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허대(凌虛臺) 전설, 극(劇)으로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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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허대(凌虛臺) 전설, 극(劇)으로 살아나다!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1.12.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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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지역사랑' 연극에 담아내

연수구 옥련동에는 ‘하늘 높이 비상하는 곳’이라는 뜻의 능허대가 있다.

이 능허대는 아주 옛날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던 곳으로 백제, 고려, 조선시대 때 국제적인 교역 중심지였다.

이 능허대지 근처에 있는 한나루는 백제 사신들이 중국으로 출항하던 국제항구로 이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백제의 사신과 기녀가 서로 사랑을 하면서 사신이 배에 오르던 날에 기약 없이 멀리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기녀가 바위에서 떨어져 죽고, 그 후로 이 바위를 ‘기암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는 전설이다.

이 아름다운 전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극으로 다시 살아나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능허대 사랑비’라는 제목의 이 연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연수구 후원, 연수문화원 기획 및 제작으로 지난 24일 연수구에 위치한 대건고교와 연수여고 연극반동아리 학생들이 함께 뜻을 모아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능허대’를 알리는 연극을 만들었다.

연수문화원 김원옥 원장은 “2011년 향토사 대중화 사업 일환으로 의미 있는 연극을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준비해서 시민들에게 무대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인천 부읍지>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까지 하게 되었는데 대견스럽네요. 지난 5월부터 7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어요.”라며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켜본다.

이 연극은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다.

연극반 학생들은 지역에 있는 ‘인천시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문화재 능허대’의 역사공부를 비롯해 연극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과 호흡법, 발성법, 안무, 노래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도움으로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눈물겨운 연습을 했다.

배우 박성연양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화려함 속에는 피나는 노력과 수고가 있음을 알았어요. 무대에서 웃으려면 땀과 눈물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연극 준비를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라며 공연을 위해 분장을 한다.

총감독 및 연출과 기획을 맡은 최종욱씨(55, 남구 숭의동)는 “능허대에 관한 사료집을 보면 일곱 줄 정도 짧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으로 학생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며 100%창작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학생들이 잘 해주어서 큰 작품을 만든 것 같아 보람되고 아이들이 기특합니다.”라며 “공부하는 학생들이다보니 시간을 내서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무대를 선보이게 되어 고맙고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의 줄거리는 백제의 근초고왕 때 이야기이다.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사신단이 파견을 했는데, 미추홀의 능허대라는 한나루에서 주인공 아선장군과 송화라는 기녀가 만나 애틋하고 슬픈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서로에 대한 애절한 사랑에 관객들은 함께 가슴 아파하며 전설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관객 김형준(대건고교 2년)군은 “친한 친구가 출연을 하게 되었어요. 평소에는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 장난도 잘 치고 재미있는 친구였는데,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연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배우 같고 멋있었어요. 또 이번 기회에 연극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공부도 한 것 같아서 더 좋았습니다.”라며 웃는다.

관객 김도연(연수여고 2년)양은 “평범한 학생이 아닌 정말 전문배우가 하는 것처럼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어요. 우리 집이 능허대 근처인데, 평소 이곳을 지나치면서 이런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곳인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오늘 연극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의미 있는 연극을 봐 행복하고 기억에 남아요.”라며 배우들을 보기 위해 무대로 향한다.

배우 이예지양은 “제 꿈이 배우거든요. 오늘의 성공적인 연극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고 또 이렇게 진짜 배우처럼 분장도 하고 무대경험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미리 좋은 직업체험을 한 것 같아 무척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고장에 대해 몰랐던 것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연극을 통해 친구들과 마을사람들에게 역사 속에 숨은 이야기를 알릴 수 있어 기쁘고 사명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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