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강바람' - 아름다운 서정적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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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강바람' - 아름다운 서정적 동요
  • 이창희
  • 승인 2012.04.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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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박태현을 아시나요?"


<노래비:예안 작>

작곡가 박태현은 동요 음악계의 '아웃사이더'라고 불리고  있다. 박태현은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삼일절 노래, 한글날 노래, 애국가요, 국민가요 등을 작곡하였다. 연주활동과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음악가이다.

1907년 9월 19일 평안남도 평양 설암리에서 기독교 집안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박일찬, 어머니는 한인찬이다. 선대로부터 예능분야에 뛰어난 가정환경과 교육열이 높은 부모로 인하여 일제강점기 시절이지만 신학문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평양에서 숭덕학교와 숭실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당시 조선을 대표하던 중학교팀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평양숭실전문학교에 재학 중에는 예술 전반에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스승 박윤근과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음악활동에 심취하기도 하였으며 1932년에 미술전람회에 입선되기도 했다.

형 박태은이 명치대학 재학 중 이완용 저격사건에 연루되어 서울시 신당동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평양에서의 조선 미술전람회 입선과 국가대표급 축구선수였던 이력을 접고 일본 기와바다미술학교로 진학하였다. 유학 중 아버지 박일찬이 세상을 떠나자 의대 입학 권유를 외면하고 일본동양음악학교 첼로과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 귀국하여 형의 죽음을 접한 후부터는 민족정신에 관심을 가져 애국가요, 국민가요, 어린이를 위한 동요 작곡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후진 양성을 위하여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노년에는 그림그리기와 교회찬양대 지휘자로서 열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1906~1965)이 '3ㆍ1절 노래'와 '한글날 노래'를 작곡한 박태현 선생(1907~1993)에게 보낸 친필서신이 있다.

국내 서양 음악이 불모지였던 1920~30년대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한 후 유럽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지휘자 겸 작곡가 안익태가 박태현에게 보낸 편지는 10여 통. 안익태가 1948년 스페인에서 박태현에게 보낸 안부편지는 당시 스페인과 한국 간 국제우편물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미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보내졌다. 편지 봉투 뒷면에는 1948년 8월 9일 소인이 찍혀 있다.

안익태가 박태현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평양출신으로 어린시절 이웃사촌으로 지냈으며 숭실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박태현은 동경국립음악학교(첼로과)를 졸업(1930년)한 안익태의 영향을 받아 1933년 일본 동양음악학교 첼로과에 입학했고 이후 산바람 강바람, 태극기, 코끼리 아저씨, 누가 누가 잠자나, 삼일절 노래, 한글날 노래, 태극기, 눈, 봄맞이 가자, 나팔 불어요, 달따러 가자, 나 성남에 살리라 등 200여곡의 주옥같은 동요를 작곡했다.

1930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안익태는 '이승만 대통령 탄생 80주년 기념 음악회' 지휘자로 초청되어 1955년 3월 19일 25년 만에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 안익태는 고국에서의 첫 연주회를 앞둔 1954년 12월 19일 쓴 편지에서 "내년(1955년) 정월에 일본, 마닐라 등에서 지휘여행을 마치고 3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에서 연주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박태현에게 당부했다.

1962년 본격적으로 국내 연주활동을 시작한 안익태는 같은 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제1회 국제음악제에 "'(HAROLD) CONE'과의 협연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1962년 1월 28일에 보내기도 했다. 통신시설이 여의치 않았던 당시 안익태는 국내 연주회 참석을 전후해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태현에게 편지를 보내 연주회 일정 등을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태현 작사, 윤석중 작곡 '산바람 강바람'은 음률과 유연성 흐름이 세계 각국 동요 중 아주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작곡과 작사가 완벽히 결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사 중 바람이 "나무꾼의 흐른 땀을 씻어 주고, 사공이 잠이 들어 노를 저어 간다"는 표현은 정말 아름다운 표현으로 시를 낭송하는 듯하다고 한다. 

이 같은 걸작이 경제적 사정으로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서양 유학길조차  떠나보지도  못한 한국인 손에 의하여 탄생되었다고 하니 더욱 자랑스런 일이다.


제목: 산바람 강바람

1.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2.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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