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마음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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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마음의 감옥'
  • 김명일
  • 승인 2012.05.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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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작품인 '절규'가 얼마 전 미술경매사상 3500억 원이라는 최고가로 낙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그러진 풍경과 입을 크게 벌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뭉크는 '절규'라는 작품을 그릴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치료제가 없었던 당시에 그에게는 그림만이 유일한 탈출구로서 그러한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했던 것일까?

마음의 병인 우울증. 한국인의 20%가 앓고 있다고 하니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자살의 원인 중 80%가 우울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피해가 개인과 가정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청소년자살율과 노인자살율이 세계1위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자살상담자의 82%가 우울증 환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듯 우울증과 자살은 개인적 절망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보여진다.

더욱더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이 제대로 진단되거나 치료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30% 정도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가?

대부분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그것이 생활상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설혹 우울증이 걱정된다 하더라도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울증에 걸렸을 때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높아져 가슴통증이나 소화불량, 두통, 수면장애, 만성피로 등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신체질환으로 잘못 진단되어 치료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한 노인에게선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떨어져 주위에서 치매증상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울증이 진단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다행히도 정확하게 진단만 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마음의 병인 우울증은 뇌신경 사이 신호를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통해 우리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 또한 약물에 버금가는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에서 발표한 우울증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진단을 해보자. 아래 증상 중 3~5개가 해당되면 가벼운 우울증, 6개 이상이 해당되면 심한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는 것이 좋다. 

1. 사소한 일에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다.
2. 하루 종일 피곤하다.
3.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다.
4. 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 일이 재미 없다.
5. 모든 일이 비관적으로 생각되고 절망스럽다.
6. 내 처지가 초라하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 잠을 설치고 수면 중 1회 이상 깬다.
8. 한 달 사이에 체중이 3kg 이상 늘거나 줄었다.
9. 답답하고 불안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었다.
11. 매일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 두통, 소화기 장애, 만성통증이 2주이상 계속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세상 그 자체는 살아있는 지옥이다.

사랑하는 가족, 주위의 동료, 아름다운 꽃과 자연 속에서도 혼자로 고립되어 있으니 얼마나 불행하고 슬픈 일인가! 주위에 우울한 기분이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섣부른 위로나 충고보다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냥 말없이 도닥이며 공감해 주는 게 커다란 도움이다.

만약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기나긴 인생에서 신에게 받은 소중한 휴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상적인 의무나 형식적인 모임에서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 우울증으로 인한 또 다른 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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