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온 통일후 시대와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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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온 통일후 시대와의 협력
  • 구영모
  • 승인 2011.11.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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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사할린귀국자와 함께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북한이탈주민과 사할린영구귀국자, 지역 주민들이 25일 남동구 논현2동주민센터 마당에서 '사랑의 김장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남한, 북한, 사할린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벌인 이날 '이웃돕기 사랑 나눔의 한마당'은 '앞서온 통일후 시대 8천만 주민의 교류협력 생활 모델'이라고 여겨진다.

이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 8월 무더위에 수산동 밭 1천500평에 남북그린피아(회장 성하현)를 비롯해 남북그린피아통일실버대학(학장 이애란) 소속 북한이탈주민과 사할린영구귀국자들이 배추 2500포기와 무, 갓을 심은 후 이를 수확해 논현2동주민센터(동장 김린)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논현2동에서는 양념을 준비해 김장을 하게 됐다.

북한이탈주민이나 사할린귀국자들은 대체로 소외계층으로 그려져 있어 수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후원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이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수확해 어려운 남한 주민들에게도 사랑을 베풀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펴던 사람들이 주변에는 참 많다. 특히 통일지도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 차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선과 악의 문화 우월주의자'로 치달아 오히려 교류와 화합의 한계를 느끼는 분을 많이 보아왔다. 2만 명 북한이탈주민과 화해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서 돌아서서는 그 입으로는 계속 통일이나 통일후 시대를 논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런 현상은 보수나 진보 사람들이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통일후 시대에 바로 혼란상으로 직결된다.

삶의 문화 차이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들은 종종 무시당한다. 결국 차별 속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주민이 되기보다는 의기소침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제3지대' 사람으로 물러서고 만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주체이면서 언제나 주인의식을 당당히 갖고 동반자로서 삶을 살아야 한다. 남북그린피아는 이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북한이탈주민 통일실버대학을 운영하며 북한이탈주민 67명에게 '차이문화 이해와 자력갱생 정신과 주인으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관 교육을 하고 있다.

수산동농장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누구나 북한에서 '협동농장'이라는 집단생활을 하며 '분조관리제' 하에서 살다 왔다. 허울뿐인 자력갱생 집단의 삶 자체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기억하기조차 싫은 공동농장을 꾸리며 생산 활동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수산동 농장에서는 공동 활동을 하면서 노력한 만큼 수익을 나누어 갖게 하고 여가를 즐기며 건강을 돌본다.  

김장을 하던 중 남과 북과 사할린 출신자들이 배추를 옮기고 새마을부녀회원 사이에 서서 김치를 버무리며 서로 남한식, 북한식, 사할린식을 자랑하기도 해 '국제적인 음식자랑판'으로 어우러졌다. 한 새터민은 북한식 김치라며 한 쪽 찢어 배진교 구청장 입에, 그리고 남영신 인천시장 사모 입에 넣어주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서로 "새터민들이 직접 생산한 배추라서 그런지 참 맛있다"며 얼굴을 맞대고 웃어댄다. 배진교 구청장은 "오늘 바람직한 모습을 보고 내년에 자랑스런 남동구민상을 수여해야겠다"라고 했다. 김린 동장은 봉사하러 나온 새터민과 사할린동포들에게 세심하게 배려하며 챙겨주었다.

만들어진 사랑의 김치는 관내 북한이탈주민, 사할린영구귀국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차상위 계층 등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준다. 김치 안에는 8천만 민족의 사랑이 녹아 담겨 있다. 벌써 마음마저 움츠러 드는 추위를 맞아 사랑을 담은 김치를 받은 이웃들은 이 사랑의 힘으로 겨울나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받을 터이다.

논현2동에서 벌인 '사랑나눔 김장행사'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후 시대 표본 주민생활상 중 하나다. 앞으로 이 같은  화해와 교류협력의 생활상이 지속적으로 폭넓게 확산될 때 남북은 함께 선진일류 국가로 진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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