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에 싸인 씨, 하얀 눈이 내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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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에 싸인 씨, 하얀 눈이 내린 듯
  • 신종철
  • 승인 2013.01.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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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 ⑧사위질빵-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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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위질빵
<인천in - 강화뉴스 협약기사>
우리 들꽃 이름을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특별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 유래된 이름들이 더욱 그렇다.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밥풀은 고부간의 갈등을 담고 있는 이름이지만 사위질빵은 장모의 사위 사랑을 담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위질빵은 거의 대부분의 덩굴식물이 그렇듯이 햇빛을 받으려 다른 식물을 타고 자꾸만 위로 올라가 그 식물을 뒤덮어버리는 식물이다. 줄기는 가늘고 약하게 생겼지만 성장속도가 빨라 어느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하면 한 여름쯤엔 그 나무에 눈이라도 내린 듯 흰색의 꽃으로 덮어버린다.
웬만한 크기의 나무는 이 녀석이 기어오르기 시작하면 뒤덮어버리니, 자신은 더 높이 오를 수 있어 좋겠지만 그 그늘 속에 갇힌 나무는 엄청난 고통이 아닐까 싶다. 이런 빠른 성장속도와 어느 물체이든 오르면 덮어버리기 때문에 한 여름 햇빛이 드는 창가에 심어 올리면 그늘을 만들어 주며 흰색의 꽃과 은은한 향기까지 있어 여름철 뜨거운 햇빛 가리개로 창가에 심어도 좋은 들꽃이다.
가을엔 깃털에 싸인 씨(열매)가 한여름 꽃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꽃이 많이 피는 만큼 씨도 많이 맺는데 깃털에 싸인 씨가 멀리서 보면 소복이 하얀 눈이 내린 듯 또는 갓 틀어낸 솜처럼 폭신해 보이는 것이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하얀 깃털에 싸인 별모양의 씨도 볼수록 아름답다. 특별히 역광에 비친 모습은 더욱 아름다운데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에 그저 놀랄 뿐이다. 다른 깃털을 가진 들꽃들이 쉽게 깃털을 날려 보내는 것과는 달리 오래까지 때로는 겨울 내내 그 자리에 매달려 날아갈 듯 말듯하면서 햇빛에 반짝이며 달려 있어 들꽃을 볼 수 없는 철에 더욱 아름답다.
질빵이라는 단어는 짐을 걸어서 메는데 쓰는 줄을 말하는데 사위질빵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은가? 옛날부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이고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했는데, 사위질빵이라는 들꽃 이름이 장모의 사위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예전 일부 지방에서는 가을 추수철에는 처가에 가서 사위가 가을걷이를 돕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위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애처롭게 여겼던 장모는 이 가늘고 약한 덩굴로 지게 질빵(멜빵)을 만들어 짊어지게 해서 조금만 무겁게 지우면 쉽게 끊어져서 짐을 가볍게 지게 했다는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니 꽃과 깃털이 달린 씨도 아름답지만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사랑에 더욱 정감이 가는 들꽃이다.
비슷한 꽃으로 사위질빵보다 조금 일찍 꽃이 피는 할미질빵이 있는데, 이는 옛날 어느 못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미워하여 질긴 할미질빵으로 질빵을 만들어 짐을 많이 지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정말 고약한 할아버지다. 이 할미질빵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지만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사위질빵이다.
 
 
  
▲ 사위질빵 (가을의 씨)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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