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에서 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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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학교에서 책을 읽어요"
  • 송은숙
  • 승인 2012.04.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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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석천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어머니회' 화제

신현주 회장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한 초등학교에서 엄마들이  만든 '책 읽어주는 모임'이 화제다. 활동 5년을 맞으면서 이제 매주 수요일은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도, 듣는 아이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되었다.

 "오늘은 무슨 책이에요? 빨리 읽어주세요."

"쉿~ 조용히 하면 바로 읽어줄게요. 알았죠?"

수요일 아침 8시 40분, 남동구 구월동 석천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어머니회'(회장 신현주)가 매주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다. 장난꾸러기 아이들까지 수업시간보다 2~3배 집중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1~5학년 반에 들어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20분 동안 1~3권의 책을 읽는다. 위인전을 주로 읽어주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구수한 전래동화 위주로 읽기도 한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어머니회 모임을 갖는다. 다음주에 어떤 책을 읽을지 정하고, 정한 책을 미리 읽어보는 시간이다.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어느덧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책 읽어주는 어머니회'는 2009년 우연한 기회에 2명으로 시작해 10명으로 늘었다가 현재 회원은 40여명에 이른다.

모임을 처음 만든 신현주 회장."2008년 큰 아이가 1학년일 때 일기장에 제가 동화구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야기를 썼어요. 그걸 보신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와 같이 1학년 두 반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졌어요."

세 아이 엄마인 신현주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5학년과 1학년 두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다.

1학년 두 반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자 다른 반, 다른 학년에서도 책을 읽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다음해부터는 1~2학년으로 대상을 늘렸고, 2010년부터는 1~5학년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처음엔 학교에 간다고 하면 "치맛바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던 이들도 있었다. 다행히 그런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아는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3년째 책을 읽어주니 길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꽤 많아요. 오로지 '책'을 통해 내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과 가까워진 거죠. 그 과정에서 내 아이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김미진 회원)

김미진 회원은 남다른 그림실력으로 가끔은 직접 그린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동화책보다 더 잘 그린 스케치북을 넘겨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김미진 회원이 그린 동화책 '아름다운 책'의 한 장면.

"처음에는 동화구연 전문가처럼 잘 읽어줘야 하나 부담이 됐어요. 해보니까 집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애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더라고요."(최자원 회원)

"전 위인전을 주로 읽어주는 편이에요. 백범 김구 책을 읽어주면서 일제강점기 말부터 6.25전쟁 때까지 우리 근대사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식으로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 이야기를 같이 해줘요."(구현정 회원)

구현정 회원이 백범 김구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재미에 푹 빠진 회원들은 석천초등학교와 15분 거리에 있는 '푸른마을유치원'에도 '책 읽어주는 어머니회'(회장 최자원)를 만들었다. 회원들 중에는 2곳 모두 자원봉사를 하는 이도 많다. 하현진 회원의 경우에는 길병원 소아병동을 찾아 아픈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있다.

회원들은 올해 새로운 일을 하나 계획하고 있다. 바로 5~6학년 아이들이 1~2학년 동생들에게 책을 직접 읽어주는 것이다.

"읽어주는 아이들도, 듣는 아이들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엄마들이 읽어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어서 조만간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때도 취재하러 와주세요."

바쁜 아침시간을 쪼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뭉친 '석천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어머니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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