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정책, 모두를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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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정책, 모두를 배려해야
  • 김동희
  • 승인 2013.03.13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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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김동희 /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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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강의 나갔을 때의 이야기다. 일선 초등학교에서도 다문화가족과 관련된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관련 실적을 내야 하다 보니 소수의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부 학교의 경우 이미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아이들까지 다문화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다시 ‘다문화가족’라는 낙인을 찍어주고 있다. 이렇게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서비스가 집중된 것을 보면서 비다문화가족 학부모들이 왜 다문화가족에게만 많은 혜택을 주냐고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다문화가족 지원이 이슈가 됨에 따라 여러 기관에서 관련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정보력이 있는 다문화가족은 여러 곳을 비교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에게 이득이 되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방식의 무료 사회복지서비스의 만연은 비대상자들까지 사회복지 수혜자로 만들고 또 그들을 계속해서 수혜자로 남아있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반갑지만은 않다. 또한 다문화가족에게만 혜택을 주다 보니 비다문화가족으로 하여금 역차별을 느끼게 하므로 사회통합에 있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현상은 비단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전반에 걸쳐 문제시 되고 있다.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 중 비다문화가족까지 대상으로 하는 것이 다문화이해교육이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직접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선입견을 줄여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교육이다.
모 프로그램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강남의 한 길거리에서 외국인 두 명이 영어로 길을 물어보았다. 한명은 백인이었고 다른 한명은 아시아계 황인이었다. 한 자리에서 30분 정도 실험했는데 백인에게는 여러 사람이 친절하게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안내하고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 준 반면, 동양인의 질문에는 못들은 척 하거나 듣고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실험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만약 우리가 유럽이나 북미의 어느 길거리에 섰을 때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일까 한번 상상해 보자. 다행히 선한 사람을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후자의 입장에 놓일 것이다. 단지 나의 외모 때문에 낮선 거리에서 30분 이상을 헤매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까?
기성용 선수가 공을 찰 때 유럽의 관중들이 아시아계 선수에 대한 무시의 표현으로 원숭이를 흉내 낸 조롱과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이처럼 우리가 차별 당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래 전부터 여러 민족이 섞여서 살아왔던 다른 나라에 비해 외국인에 대해 더 심한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표현하는 이러한 차별적 행동의 이면에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다문화정책이 더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년에 필리핀에서 이주해온 한국인 이자스민씨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다문화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센터 입장에서 보면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주민이 우리사회의 노동시장에 안착하고 주류로 편입되면서 생겨나는 다문화화에 대한 반감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가 다문화가족일 것이라는 예상치가 나오고 있다. 그 말은 내가 다문화가족을 나의 새로운 가족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확률이 20%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문화가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사회 소수의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바로 지금이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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