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美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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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북촌 한옥마을'
  • 이창희
  • 승인 2012.08.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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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수풍물] "아파트는 이제 그만"

서울 북촌에 발걸음을 들이기 전, 잠시 북촌에 대해 알고 가자.
요약하자면 대략 이러하다. 북촌은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자리한다.
삼청동, 가회동, 원서동, 계동, 안국동, 송현동, 사간동 등을 포함한 지역을 일컫는다.
청계천을 경계로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계천 남쪽에 자리했던 남촌이 하급관리들과 가난한 선비인 딸깍발이들의 주거지였다면,
북촌은 상류층 양반들의 주거지였다.
북촌은 예로부터 볕이 잘 들었고 지하수가 풍부했다고 한다.
배수도 잘 됐다. 게다가 도성의 중심에 있어 왕실의 종친과 힘깨나 쓴다는 세도가,
벼슬아치, 팔도 각지에서 올라온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의 대저택과 그들이 부리던 하인이 기거하는 크고 작은 집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조선조가 막을 내리면서 북촌의 영화도 시들었다.
왕조가 무너지면서 세도가들은 몰락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경제적 기반이 약화되자
대규모 식솔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하인과 식객을 내보내야 했고 물건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촌 앞 우정국 주변에 골동품 매매 상점이 하나 둘 생겨났는데,
이것이 인사동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북촌 일대에는 900여 채의 한옥이 있다.
한때 3,000여 채가 넘는 한옥이 있었다고 하지만,
양옥과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사실 가회동 인근을 걸으며 만나는 한옥 대부분은 1930년대를 전후해서 들어선 것들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고관대작들이 살던 북촌의 대저택들 대부분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중·소규모의 한옥들이 들어섰다.

당시 주택건설업체였던 ‘건양사’에서 서민들이 살기 적합하도록 대지를 매입해
30~60평짜리 한옥을 지어 분양한 것들이다.
각각 5000여 평, 2700여 평에 이르던 가회동 31번지와 26번지도 이 시기에
소규모 필지로 분할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한옥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옥 구조 역시 폐쇄적으로 바뀐 건 어쩔 수 없다.
가회동 한옥의 대부분은 벽체와 벽체를 잇대고 있다. 골목 쪽으로는 대문과 창만을 보여준다.
지붕 역시 ㄷ자 형태. 솟을대문과 중정(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이 사라진 자리에는
좁은 마당과 펌프 시설이 들어섰다.
이른바 ‘집장사’들이 한옥을 집단 건설하면서 생겨난 형태다.

북촌 한옥의 내력이 어떠하든 간에 북촌은 기분 좋은 곳이고, 가치 있는 공간이고,
음미하듯 천천히 거닐어볼 만한 길이다.
특히 하늘 화창한 가을 어느 날, 당신이 가회동 11번지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당신의 발걸음은 느려질 것이다.
날렵한 선을 자랑하며 하늘로 치켜 올라간 처마의 선,
작은 마당에 꼭 있을 만큼만 심어져 있는 푸성귀,
담장 너머로 기웃이 고개를 내민 감나무, 붉은 꽃을 등처럼 달고 늘어진 새빨간 능소화,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장소이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의 마음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든다.

한옥체험관을 지나 계동길 끝자락에서 중앙고등학고를 끼고 왼쪽으로 두 번 꺾으면
작은 골목길이 나온다. 기와지붕이 어깨를 맞댄 한옥마을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이다. 

가회동 11번지에서 가회동길을 따라 내려오면 길 건너 돈미약국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키 큰 회나무집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한옥 주택가가 시작된다. 북촌한옥길이다.
이 길을 따라 북촌한옥1길, 북촌한옥2길 등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북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한옥마을로 손꼽히는 가회동 31번지가 있다.
길 양편으로 단아한 지붕의 한옥이 단정하게 늘어서 있고 가운데로 오르막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가회동은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라는 뜻.
길 초입과 막바지에서는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금 북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문제점을 떠나 북촌은 우리가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만한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북촌은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을 하기 이전에
우리의 과거이면서도 우리 현재의 삶이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박제된 과거’ 또는
‘전시된 과거’로 남을 것인지. 지금 북촌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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