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청소년과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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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 청소년과 대안학교
  • 최문영
  • 승인 2012.05.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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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최문영 / 인천YMCA 기획관리실장


인천 첫 공립 대안학교인 해밀학교 전경

전국적으로 매년 초·중·고교생 6만~7만 명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인천에서도 전체 중·고등학생 20여만 명 중에서 3천~4천명인 1.4% 정도가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간다는 통계가 있다.

'학업중단'이란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끝내지 않고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뜻한다. '학업중단 청소년'이란 용어는 중퇴생, 중도탈락, 학업중도탈락, 학업중퇴자, 학교밖청소년 등으로 혼용해 오던 것을 교육부가 통일한 것이다.

극히 일부만 대안교육, 홈스쿨링 등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위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학교교육을 중단하고 있는 반면, 이들 학업중단 청소년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에는 교육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인간적인 성장·발달을 위해 필요한 교육에 관한 헌법상 포괄적인 기본적 인권'이라는 교육기본권은 헌법, 교육기본법 등 국내법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 UN어린이권리조약 등 국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국가에 의한 공교육 이외에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오직 국가가 원하는 교육만을 국가가 원하는 장소에서 교육받을 권리만 인정하고 있다.

매년 6만~7만 명의 초·중·고교생들이 질병, 가사, 품행, 학습부적응 등 여러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 학교를 떠나거나, 입시와 경쟁 위주 교육에 대한 실망으로 스스로 제도교육 밖으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제도교육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배움을 지속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부 또는 지자체 등 어떤 기관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극히 일부 청소년들만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의지로 대안교육, 홈스쿨링, 직업교육 등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제도교육 밖 청소년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사회적 방치 상태로 '교육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교육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껴안는다는 취지로 공립 대안학교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학교에서 위탁을 받아 맡게 된 마흔 두 명의 학생 중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세 명을 원적 학교로 돌려보냈고, 추가로 네 명의 학생도 원적학교로 보낼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시달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거나,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학업 중단 위기가 심해졌던 학생들이다.

학교 측에서는 벌점 제도를 마련하여 무단결석과 지각, 원색염색, 흡연 등 벌점이 백점을 넘으면 퇴출 대상에 올리는 규칙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조치이고, 퇴출되면 학생들은 학적이 있는 원적 학교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공립 대안학교를 설치한 취지와 목적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기존 제도권 학교보다 더욱 가혹한 벌점 제도를 적용해서 다시 원적학교로 보낼 바에야 굳이 대안학교를 만들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대안학교 성격과 기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질 높은 교육을 시키는 대안학교도 있겠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대상은 제도교육에서 이탈된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라고 할 수 있다.

공립 대안학교뿐 아니라 인천 지역사회에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들이 있다. 이들 학교는 더 헌신적인 자세와 목적의식을 갖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헌신과 목적의식만 갖고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여 배움의 과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학업중단 청소년 교육지원' 법률을 제정하여 배움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제도교육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기관은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평생학습기관 또는 홈스쿨링 등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들 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에서 배움을 지속할 경우 대부분의 비용은 부모 부담으로 된다.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역시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제도교육 밖 청소년 수용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

더욱 절실한 것은 현행 교육제도에서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제도교육을 졸업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한 방법 외엔 없다. 대안학교 학생들도 각 대안교육기관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교육과정을 이수하였음에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대한 불합리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탈주민 학력을 인정하는 법안이 마련된 것처럼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학습자에게도 학력 심의를 통해 학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80세 인생을 24시간으로 비유한다면 10대 청소년들은 이제 새벽 6시가 안 된 시점에 있다. 아직 깨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법적·제도적 조건들로 인해 꿈과 비전을 꺾이게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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