수로 다른 어머니 아들 손에 죽게 됩니다. 그래서 그 아들이 감옥엘 가고, 그 어머니가 병으로 죽죠. 그런데 그 여자가 아이를 낳아요. 이 아이는 죽은 주인공 아들의 생물학적 아들이고요. 주인공은 그 아이가 자신의 손주인 걸 모르고 키우게 되죠." - '용서'에 대한 최종욱 대표의 시놉시스 소개 중.
 
앞서 언급했듯 극단한무대는 모든 작품을 창작극으로만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무대, 음향, 조명 등 연출서부터 연기까지 모든 사항을 극단 내에서 소화하는 상황. 이에 대해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 민감할 수도 있는 이 점을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최 대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극단한무대'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항상 뒤따라 다닌다고 했다. 제작 가능한 작품 폭을 넓히기 위해 스태프도 자체 확보하고 있고, 연출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배우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본디 배우들은 여러 연출자를 만나야 하는데, 재정 문제가 있어 모두 내가 연출을 하다 보니 이 부분에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솔직한 그의 속내다. 그러나 이내 "연극은 관객과 함께 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천 연극계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극단이 절실한 상황인데, 우리가 그 역할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면서 "어느 정도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관객과 배우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모토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극단한무대가 인천을 연고로 활동하는 팀인 만큼 인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전해져 오는 전설도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어차피 픽션화가 주작업"이라고 말한 최 대표는 짤막한 사건이라도 있으면 인천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그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지역 예술문화는 시민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위 '로컬 문화' 수준이 올라가면, 자연적으로 그 나라 문화예술 수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인천에서 열리는 상당수 공연도 서울 못지않아요. 그런데 같은 공연이라도 서울에서 하면 10점, 인천에서 하면 6~7점을 줍니다. 물론 대기업 스폰서가 배후에 있는 메이저 공연들도 좋지만, 인천에서 열리는 좋은 작품도 많거든요. 그러니 좀 작은 무대에서 열린다고 무조건 질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많이 보러 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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