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창영초교 3ㆍ1절 기념 행사
상태바
아쉬웠던 창영초교 3ㆍ1절 기념 행사
  • 민운기
  • 승인 2012.03.1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민운기 /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공동실행위원장

지난 3월 1일 오전 10시 창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제93주년 3ㆍ1절 기념행사가 인천 동구청 주최로 열렸다. 창영초등학교는 3ㆍ1독립만세운동 인천지역 발상지인데도 그동안 이렇다 할 별도의 행사를 갖지 못하다가 동구지역 한 시민단체 제안을 기꺼이 수용하여 지난해부터 독자적으로 마련하게 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머릿속에서만 상상하던 일이 현실화하고, 그동안 개발 문제, 이념 문제 등으로 뒤숭숭했던 상황에서 이날만큼은 나라 잃은 설움을 떨치고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분연히 일어났던 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기렸다. 동구 관내 주민과 유지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금창동 일대를 한 바퀴 돌며 "대한독립만세!"를 함께 외치다 보니 이내 밀려드는 감동이 적지 않았고, 잘 살려 나가면 또 다른 축제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았음을 기억한다. 
 
더욱 갑자기 추진하게 된 터라 준비할 기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별도의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제대로 된 행사 단상도 갖추지 못해 모 방송국 공연 차량을 빌려 쓰는 등 부족한대로 구색을 갖추려 노력한 모습이 여러 가지 아쉬움에도 모든것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올 3ㆍ1절 기념행사는 인천시 주최로 격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결국은 동구청 주관으로 결정되었고, 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바 없었다. 오히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행사를 야외에서 열다 보니 지난해 빌려왔던 모 방송국 차량을 다시 단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제93주년 3ㆍ1절 기념식'이라는 무대 상단 알림막 외에는 당시를 회상하게 하거나 이를 대하는 후세들의 마음이나 태도 등을 담아내는 이미지나 문구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차량 곳곳에 반복·부착되어 있는 방송국 홍보디자인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과연 이곳이 3ㆍ1절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인지, 방송국 공연무대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고 행사내용에서도 인천에서 처음 시작된 3ㆍ1독립만세운동을 기려 뒤늦게나마 마련한 자리라면, 당시 이곳에서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상황, 조건 속에서 누가 어떤 연유로 시작을 하여 촉발이 되고 인천 전역으로 퍼져나갔는지에 대한 '경과보고'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그 객관적 사실과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 이를 오늘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지만, 독립선언서 낭독이 전부였다. 또한 진행도 경직된 데다, 하다못해 동구 관내 합창단도 있을 텐데 이럴 때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채 어떤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념 제스처만 남긴 것 같아 못내 씁쓸했다.    
                   
행사 참여를 마치며 이런 식으로 계속 하다가는 의례적인 행사 하나 추가하는 꼴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ㆍ1절 기념행사를 왜, 그리고 이곳에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 그 정신과 의미를 오늘에 제대로 살려낼 수 있도록 마음과 정신을 모으고 다양한 노력을 벌여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올해 무산된 인천시 주최 방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인천 3ㆍ1독립만세운동 시발의 역사적 현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탈맥락적 장소인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것은 무언가 어색하고 중요한 게 빠진 느낌이다. 둘째, 행사 주최는 자치단체에서 하더라도 주관은 가칭 '3ㆍ1절 기념행사추진위원회' 같은 민간차원 조직을 꾸려 인천 3ㆍ1독립만세운동 전반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기념행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 시기를 전후하여 각종 학술행사나 자료 전시, 기념 공연, 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으로써 범시민 차원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관계부처와 인천 3ㆍ1독립만세운동 연구자와 유가족, 그리고 시민사회와 원활한 협의와 준비, 공감대 형성을 통해 변화한, 함께 만들어가는 3ㆍ1절 기념행사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