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울에 1대1로 비겨 - 판정 해프닝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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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울에 1대1로 비겨 - 판정 해프닝은 '덤'
  • 김동환
  • 승인 2011.10.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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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8라운드

▲ 정인환의 선제골에 환호하는 미추홀보이즈(위), 노골 판정에 항의하는 서울 선수들(아래)
 ⓒ UTD기자단 남궁경상
 

13위. 이미 올 시즌 목표였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간 셈이었다. 하지만 목표가 무산됐다고 해서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경기가 남았고 팬들을 위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가 FC서울(이하 서울)을 불러들여 승리를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인천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진영부터 서울을 압박하며 좌우에서 조이는 방법으로 공격을 펼쳤다. 서울은 인천의 파상공세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수비에 치중했다.

인천은 후반 17분, 왼쪽 코너킥 지점보다 조금 앞선 곳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정혁이 침착하게 감아 올렸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하던 정인환이 헤딩으로 살짝 방향을 바꾸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 28분에 인천 골문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를 서울의 몰리나가 왼발로 감아 차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양 팀은 이후 치열한 공격을 펼쳤지만 마무리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끝마쳤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의 이기려고 하는 의지는 대단하지만 마무리 부족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 그 자체만으로도 치열한 경기… ‘인천 vs 서울’

두 팀의 경기는 ‘치열하다’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어느 팀과의 경기든 치열하지 않겠냐만 유독 두 팀의 경기는 끝난 후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누워버릴만큼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양 팀 통산전적에서는 인천이 서울에 ‘4승 10무 9패’로 밀리고 있지만 홈에서는 ‘3승 4무 3패’로 인천은 서울과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신경전’으로 따지면 그 정도는 더하다. 16일 경기에서도 인천과 서울은 엄청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안의 선수들 사이에는 자칫하면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만큼 불꽃 튀는 신경전이 진행됐다.

전반 14분에는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혁이 서울 선수들에게 몸싸움을 하며 신경전에 시동을 걸었고, 후반전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얻은 인천의 프리킥 찬스에서는 서울의 현영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인천선수와의 격한 몸싸움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번 경기도 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누우며 체력적, 정신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음을 보여줬다.

◇ ‘명품헤딩’… 정인환의 선제골

전반전동안 인천은 서울을 압박하기 위해 수많은 공격루트를 탐색했다. 하지만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치고 말았다. 인천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마무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발로 못 넣으면 머리로라도 넣어야 하는 것이 축구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골이 필요한 인천이었다.

중앙 돌파가 여의치 않자 인천은 후반 들어 한교원과 카파제의 위치를 자주 바꾸는 전술을 선택했다. 측면을 노려서 득점으로 연결한다는 생각이었다.

팀 내 가장 왕성한 기동력을 가진 바이야가 중앙에서 서울의 공격을 차단하면 좌우의 카파제와 한교원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어나갔고, 이재권과 정혁이 서로 2대1패스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전진하기도 했다. 오른쪽에서 한교원이 돌파하여 가운데로 낮게 크로스를 하거나 이재권이 측면으로 이동해 가운데로 공을 올리면 카파제가 달려들어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역시 ‘점’을 찍지는 못했다. 보는 이도 아슬아슬한 ‘줄타기’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꾸준하게 측면을 공략하던 인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17분, 한교원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코너킥 지점으로 달려가던 중 서울의 진로방해로 프리킥 찬스를 얻어낸 것이다. 왼발의 장원석과 오른발의 정혁 중에 공을 향해 다가온 사람은 정혁이었다. 오른발로 골대를 향해 공을 감아올린다는 계획이었다.

코너킥 지점보다 조금 앞선 곳이라 프리킥에 매우 유리했다. 잠시 숨을 고른 정혁은 골대를 한 번 쳐다본 후, 차분히 공을 감아올렸다. 수비진 사이에서 기회를 노리던 정인환은 수비수들이 방심한 틈을 타 뒤쪽에서 골대를 향해 날아올랐고, 살짝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으로 서울의 골문을 갈랐다.

서울은 최근 원정에서 2연패, 3경기 연속 1실점을 기록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정인환의 골이 결승골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경기였다.

◇ ‘명불허전’… 몰리나의 왼발 프리킥

후반 28분, 인천은 페널티구역 정면에서 파울을 범하며 서울에 프리킥 찬스를 내주게 됐다. 서울의 키커는 몰리나였다. 몰리나는 프리킥, 코너킥을 모두 담당할 정도로 그의 킥은 매우 정확하다. 따라서 그가 망설임 없이 프리킥 지점으로 향한 것도 당연했다.

이윤표가 수비벽을 리드하면서 권정혁과 싸인을 주고받는 동안 인천과 서울 선수간의 몸싸움이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프리킥이 조금 지체되기도 했다. 경기 템포를 끊으려는 인천 선수들의 속내가 살짝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몰리나는 이에 개의치 않고 골문 왼쪽을 향해 공을 감았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권정혁의 다이빙에도 불구하고 골대 그물을 출렁였다.

◇ ‘골? 노골? 아니 골!’…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린 심판판정

몰리나의 프리킥은 고개를 끄덕일 만 했다. 이미 그의 실력은 검증됐고, 서울전에서는 프리킥 찬스를 되도록 내주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후반 28분, 그토록 주의를 했음에도 결국 몰리나에 프리킥 골을 허용했고 서울 선수들은 동점골의 기쁨을 나누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기쁨도 잠시, 경기를 진행한 제1부심인 원창호 부심이 기를 들어 올렸다. 이는 ‘오프사이드’반칙을 알리는 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대부분도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선호 주심도 부심이 오프사이드로 판정했다고 생각하여 ‘노골’을 선언했다. 이에 서울 선수단은 일제히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몰리나의 득점이 무효로 선언된다면 선제골로 리드하던 인천이 서울의 기를 확실히 꺾어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묘한 일이 터졌다. 몰리나의 프리킥이 다시 득점으로 인정된 것이다. 조금 전에 심판을 향해 항의하던 서울의 선수단 대신 이번에는 인천의 코칭스태프가 항의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판정이 번복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서울의 득점이 인정됐고 경기는 ‘1대1’로 끝났다. 경기 종료 후에는 ‘인천-서울’전의 이운택 경기감독관이 직접 인터뷰룸을 찾아 기자들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울의 프리킥은 간접 프리킥이었기 때문에 몰리나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몰리나는 자신의 옆에 있던 현영민에게 공을 슬쩍 밀어주고 그에게서 다시 공을 받아 왼발로 감아 찼다. 하지만 원창호 부심은 몰리나에 가려져 있던 현영민을 보지 못했고, 이를 몰리나가 직접 프리킥으로 찼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따라서 원창호 부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유선호 주심은 ‘프리킥’ 상황에서 부심이 기를 드는 것은 당연히 ‘오프사이드’일 경우이기 때문에 ‘노골’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이에 서울 선수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주심과 부심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대화가 오갔고, 원창호 부심의 오심으로 결론 났기 때문에 서울의 득점이 인정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득점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심판의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특히 전날 있었던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도 경기를 맡았던 김종혁 주심의 오심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를 그가 트위터를 통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경기를 책임지는 심판의 판정은 한 팀의 시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래저래 심판의 판정으로 얼룩진 주말이 된 점이 아쉽다.

한편 오늘 경기는 인천팬들에게 2007년 9월에 유선호 심판이 맡았던 수원전의 악몽 이후, 다시 한 번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던 경기로 남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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