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가치가 실현되는 다문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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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가치가 실현되는 다문화사회
  • 김자영
  • 승인 2012.06.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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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자영 / 인천여성문화회관 관장


여성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여성취업교육사업 중 하나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강사양성과정'이 160시간을 이수하고 수료식을 열었다. 두 달을 꼬박 나와서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었는데, 20명의 수강생은 거의 결석도 없이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였다. 수강생을 선발하기 위한 면접에서 공부하려는 이유를 열심히 말해 주었던 그들, 또 개강식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눈이 반짝였던 그들, 수업시연에서 모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떨리는 목소리로 각국의 문화를 알리려고 애썼던 그들, 수료식에서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한 희망과 걱정이 교차하며 친밀해진 눈빛으로 화사하게 웃었던 그들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우리 주변의 많은 젊은 엄마, 바로 그들이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한 가지 더 갖고 있는 걱정은 사랑하는 아이가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엄마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차별로 상처를 받을까 봐 마음을 졸이는 일이다.  
 
인천에는 화교들의 집단거주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그러한 배경 아래 중구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이제는 많은 사람이 왕래하며 나들이를 하는 지역의 명소로 되었다. 하지만 과거 화교의 신분은 늘 이방인이었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 나라에서 국적과 체류 문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과거 인천에서 보았던 외국인의 모습은 서양선교사가 아니면 대부분은 화교였을 터이다. 하지만 이제 인천은 이주민 7만시대로 주민등록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결혼이민자는 1만3천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과 이주민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길을 지나다가 '다문화가족과 함께 하는 구민축제'라는 현수막을 보았을 땐 다문화가족은 구민이 아니라는 것인지, 오히려 함께하기 어려운 이들이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아마 그 현수막에 담긴 마음이 아직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족이나 다문화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대 초반 급격히 늘어난 국제결혼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족 자녀가 많아졌고, 이후로 학령기에 들어서는 자녀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다문화사회 이해에 대한 학교교육은 단지 학교 안에 머무는 교육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의 세계시민교육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학교는 사회통합과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다문화 학생을 찾아서 교육지원이나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성장을 돕고자 한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이라는 사실 자체가 낙인으로 되어 주변에서 알아보지 못한다면,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다. 필요한 것은 학교 안에서 특별한 대상자로 다문화가족 자녀를 찾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서, 전체 학생에 대한 다문화 이해교육과 세계시민으로서 생각의 틀을 넓혀가는 일이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편안하게 가족의 국적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두 국가의 문화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일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다.  

다문화사회를 급격하게 맞이한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은 사회통합과 사회결속을 위하여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개인의 인권과 그에 대한 존중이 그 정책 안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주민은 각각 자신이 갖고 있는 문화를 갖고 한국사회에 들어왔다. 우선적으로는 지역사회에 정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개인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존중과 그 문화 표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표현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다문화정책에 많은 변화를 겪을 터이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이주민 구성현황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서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각 나라들이 그 나라 이주민 상황에 맞춰 발전시켜온 다문화정책이 우리의 정책으로 꼭 유효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 상황에 맞는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주민의 유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우린 아직 다문화사회 진입 초창기에 있으므로 현재의 정책이나 방향은 몇 번의 수정을 거쳐야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문화에 대한 감수성 높이기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소수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그것이다. 이제 자유, 평등, 인간존중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며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시민과 이주민, 일반가정과 다문화가정, 일반학생과 다문화학생이라는 구분과 편견들이 없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다문화사회는 다양해진 자원이 효과적으로 육성되고 그 역할이 확대된다면 경제적인 차원에서 뿐 만 아니라 사회-문화자본의 가치 차원에서 우리에게 풍요로운 혜택을 누리게 해줄 것이다. 어떤 문화이든 거부하고 밀어내면 형태를 바꾸어 부정적인 모습으로 사회 속으로 스며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며 재생산되어 새로운 문화 창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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