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국갈비 - '시원하다', '시원하다' 하며 먹는 강화도 향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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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국갈비 - '시원하다', '시원하다' 하며 먹는 강화도 향토음식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4.02.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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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강화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젓국갈비, 중독성이 있다
맑은 탕국의 젓국갈비. 개운맛으로 감칠맛이 난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젓국갈비. 중독성이 있다.

 

산과 갯벌, 바다를 품은 강화도에는 우리 역사와 함께해온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서 강화도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도 남아있다. 특산품인 순무로 담근 순무나박김치가 그렇고, 젓국갈비도 강화도에서만 맛보는 색다른 음식이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입이 궁금하다. 뜨끈한 국물음식이 생각났다. 오늘 같은 날은 뭘 먹을까?

"당신, 막걸리 생각 안 나요? 젓국갈비에."

"좋지. 탕국에 막걸리 한 잔! 어째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아내와 나는 조선조 25대 철종 임금이 등극하기 전 잠저(潛邸)였던 용흥궁(龍興宮)으로 갔다. 이곳 골목에는 오래전부터 젓국갈비로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 가까운 이웃도 불러 넷이서 함께 했다.

 

강화 새우젓과 돼지갈비의 만남

강화도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무려 50배에 달하는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강화 갯벌은 시시각각 얼굴을 달리한다. 물이 빠진 갯벌은 드넓은 뻘밭이 되어있다가 물이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출렁이는 바다로 변한다. 갯벌의 바다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민물이 바다와 섞이면서 젓새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알려졌다. 한강하구 강물과 합류한 낮은 염도의 바닷물은 질 좋은 새우를 키워 내 우리나라 젓새우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이다.

새우가 많이 나는 강화도에서는 새우젓으로 다양한 음식에 이용하였다. 김장김치뿐만 아니라 젓국갈비와 같은 향토음식이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젓국갈비는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오래 전부터 강화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와 도톰한 두부, 각종 야채를 넣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젓국갈비의 주인공은 돼지갈비. 그런데 주인공 못지않게 맛을 좌우하는 게 새우젓이다. 젓국갈비는 흔히 먹는 돼지갈비전골에 해당한다. 돼지갈비와 함께 두부,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 만든 탕국이다. 여기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새우젓과 돼지고기는 찰떡궁합으로 알려졌다. 단백질과 지방이 주성분인 돼지고기에다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풍부한 새우젓이 곁들여지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젓국갈비는 조각조각 낸 돼지갈비를 삶아 초벌을 익힌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두부, 싱싱한 각종 야채를 넣어 끓인다. 얇게 썬 무, 감자, 당근 등 뿌리채소와 애호박, 대파, 당근, 미나리, 날배추와 같은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가는데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레시피이다. 특이한 것은 소금이나 간장 대신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는 강화 새우젓이 들어가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간 젓국갈비로 유명한 음식점.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우리가 찾아간 젓국갈비로 유명한 음식점.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예전 집에서 끓여 먹었던 젓국 요리법이 집집마다 달랐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웠던 집은 고기가 들어가지 못했고, 부잣집에선 고기가 넉넉하게 넣었다고 한다. 두부를 만든 날, 집에서 거둔 각종 야채를 푸짐하게 넣어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다.

 

시원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우리가 찾은 음식점은 TV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맛집이다. 유명 인사들의 방문 딱지도 여기저기 붙어있다. 원조 젓국갈비집이라는 선전이 요란하다.

 

정갈한 밑반찬. 밴댕이젓갈과 순무김치가 특히 맛이 있었다.
정갈한 밑반찬. 밴댕이젓갈과 순무김치가 특히 맛이 있었다.

 

예닐곱 가지 밑반찬이 정갈하게 나왔다. 여느 음식점에서 맛보는 반찬이지만 밴댕이젓갈에 눈길이 간다. 빨갛게 숙성이 된 순무김치가 맛나 보인다. 하얀 강화섬 쌀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맑은 탕국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감칠맛이 돌며 내 입맛에 딱 맞다. 아내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함께한 이웃도 "정말 시원하다 시원해!" 라면서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젓국갈비와 함께 먹는 인삼막걸리가 술술 넘어간다.

 

반주로 곁들인 강화 인삼막걸리 한 잔이 꿀맛이다. 젓국갈비는 술국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술이 술술 넘어간다.

국물에 강화도 바다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은 맛이 바로 이거다 싶다. 두부와 각종 야채와 곁들여 영양적으로도 으뜸이다. 수삼 몇 뿌리가 들어가 음식이 고급스럽다. 요즘 채솟값이 치솟아 그런지 버섯이나 여러 채소가 적게 들어가 좀 아쉽다. 그래도 아내는 감자와 도톰한 두부가 많이 들어있어 괜찮다고 한다.

대자(큰 냄비)35,000원인데, 4명이 먹기에 알맞은 양이다. 요즈음 물가로 따지면 가격도 착한 편이다.

 

맑은 탕국의 젓국갈비. 개운한 맛으로 감칠맛이 난다.
맑은 탕국의 젓국갈비. 개운한 맛으로 감칠맛이 난다.

 

봄비 오는 날, 속이 확 풀리는 젓국갈비를 참 맛나게 먹었다. 강화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웃은 처음 대하는데, 중독성이 있는 맛이라며 칭찬이 대단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아내는 한마디 한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맛나게 할 것 같아! 번거로울 것도 없고!"

돼지등갈비를 사다 집에서 두부와 농사지은 야채를 듬뿍 넣어 새우젓 양념으로 강화도의 맛을 보여준다고 하니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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