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인건강의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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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노인건강의 삶의 질
  • 김인수
  • 승인 2012.12.2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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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 햇살요양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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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생각하면서 우선 챙겨야 하는 것들 중 으뜸이 건강이라는 것에 누구나 동의를 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노인학의 대가인 조지 발란트 교수는그의 책(Aging well)에서 나이 오십이 되었을 때 앞으로 살아갈 30년의 건강을 지켜 줄 주요 지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안정된 결혼생활, 심리적 성숙, 금연, 절제된 음주, 규칙적인 운동, 고등교육 그리고 정상적인 몸무게 유지를 해왔는가 이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간주되는 것은 알코올의 남용으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우울증과 사회적 지위의 추락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한민국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경험하는 일이지만 당장 질병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일반적인 설명과 권고를 하는 것이 현재의 진료여건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는 이러한 개입이 주제넘은 간섭으로까지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질병을 진료실에서 치료한다는 것과 건강을 보호하고 유지한다는 것이 다르게 취급되고 있고 이미 이러한 상황에 의사나 환자가 상당히 익숙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미 건강이 무너지고 질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생활의 변화를 모색하고 건강한 생활에 대한 전문적 도움을 요청하는 식이다.

질병의 예방을 위한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되어 왔지만 우리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시장경제 구조에서 대형병원의 돈 되는 암환자와 각종 수술의 의료산업은 번창하는 반면, 돈 안 되는 일차의료를 위한 의료제도는 뒷전에 미뤄져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개원의들의 진료행위는 일차의료의 내용과 멀어지고 마침내는 진료실 운영과 호구지책이 전부인 것처럼 위축되었다.

건강의 공공성이 사회정책과 제도에서 소외되면서 그 결과로 초래되는 사태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마련되고 있나? 즉,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강관리와 의료적 개입을 각자 개인들의 책임으로 떠 맡기는 상황에서 고령화 사회의 대규모 노화에 뒤이어 발생하는 노인성질환의 관리와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미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성질환은 한 가정에서 가족들이 돌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공공사업의 대상이다
.
 
한 가정의 최저 생활비를 위해서라도 맞벌이 부부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자녀들이 수발이 필요한 노인(부모)을 돌볼 여유가 없으며 온 가족이 마땅한 대안을 갖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를 비롯해 어르신의 상태가 가족으로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경제문화의 구조적 현실이 있다. 실제로 요양병원이나 (재가)요양시설에서의 어르신들은 장기간의 돌봄이 필요한 중증의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개별적인 사회생활이나 경험, 치료경력의 차이가 제각각 다양하겠으나 수발을 받으면서 요양과 치료를 받아야 할 신세가 된 것이다. 이제 이들을 모시는 기관들은 요양(치료)을 하면서 생활을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장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이들 기관의 역할이 공공사업이 아니라면 어느 영역에서 공공성을 논할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대표적 노인성질환인 치매진단을 받은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들 기관에서의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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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예방을 위한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되어 왔지만 우리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시장경제 구조에서 대형병원의 돈 되는 암환자와 각종 수술의 의료산업은 번창하는 반면, 돈 안 되는 일차의료를 위한 의료제도는 뒷전에 미뤄져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로 개원의들의 진료행위는 일차의료의 내용과 멀어지고 마침내는 진료실 운영과 호구지책이 전부인 것처럼 위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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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이란 무엇인가?
노인성질환 특히 치매와 같은 진행형 질환의 의료적 개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흘러 늙으면서 느끼는 불편함 속에서도 균형과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과 같이 치매 증상을 가지고도 자신의 생활에서의 안녕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생활에 대한 만족하는 정도인 "주관적 안녕감"을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안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의 평가 항목은 15개 항목으로 이루어진다.
::통증과 불편함 / 힘이나 기운 / 수면 / 긍정적 감정(행복, 희망 등
) /
기억력 및 집중력 / 자기 자신 / 거동능력 / 일상적인 활동능력 / 가족 및 친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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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 쓸 수 있는 돈이나 재정상태 / 여가활동이나 취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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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환경(기후, 공해, 소음 등). ㅡ 13문항

전반적인 건강상태 /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 ㅡ 2문항

이들 각 항목에 대한 어르신의 만족도는 사실상 우리사회의 거울이며 우리사회의 수준이다. 노후의 삶의 질을 개선 또는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은 재가기관이나 시설 담당자들 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기초자치단체와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현재의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급조된 노인정책(?)으로 미뤄진 노인들의 ‘삶의 질’을 되돌아보는 것이 급선무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요양 병원과 (재가) 요양시설을 닦달하는 것말고는 별로 하는 일 없는 정부가 세계 제일의 노인 자살률이 의미하는 현 대한민국 노인의 ‘삶의 질’을 반성하고 공공정책의 주체로서의 자질을 높이지 않는 한 노인들의 불행과 자살로의 행렬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재벌이나 시장경제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중심 내용으로 하여 보육과 더불어 복지사회의 대표적인 공공정책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진지한 사회통합적 대책, 공공성에 맞는 공공투자 확대, 지역 인프라의 확충,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민간시설에 대한 지도와 적절한 지원 및 공공시설로의 전환 등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대한민국도 복지국가로 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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