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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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의 역습
  • 박병상
  • 승인 2013.01.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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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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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추우면서 눈도 많다. 삼한사온이 실종된 강추위는 내린 눈이 녹을 기회를 주지 않아 거리는 미끄럽기 그지없다. 도시에서 눈은 시골과 달리 금방 천덕꾸러기가 된다. 밤새 소복하게 내린 눈은 자동차와 인파에 눌려 단단하게 굳고, 배기가스가 섞이며 지저분해진다.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는 골목에서 자동차 접촉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유리처럼 반질거리는 거리를 걷다 넘어지는 사람들 가운데 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오랜 병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갈무리 마친 한적한 시골이나 산간에 내린 눈은 한동안 그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펼쳐준다. 내리자마자 낮은 곳으로 사라지는 비와 달리 한동안 쌓이며 조금씩 녹아 흐르는 까닭에 눈은 저수지가 없는 산악 고원지대에 소중한 수자원이 되기도 한다. 인도의 갠지스 강은 오래 쌓인 눈이 빙하로 굳은 히말라야 고원이 수자원이고 미국 캘리포니아 일원의 기름진 농경지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의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사시사철 이용한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그 일원은 사막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지구온난화가 겨울철 북극해의 빙원을 불안하게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우리나라를 춥게 할까. 그 방면에 과문하여 구체적 기상 변화는 알지 못하지만, 언론은 제트기류가 헐거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국한파를 극지방 안에 붙잡아두던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약해지면서 북국의 냉기류가 우리나라와 유럽의 중위도 지방으로 빠져나가 예년에 없던 한파가 계속된다는 거다. 남태평양과 시베리아 기단이 밀고 댕기며 만들던 삼한사온 대신 냉동실 추위가 계속되는 이유가 그렇다는 분석인데, 눈이 녹지 않아 문제다.
공무원들이 퇴근한 뒤 눈이 내리면 낭패는 오래간다. 내리는 눈이 심상치 않아 서울에서 서둘러 차를 몰던 친구는 연수구에 와서 말끔한 아스팔트를 운전하며 부자 동네 다르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염화칼슘을 뿌리는 트럭이 다니고 있었다. 연수구만이 아니다. 작년과 재작년 염화칼슘이 부족해 언론의 질타를 받아 그런지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는 눈이 내리면 서슴지 않고 염화칼슘을 뿌린다. 한데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한 듯하다.
물과 만나 열을 발생하는 염화칼슘은 차가운 날에도 도로의 눈을 녹이는데 탁월하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도로가 파손되고 자동차 바닥이 부식돼 운전자의 원성을 사는데 그치지 않는다. 도로에서 치운 눈은 보통 가로수 주변에 쌓아둔다. 그때 염화칼슘이 토양에 스며들어 가로수의 생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조경 전문가는 지적한다. 더 있다. 눈이 녹아 지하수와 강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생태계에 부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갈 경우 갯벌의 생물에 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염화칼슘 대신 소금을 사용해도 토양과 지하수의 염분도를 증가시킬 것이다.
부작용을 잘 아는 당국은 염화칼슘이나 소금을 대심할 만한 물질을 몇 가지 찾거나 개발하고 있는데, 환경에 대한 위해 여부와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고 가격이 높아 선뜻 활용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하수를 도로 아래 흘려 눈을 녹이는 방법과 태양광 활용 방안도 연구하지만 비용이 문제일 텐데, 경사진 길에 열선을 깔아놓는 일은 우리도 부분 시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쓸고 치우는 전통적 방법이 가장 믿음직하다. 한데 도시에는 세금 내는 사람은 많아도 스스로 치우는 이 무척 드물다.
눈이 많은 국가의 대도시는 제설장비가 다채롭고 투입도 즉각적이다. 3년 전,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뉴욕 일대가 폭설로 막히고 역사상 최초로 공무원 결근 사태가 벌어졌는데, 시카고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민은 잘라 말했다. 쌓인 눈 때문에 도로가 막히거나 출퇴근에 지장이 생기면 당시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다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보는 대형 중장비는 물론이고 오토바이를 변형한 제설장비가 순식간에 나타나 그때그때 눈을 치워 쌓일 틈이 없다고 말한다.
눈이 드문 우리 남쪽 지역은 올 겨울 눈 치우느라 큰 고생했을 것이다. 한데 이제 익숙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진정될 가능성은 없다. 북극해의 빙원이 다시 단단해지지 않을 것이다. 겨울철 눈이 늘면 늘지 줄어들지 않을 테니 눈 치우는 행정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직 모스크바나 시카고처럼 눈이 많이 그것도 자주 내리지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시기상조라고 제설약품만 확보하고 설비에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닐 것이니 조금씩 준비해두는 게 낫겠다.
운동신경이 빠른 후배가 눈길에 미끄러져 그만 복숭아뼈를 크게 다쳤다. 두 달은 치료해야 한다는데, 몸은 무겁고 뼈는 약하며 운동신경도 둔한 몸은 이 겨울의 눈길이 두렵다. 도시에서 등산화에 아이젠을 신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 구청에서 염화칼슘을 뿌리더라도 눈 내리자마자, 그리고 조금씩 골고루 뿌려야겠지만, 그 전에, 내 집 앞 눈 치우기가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내 집 앞에서 누군가 넘어져 다치면 참 미안한 노릇이 아닌가. 함께 눈 치우다 보면 이웃 사이에 정도 싹틀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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