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난립' - 위기 해결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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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난립' - 위기 해결은 '난망'
  • 송은숙
  • 승인 2011.12.2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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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2주년 특집] 인천 언론, 이대론 안 된다 ②

인천시청 지방기자실
① 생존의 기로에서 뛰는 기자들

② 인천 언론, 그 모습은 지금 어떤가

③ 대안, 그 전환점을 찾아

취재 : 송은숙 기자

'위기의 일상화' 속에 기자들의 취재활동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려면 비판·감시기능에 충실해 '사실'과 함께 가려진 '진실'을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영 한계로 인한 열악한 취재 시스템은 이를 어렵게 한다.

E신문 P기자는 "기자 개인은 물론 이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사가 생존에 직면하면서 기자의 사명감이며 언론의 역할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언론 스스로 무감각해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그 결과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내놓는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취재원을 접촉하고 발품을 팔아 그 사실이 틀린지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데, 일부 출입처나 특정 취재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지금 취재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진실은커녕 사실조차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

지역여론을 분석해 방향을 제시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기능을 제대로 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안에 대해 특정여론을 쫓아가기만 하고, 그 여론이 잘못됐을 때 '아니다'라고 바로잡아 주는 역할이 부족하기만 하다.

지역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보고 느끼는 인천 언론의 현실은 어떨까. 우선 20여개에 이르는 지역 언론사 수가 너무 많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협소한 지역광고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제대로 규모를 갖춰 인천지역 의제를 선정하고 지역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신문사가 없는 게 오늘 인천 언론의 문제"라고 요약한다. 신문발행에만 목적을 둔 행태는 급기야 관-언유착과 같은 고리를 형성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래서 지역언론사들의 자발적 통폐합을 요구한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사 자체의 재정적 경쟁력, 언론의 사명을 유지하려는 기자정신, 지역 차원의 노력, 지역자본의 '착한 투자'도 절실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영우 인천대 신방과 교수는 "협소한 지역광고 시장을 놓고 여러 지역신문이 난립하고 있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먼저 지적한다. 그는 "지역 언론사 대다수가 극소수 오피니언 리더나 인맥 등을 통해 구독층을 형성해 광고 효과 자체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시민들이 지역사회에 갖고 있는 관심도가 아주 낮은 현실도 인천 지역언론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다. 지역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했는데, 관행적인 기사로 주목을 끌지 못했던 것도 문제다."

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쓸 때는 공정해야 하는데,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의 의견은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강병수 인천시의회 의원은 "보도에서 사실과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라며 경계한다. "발로 뛰고 자료를 정확하게 검토해 기사를 써야 하는데, 보도자료에 근거하거나 성명서를 사실 확인 없이 인용하는 게 문제다." '팩트'에 입각하지 않은 기사가 많아질수록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강 의원 판단이다. 강 의원은 "기자들에게 적정한 급여와 대우를 통해 스스로 준비하고 학습하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언론사 자립경영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조언한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의 문제의식이 눈에 띄지 않고, 전체적인 기사의 객관성이 취약하다"면서 "신문의 수준, 기사의 수준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지역의 대표적 지역신문이 나와야 하며, 전혀 구실을 못하는 매체는 배제해야 한다"면서 지역신문 난립에 우려를 표시했다.

손동혁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은 "경영악화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기자 역량이 유출됨으로써 신문을 제작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면을 채우기 급급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깊이 있는 기획과 기사의 질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그렇지 않아도 적은 지역신문 독자들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단 지역언론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10개 이상 되는 신문이 비슷비슷하다. 기자의 장기적인 근무가 어려워 전문성이 떨어지며, 결국 베끼기 기사가 남발돼 언론이 아니라 소식지로 격하되고 있다."

서원경(전 '한겨레21' 인천지부장)씨는 "인천은 아직 일반 기업 역량이 미흡하다. 대기업 공장, 혹은 하청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천 언론사에게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광고를 주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체가 너무 많고, 특정한 마케팅 타켓을 점유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보도 활동과는 관계없이 현 상태에서 경영 위기 상황을 타개 할 수는 없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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