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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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Anger'
  • 최일화
  • 승인 2012.05.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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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에 가지고 간 책(2)

인도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책 저 책을 가늠해보다가 여행 가방에 꾸린 책 중의 하나가 「Anger」다. 틱낫한 스님의 영문 서적이다. 나는 이 책을 세 번 읽고 네 번째 읽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틱낫한 스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그분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 때문이다. 그분에게서 받은 영문 기고문을 모 일간지 담당 기자가 번역 발췌해서 실은 기사였는데 내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나는 기자의 이메일로 스님의 영문 기고문 전체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고, 그 기자는 친절하게도 그것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스님의 저서를 여러 권을 구입해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책이「Anger」다. 번역본보다 원문으로 읽으니 더 감동이 오는 것 같았다. 나는 직장에 재직하면서도 수시로 이 책을 펼쳐 한 페이지 혹은 몇 구절씩 읽곤 했다. 내가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진 데는 무엇보다도 쉬운 영문에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깊은 철학이 담겨 있어도 문장이 어렵다면 쉽게 접근해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쉬운 영문으로 재미있고 명쾌하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서문에 이어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이 목차는 번역판의 목차와는 다르다. 번역판은 한국 독자들에게 읽기 쉽게 목차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재구성해 놓았다.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것이 아니다. 목차를 보기로 한다.

1장 Consuming Anger(분노 삭이기)
2장 Putting out the fire of Anger(분노의 불길 끄기)
3장 The language of the Love(사랑의 언어)
4장 Transformation(마음의 전환)
5장 Compassionate Communication(동정어린 대화)
6장 Your Heart Sutra(당신 마음의 경전)
7장 No Enemies(적을 없애라)
8장 David And Angelina/ The Habit Energy of Anger(데이비드와 안젤리나/ 분노의 습관 에너지)
9장 Embracing Anger with Mindfulness(자각으로 분노 안아주기 )
10장 Mindful Breathing(자각의 숨쉬기)
11장 Restoring the Pure Land(순수한 영역의 회복)

각 장마다 저자는 아주 자상하게 분노의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고 가장 효과적인 화의 대처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네 개의 부록을 실어 실제로 우리가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훈련법을 실어놓기도 하였다. 이 부록에 실린 수련법은 그분이 프랑스에 세운 명상 훈련원인 Plum Village에서 실제로 많은 수련생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우리는 책을 통해 스스로 그 수련에 동참할 수도 있다. 그럼 '부록 B'에 수록된 다섯 가지 깨달음의 훈련법을 간단히 요약하여 소개한다.

1. Reverence for Life(삶에 대한 존중): 사람, 동물, 식물, 광물의 생명을 보호하는 법과 동정심을 계발하기로 맹세한다.
2. Training Generosity(너그러움에 대한 훈련): 나는 시간과 에너지, 물질적 자원을 진실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너그러움을 실천하도록 맹세한다.
3. Sexual Responsibility(성적인 문제에서의 책임감): 나는 개인과 부부, 가족과 사회의 안전과 통합을 보호할 방법을 배우고 그 책임감을 기른다.
4. Deep Listening and Loving Speech(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사랑이 있는 언어 사용): 나는 남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사랑이 있는 언어를 사용할 것을 맹세한다.
5. Mindful Consumption(자각이 있는 소비생활): 나는 자각 있는 식생활과 음료수와 소비생활을 함으로써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것을 맹세한다.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스님의 가르침이 매우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 닿게 된다. 번역판도 나와 있다. 그러나 번역판은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꼈다. 우리가 자주 듣던 ‘삶의 지혜’라든가 ‘마음을 다스리는 법’처럼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문으로 읽으면 단어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오면서 마음에 긴장감을 주고 의미를 새롭게 해준다.

영문 원서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어려운 책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얼른 손이 가지 않게 마련이다. 내가 이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은 내용도 좋지만 원서를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신선함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아주 간단한 이솝 이야기 하나라도 번역본이 아니라 영문으로 읽어보라. 신선하게 다가오는 의미가 즐거움을 배가 시켜줄 것이다. 영문의 난이도를 소개하기 위해 한 구절 인용해본다. 한번 읽어보고 내가 읽을 수 있는지 각자 판단해보라. 영문으로 읽을 수 있고 인문학 쪽에, 삶의 긍정적 자세와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영문을 읽는 즐거움과 밝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좋은 교훈을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Anger is a zone of energy in us. It is part of us. It is a suffering baby that we have to take care of. The best way to do this is to generate another zone of energy that can embrace and take care of our anger. The second zone of energy is the energy of mindfulness. Mindfulness is the energy of the Buddha.'

(분노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에너지 구역이다. 그것은 우리 몸의 한 부분이다. 그것은 우리가 돌봐야 할 고통 받는 아기다. 우리 아기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은 분노를 보살피고 안아줄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이다. 이 두 번 째 에너지 구역이 자각의 에너지다. 자각의 에너지는 바로 부처의 에너지다.)

이렇듯 아주 쉽고 다정한 언어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 법을 가르쳐 주니 당연히 자주 읽게 된다. 나는 인도에 가서 읽던 것을 마저 읽어 이 책을 네 번째 읽은 상태다. 다시 다섯 번째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담겨진 교훈뿐만 아니라 쉬운 문장의 비밀까지도 파악하고 싶다. 난해하고 복잡한 문장을 써야 내용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요 명상지도자가 쉽게 읽히게 쓴 책들이 내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삶이 복잡해도 단순하게 사는 방법은 있다. 또 복잡한 삶을 쉽고 친밀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스님은 여러 번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고 위대한 시인이기도 하다. 나는 그분의 시집을 구하려고 인터넷을 여러 번 탐색했는데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분의 시집을 구할 수 있으면 나는 또 탐독하여 또 다른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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