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과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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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과 아시안게임
  • 최병국
  • 승인 2012.01.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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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최병국 / 인천미술협회 회장


시민ㆍ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이
얼마 전 인천시청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자료사진)

1970년대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일이지만, 인천 미술계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라면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이다. 이 문제는 인천시가 40~50년간 급하게 해결하지 않아도 될 차순위로 미루어 지금까지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인구 230만의 광역시로 되었다. 

그동안 인천시장이 여럿 바뀌었지만 국제도시 인천의 위상 정립이라는 명분으로 외형만을 키우는 데 급급하였다. 그래서 국제도시 중국 상하이와 경쟁한다고 인천도시축전 같은, 말도 안 되는 졸속행사를 치르고 지금은 2014년 아시안게임 준비에 몰두하게 되었다.

매번 인천시장 선거공약에 미술관 건립 문제는 꼭 들어간다. 이번 송영길 시장 캠프에서도 시립미술관 건립을 미술계 최우선 실행과제로 삼아 공약하였고, 취임 이후 담당부서와 시 의회가 단호한 의지를 갖고 시립미술관 건립을 천명하였다. 그래서 작년 한 해 시립미술관 부지 선정 문제로 한동안 시민공청회를 하는 등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인천 도화지구에 배치한다는 일밖에는 결정난 게 없다. 올해 무언가 진행되겠지만 결국은 예산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눈치만 보게 될 것 같아 씁쓸하다. 인천시 관심사는 코 앞에 닥친 2014년 아시안게임에 가 있어 다른 문화행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 느낌마저 든다.
 
인천문화단체 예산이 전년도와 동일하게 책정되거나 적게 배정되는 걸 보면 2014년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새로운 행사나 일 진행은 하기 힘들 것처럼 보인다. '제로섬' 게임 같이 '하나를 하면 하나는 못하는' 판국이다.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오랫동안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온다.

미술분야 특성상 오랜 시간 개인적 작업을 필요로 하며, 각 개인의 성격이 독특하여 서로 모여서 하는 일은 잘 못한다. 분초를 다투며 기록을 만들고, 팀으로 시합하는 데 익숙한  말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체육계와는 현실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이지만, 다른 광역시에서는 다 끝난 일들이 아직도 진행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전 시 집행부에서는 인천시 재정이 든든하고 자립도가 뛰어나다고 홍보하여 그리 알고 있던 시민들이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선 매번 듣는 게 재정이 고갈되어 파산 지경이라니. 이렇게 되기까지 경제 불황도 한몫하였지만 급작스럽게 드러난 인천시 재정파탄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2014년 아시안게임은 10여개 경기장을 새로 짓고, 그나마 주경기장 건설에 국조지원이 확정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플래카드가 나붙는 걸 보면 경기장 신축 금액은 시가 담당할 수 없이 큰 금액일 터이다. 경기장 하나만도 못한 시립미술관건립은 확정 스케줄이 없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치권력은 바뀌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천 미술문화는 뒷전이요, 행사에 불러주는 일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손님 신세인지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문화체육관광을 함께 묶어놓은 인천시 행정 구조를 보아도 알듯이 문화체육은 함께 균형적 비중을 차지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야지, 여기가 도시국가 스파르타도 아니고 전국체전에 아시안게임준비 등 맨 체육행사 준비로 시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하나 무관심할 수는 없어 2014년 아시안게임준비 설명회에 참석해 얘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외부용역이요 외국컨설팅이니, 인천의 색깔이나 인천의 문화는 누가 대변하고 참여하고, 이끌어 나갈지 걱정된다. 조직위원장 직속으로 특보단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소통할 기구를 상시 운영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실무자들과 인천 문화시민단체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들은 갖고 있으나 생각으로는 안 된다. 지역 문화인들과 아시안게임조직위와 연결될 통로를 만들어 함께 노력하여 아시안게임이 문화축제로 인천문화 특색을 담아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시립미술관이 여태 없어 인천시민들이 불편해 생활을 못하지 않듯이, 아시안게임에 인천문화를 담아내지 않는다고 인천인들이 불편하지는 않다. 아시아인들은 전체 내용을 보며 판단을 내릴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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