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명성 되찾으려고 온 힘 기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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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 되찾으려고 온 힘 기울여"
  • 송은숙
  • 승인 2012.05.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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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을 가다 ① 신포시장


취재:송은숙 기자

한때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던 중구 신포동 신포시장.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인 이곳이 달라지고 있다. '신포국제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외국인 관광객과 상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가 들어서는 등 활력을 찾고 있다.

신포시장 캐릭터 포포(왼쪽)와 포리(오른쪽).'신포시장' 하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 들어선 곳이다. 당시 '신포동에 없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개항장을 통해 온갖 상품이 들어왔고, 그것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150여개 점포로 줄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1946년부터 신포동으로 불렸는데, 신포(新浦)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이다. 원래 이름은 바다 쪽으로 터져 있다고 해서 '터진개'로 불렸다.

19세기 말 중국인 화농들이 남구 도화동과 숭의동 주변에서 농사를 지어 주로 일본인에게 팔았다는 '푸성귀전'이 신포시장의 전신이다. 바다가 가깝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시장도 생겨났다. 야채시장과 어시장으로 출발한 이후 1927년 공설 제1일용품시장과 공설 제2일용품시장이 됐다가 광복 이후 지금의 전통시장을 유지해 왔다.

오래 전 '푸성귀전'의 모습을 말해주는 조형물.

원조시장인 신포시장에는 무엇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바삭바삭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의 신포 닭강정은 주말이면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양도 푸짐해서 어른 서너 명이 먹을 만한 양의 대(大)자가 15,000원이다. 닭강정과 쌍벽을 이루는 '야채치킨'은 튀김옷에 야채와 한약재를 넣어 튀겨 또다른 맛을 낸다.

평일인데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닭강정집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매콤하면서도 땅콩가루로 고소한 맛을 더한 닭강정.

차이나타운과 가까워 중국식 호떡인 공갈빵과 만두를 파는 가게들도 눈에 자주 보인다. 단호박과 치자, 쑥 등 천연색소로 색을 낸 오색왕만두와 오색찐빵은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푸짐한 크기를 자랑한다. 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신포우리만두 본점도 바로 이곳에 있다.

오색찐빵과 오색만두를 파는 한 가게. 주인은 23년째 장사를 해왔다.

또한 인기분식인 쫄면의 원조이자, 발상지가 바로 신포시장이다. 굵게 뽑은 면발에 여러 가지 야채와 고추장을 넣어 비빈 매콤새콤한 맛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린다. 맛이 다양하고, 다른 시장보다 넉넉한 크기의 핫바도 많이 찾는 간식이다.

다양한 맛의 핫바. 크기도 커서 1개면 배가 부른다.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빨간 등대가 있고 주변 건물에 벽화를 그려놓은 작은 공원이 나온다. 바로 '등대공원'이다. 대형마트 휴업일인 둘째·넷째주 일요일이면 이곳에서 '등대콘서트'가 열린다. 등대공원 주변에는 횟집들이 늘어서 있어, 삼복더위에 먹으면 좋다는 '민어회' 맛을 볼 수 있다.

공연이 열리는 등대공원이다. 예전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수선골목'에는 옷을 수선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가까운 신포동 패션문화의 거리에서 옷을 사서 이곳으로 수선을 맡기러 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30년 역사가 있는 칼국수 골목도 있다. 멸치국물에 양념을 한 다음 다른 곳과 달리 고명으로 닭튀김가루를 넣는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찾았던 이곳은 이제 칼국수집 몇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막 쪄낸 술빵을 사가고 있다.

지금의 중구청 자리에 있던 인천시청의 이전과 대형할인마트 등장 등으로 상권이 위축된 신포시장의 변화는 2010년부터 조금씩 시작됐다.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육성시장'으로 선정돼 12억원을 지원받아 '신포국제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등대공원을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장에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청소년이 참가하는 '밴드 경연대회'와 '국제음식 경연대회'를 열고 대학생 블로거, 어린이, 다문화가족 등을 초청하는 무료 시장투어 이벤트 등의 시도가 그것이다.

러시아어로 된 간판이 눈에 뛴다. 러시아 선원들의 단골집이다.

다행히 시장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고, 올해부터 3년 동안은 중구청 지원으로 시장 활성화 사업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인이 수제화를 만들어 파는 양화점이다.

중구청에서 신포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단장 박진성)는 인천항을 드나드는 통·번역서비스 등 외국상인들의 상거래와 관광 안내를 지원하는 곳이다. 7월이면 지원센터 안에 원단쇼륨과 바이어상담실, 디자이너 작업실, 샘플실, 패턴실, 포토스튜디오, 회의실 등을 갖춘 '디자인 스튜디오'가 문을 연다.

디자이너 작업실의 경우 신청자 외에도 관련학과 대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6~7월에 패션경연대회를 열어 1~3위 수상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박진성 단장은 "한국 원단은 싸고 질이 좋아 중국으로 들어가는 보따리상의 80%가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원단을 사간다"면서 "이들이 동대문까지 가지 않고 신포시장에서 원단을 사고, 옷을 주문하고, 주변을 관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대문에 원단전시장을 마련하고 자체 브랜드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 일반 관광객 유치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들어선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차를 가지고 올 때는 시장 안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30대 가량 주차가 가능해 혼잡한 주말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 7월이면 공영주차장 1곳이 더 들어설 계획이다.

화장실은 닭강정 골목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푸성귀전 조형물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안에도 화장실이 있다. 또한 무거운 짐이 있을 때는 지원센터 안에 있는 보관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신포시장을 둘러본 후에는 시장 입구에서 동인천역까지 이어지는 신포지하상가나 패션문화의 거리에서 쇼핑을 해도 좋고 답동성당,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인천항 등 주변 볼거리가 많다.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월미도 문화의 거리, 월미도공원도 신포시장에서 15분 거리로 가깝다.

신포국제시장상인회 ☎772-5812,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76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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