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나오는 방귀 이야기
상태바
자꾸만 나오는 방귀 이야기
  • 이창희
  • 승인 2013.03.15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이창희/인천사랑병원 소화기내과
방귀.JPG
 
 
내 진료실에는 “배에 가스가 많이 차요”, “배가 빵빵해요”, “배가 부글거려요” 하면서 찾아  오는 분들이 많다. 또는 전에는 안 그랬는데, 방귀 냄새가 지독해졌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방귀의 주성분은 질소, 산소, 수소, 탄산가스, 메탄가스 등이며, 고약한 냄새를 나게 하는 것은 극소량의 설파 함유 가스인 메탄에티올과 다이메틸설파이드 등이라고 알려져 있다. 트림은 음식을 먹으면서 삼킨 공기가 다시 나오는 것이므로 일반 공기와 같이 질소, 산소가 대부분인데 반해,  방귀는 주로 장 속에서 세균이 소화 안 된 음식물을 발효시켜 생긴 가스가 대부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방귀의 양은 민족에 따라, 개인에 따라 그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적게는 200 밀리리터에서 많게는 2000 밀리리터에 이른다. 횟수도 하루에 수회에서 많게는 수십 회에 이르기까지 그 차이는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다.
 
전에는 방귀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 방귀가 많이 나온다는 분들께는 우선 드시는 음식에 변화가 있는지 물어본다. 옛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보리밥 먹으면 방귀가 나온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리, 콩, 옥수수, 밀 등의 잡곡은 가스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부와 건강의 상징으로 흰 쌀밥을 먹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때도 있었지만,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잡곡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잡곡밥을 매일 먹고 빵도 흰 빵보다는 호밀 빵 등 잡곡이 섞인 빵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쌀에 비해 잡곡은 장에서 소화 흡수되는 비율이 낮고 섬유소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발효과정이 왕성해지기 때문에 가스가 더 많이 생긴다. 또한 땅콩 등의 견과류도 가스를 많이 만들고,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마늘도 약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가스를 많이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유만 마시면 배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우유를 분해하는 유당분해효소 결핍증이 있는 사람이 많아서인데, 이 경우에는 섭취한 우유 속 유당이, 분해효소 결핍으로 인해 소장에서 흡수가 잘 안 되어, 대장 내에서 많은 가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우유를 먹지 않으면 잘 해결된다. 마시는 우유 뿐 아니라 과자나 빵 등에도 우유성분이 많이 들어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배에 가스가 많이 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따로 자세히 검사해 본 결과, 방귀의 횟수나 양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고, 장내 가스의 양을 측정해보아도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실제 장내에 가스가 많아서 라기 보다는,  장이 정상적인 가스의 양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가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위 절제술을 받았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실제 음식물의 소화가 소장에서 잘 이루어지지 못해, 소화 안 된 음식물이 대장으로 내려와 발효되면서 많은 가스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여 소화 효소제나 장내 가스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들을 복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귀가 많이 나와도 문제이지만, 장내 가스가 많은데도 방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이것은 더 크고 심각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몸이 불편해서 오랫동안 누워 지내는 경우 장의 운동이 나빠져 심하면 장이 마비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마비성 장 폐쇄증), 이런 경우 가스가 나오지 않게 된다. 더 좋지 않은 경우는 실제 장이 막힌 경우인데, 이전에 복강 수술을 한 사람의 경우 수년이 지나 장이 유착되어 장이 막히게 되거나, 대장암 등이 생겨 장이 막히면 방귀가 나오지 않게 되며, 복통도 심하고 구토도 동반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와야 한다.
 
방귀가 많이 나오는 편이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더 낫다고 할 수 있으므로,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음식 조절을 함으로써 장내 가스와 방귀를 해결해 보길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