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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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자!
  • 조화현
  • 승인 2012.08.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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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필자는 현악앙상블 i-신포니에타 단장을 맡고 있으며 공연기획과 연주를 담당하고 있다.

창단 이래 지속적으로 해설이 있는 클래식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가 최우선이었다. 찾아가는 문화공연도 그렇고 학교예술교육도 그렇고, 낯선 관객들에게 '클래식은 재미있다' '클래식은 지루한 음악이 아니다'를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들이 스스로 공연장을 찾게 하는 게 우리 역할이었다.

그 중 가장 최우선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은 학생들에게 클래식을 재미있고 쉽게 들려주는 것이다.

일단 공연주제부터 흥미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해가 빠른 클래식 이야기> <교과서야 사랑해> <얘들아 음악은 재미있는 거래!> <클래식은 재미있다람쥐~~> 등이 지금껏 학교에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공연을 했던 주제들이다.

올해는 좀 더 거창한 주제를 달아 보았다.

요사이 아이들이 하루의 절반이상을 생활하고 있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데, 음악으로 뭔가 변화시켜볼 확신이 있어서였다.

'학교폭력근절 프로젝트'  <음악으로 얘기하자> 주제를 들고 중구에 위치한 인일여고, 서구의 인천디자인고, 계양구의 세원고, 남동구의 동인천고를 찾았다. 모든 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공연을 진행했고, '이 주제가 아이들에게 자칫 거부감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4,000여명의 아이들은 대부분 공연을 즐겼고, 아주 흥미로워했으며 감동을 받은 아이들까지도 생겨났다.

공연 후 그 아이들의 공연후기를 받아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가 "나는 클래식은 아주 지루할 거라 생각하여 잠이나 자야지 했는데…."로 시작하는 글들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아는 음악을 이렇게 직접 보고 들으니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런 음악회는 생전 처음인데 앞으로는 찾아가서 들어보고 싶다"  "우리들에게 딱 맞는 선곡으로 같이 노래하고 즐기고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이런 음악회는 정말 서로 얘기하게 만들고 착해지게 만드는 것 같다. 학교폭력근절이라는 주제와 딱 어울렸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후배들에게도 또 들려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공연후기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며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대를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음악시간에 노래도 부르고, 음악감상도 하고 제법 낭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위주 교육은 아이들의 음악시간, 미술시간, 체육시간을 빼앗고 있다. 3년의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 예체능 수업은 단 한 학기로 바뀌어 버린 지 오래다.

노래도 불러야 하고, 소리도 질러야 하고, 땀 흘리며 뛰기도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기를 표현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빼앗긴 아이들은 저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 스트레스를 풀 음악을 갈망하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고 소통하는 시간을 빼앗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음악회는 여럿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함께 소리를 치고 함께 박수를 치고 함께 감동을 받는 시간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결국 나눔이다. 우리는 2004년 월드컵을 함께 했다. 얼마 전 올림픽 경기를 보며 진한 형제애마저 느끼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적도 없고 '왕따'도 없고 슬픔도 잊는다.

학생들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필자는 공연 속에서 찾아주고자 했다. 그 예감은 적중했고 아이들은 대부분 공연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옆 친구와 가까워지고, 그런 공연을 접하게 해준 학교에 대한 애교심마저 생겨나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들을 노래하게 만들어야 하고 춤추게 해주어야 한다. 그들이 지루하게 느낄 공연의 '눈높이 기획'을 통해 맘껏 끼를 발산시키고 즐길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행동하고 숨을 쉴 수 있는 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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