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대 사람들, 톡톡 인터뷰(7) - 인천문화재단 이현식 기획경영본부장
2013년 1월 2일 오전, 기온은 영하 9도를 가리켰다. 새해 첫날 아침, 중구 해안동에 위치한 인천문화재단은 오전 9시경 이미 2013년을 앞서 맞이하는 듯 분주했다. 오전 11시에 예정된 시무식 준비로 10시에 인천문화재단 본부장들이 기획경영본부장 주재로 올해 첫 간부회의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다.
그 사이에 이뤄진 인터뷰가 속도전일 수 밖에 없었다. 본부장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첫 간부회의와 시무식 준비로 분주한 이현식(47) 기획경영본부장의 모습과 마주했다.
바깥은 영하지만, 인천문화재단은 2013년을 맞이하는 기운은 벌써 뜨겁다. 여기저기 공간에서 회의와 집무에 모두들 바쁜 몸놀림이 기자의 눈에 포착됐다.
“나는 문학연구자다”
이현식 본부장은 인터뷰에 앞서 작년 11월 발간한 ‘이효석 문학의 재인식’ 연구서를 꺼내보였다. “난 여전히 문학연구자다”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84학번 영문학과에 입학한 이현식 본부장은 대학원에서는 한국의 근대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문학과 문학운동을 연구하면서 80년대 부채 의식들을 들어주는 실천행위로서 문학연구에 몰두한 세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카프문학 전공자가 문화재단의 ‘기획과 경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조직의 중간관리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다소 생뚱 맞은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문화’와 ‘경영’ 결합 힘써
그러나 카프문학이 ‘운동으로서 문학’을 지향한 지점에서 바라볼 때, 1930년대 한국의 카프문학을 전공한 그에게 딱들어 맞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카프문학은 이른바 현실을 담아내는 문학과 이를 주도하는 문학조직을 만들어내는것이 중요한 과제였던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면 2013년도 문화의 ‘기획자’이자, ‘문화경영자’는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다.
이현식 본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제가 여전히 문학연구자라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제 한계이자 제 알리바이다. 그래서 몇년 동안 인천문화재단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경영과 조직 관리에 제 스스로도 힘이 부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건전한 합리성으로만 접근하기에는 경영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며 문화에서 경영관리에 힘을 쏟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현식 본부장과의 인터뷰내용이다.
올해 ‘인천한국근대문학관’ 개관 준비에 박차
- 2013년도 사업에서 중요도는 무엇인가?
‘인천한국근대문학관’이 올해 6월에서 8월 사이에 개관한다. 안착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설이 마련되기에 신경을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인천한국근대문학관’의 전시기획은 모두 완료됐다. 시설이 완공되는 시기에 맞춰 실무적인 측면에서 전시기획을 잘 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 인천문화재단 '초심'
- 2013년도 인천문화재단의 목표는?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목표는 올해도 마찬가지도 같다. 지역사회와 소통한다는 것이 인천문화재단의 핵심 모토다. 그리고 인천시민과 인천문화예술인이 중심에 서는 인천문화재단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
다만, 작년에 비해 2013년도 인천문화재단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 인천시의 재정위기가 너무 크다 보니,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육성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문화사업들은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다만, 2014년사업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인천문화정책에 필요한 지표개발도 성과
- 인천의 문화정책에 필요한 객관적 근거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계신데?
문화정책에도 합리적 정책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야에서는 정책 수립에 필요한 수치와 기준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유독 문화 분야에서는 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들이 빈약하거나 생산하는데 소홀함이 있다는 판단에서 인천문화재단이 설립된 2004년부터 ‘지표로 보는 인천문화’를 4년마다 조사해서 발간해 인천지역 정책수립에 방향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2012년 12월에 발간된 것은 2004년, 20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결과물이다.
‘사업의 재구조화’ 을 위한 T/F구성, 2014년 10주년에 제시
- 인천문화재단의 새로운 방향 모색은 필요한 것 아닌가?
2014년은 인천문화재단이 출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래서 2014년은 인천문화재단으로서는 뜻깊은 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10년을 되돌아보는 작업들을 현재도 하고 있다. 이른바 ‘사업의 재구조화’를 위한 노력들을 2010년부터 하고 있다. 이른바 인천문화재단의 10년 성과와 반성 지표들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 2011년부터 중장기 TF팀을 꾸려서, 내부의 직원들이 사업과 운영에 대해서 점검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외부 전문 경영평가 기관 등에 맡겨서 객관적 평가지표를 얻을 낼 계획이다. 그 다음에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2014년도 10주년에 맞춰 인천문화재단의 새로운 비젼과 목표를 재설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과 ‘문화’는 둘이 아니다.
- 지역 문화과 문화의 길항작용은 어떠한가? 재단을 보는 시각이 두 갈래인데?
인천문화재단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두 가지가 혼재하고 있다.
하나는 인천문화재단이 지역문화에대해서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지역보다는 작품성에 집중해야 인천문화의 발전과 육성이 가능하다는 시선도 혼재해서 인천문화재단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문화를 이야기하는 ‘타워’다. 문화 자체가 지역성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시선은 인천문화재단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길항역할을 하는 시선이기에 발전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두 가지가 분리돼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인천문화재단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루할 정도로 원칙적인 모습, "시간이 필요해"
- 인천문화재단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재단 직원들이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외부의 시선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만큼 원칙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다. 인천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좀더 지역문화예술인과 소통에서 원칙만 강조하는 것보다는 소통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일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 지점에서 원칙과 규칙을 너무 중시하는 바람에 마찰이 빚어지거나 일을 꼬이게 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데에 저와 본부장, 팀장들이 매개항 역할을 좀 더 심도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유연성 부족은 인천문화재단에 직원들이 경력 5년차 이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다는 점에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라로 본다. 인천지역 사회가 좀 더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자연스러운 시간이 축적되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것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단적으로, 현재 인천문화재단의 공모제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엄격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지루하게 공평’하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애정이 묻어나는 비판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인천문화재단의 단점이면서 강점이다. 원칙 없이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이 있다고 보면, 현재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기 바란다.
지역과 소통하는 '매개항' 역할이 '제 몫'
- 본인의 인천문화재단에서 역할은?
지역과 내부와 소통하는 일을 제가 맡아서 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천지역 문화의 ‘타워’로서 인천문화재단이 설 수 있도록 터를 닦는 역할이 제 소임이 아닌가 싶다.
제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문학은 보편성이 제일의 가치인데, 그게 대학 3학년부터 싫어졌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하면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변경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가 살았던 인천이 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제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문학은 보편성이 제일의 가치인데, 그게 대학 3학년부터 싫어졌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하면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변경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가 살았던 인천이 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1994년 황해문화에 인천 출신 문학평론가 김동석에 대한 글을 쓸 기회가 생기면서 인천의 옛어른들도 만나고 인천 관련 역사 서적들도 들여다보면서 ‘인천’이 눈이 조금씩 들어왔던 것이, 현재 인천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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