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드릴까요, 함박스테이크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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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드릴까요, 함박스테이크 드릴까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7.02 00: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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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양식' 중구 선화동시대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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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러’ 가자.”
식사메뉴를 정하면서 ‘썰러’ 갈 때가 있었다. 월급날이거나 용돈을 탔거나, 뭔가 특별한 분위기로 생색을 내야 할 때 ‘경양식집’ 또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비프커틀렛… 요즘에야 분식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마음 먹어야’ 먹었다. 그 ‘고급 음식’을 팔던 경양식 집이 인천에 여러 곳 있었고, 지금도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인 ‘국제경양식’이 선화동 시대를 접었다. 이제 신흥동시장쪽 선화동에 ‘있는’이 아니라 ‘있던’ 국제경양식이 되었다. 완전히 문을 닫은 건 아니고, 다음 달 8월 중순께 송도에서 다시 문을 연다. 하지만 40여년 동안 국제경양식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또’ 속상하고 아쉽다. 중구 동구 원도심에서 인천을 대표하던 곳이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6월 29일, 신흥동에서 마지막 장사를 하는 날 국제경양식을 찾았다.

국제경양식 안주인 강영주씨는 “오늘까지 영업한다. 6월 30일까지 집주인이 비워달라고 해서 급하게 알아봐 송도에 상가를 분양받았다. 인테리어를 하고 8월 15일 광복절 전에 문을 열 계획이다. 개업날짜가 정해지면 고객카드에 등록된 손님들한테 단체문자를 보낼 것이다”라면서 “‘국제경양식’이 문 연 지 40년 됐다. 이 자리에서는 22년 됐다”고 말했다. 국제경양식은 1972년 중앙동에서 ‘스낵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이후 신포동, 중앙동을 거쳐 이곳에서 가게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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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애들 고모부가 창업주다. 고모부가 처남(애들 아빠)을 불러 일을 했다. 애들 아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격증을 따고, 군대를 다녀와서 매형과 일을 했다. 그후 매형이 손을 떼고, 2002년부터는 우리가 인수했다. 저희 아들은 일반대학교를 다니다, 재능대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가 아버지와 일을 함께 하게 됐다”며 “졸업후 호텔에 근무하는 아들에게 ‘국제경양식의 맛’이 중요하지 않나, 아빠 걸 먼저 배우는 게 순서가 아닌가 했더니 여기에 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들이 함께 해서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국제경양식 자리가 옮겨가니 심정이 어떤가 물었다. “많이 아쉽다. 착잡하다. 계획을 세웠다가 이사하는 게 아니라 건물주가 비워달라고 해서 이사를 가니 속상하다. 우리는 국제경양식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 이름에 걸맞게 자부심을 갖고 이어갈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잖은가. 주차시설을 확보하려고 가게 앞에 샀던 땅도 다시 팔았다. 이사 문제는 우리 생각과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됐다. 하지만 ‘맛을 잃지 않고’ 송도에 가서 열심히 할 것이다.”

1970년대, 국제경양식을 찾았던 사람들은 당시 경제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60, 70, 80대가 됐지만, 그들의 자식들이 찾아오고, 또 그 자식의 자식이 찾아온다. 손님 가운데는 3대째 찾아오는 이가 꽤 된다. 강씨는 “그 분들은 당시 ‘양식을 접했던’ 지식층이고 높은 자리에 있던 분들이다. 솔직히 우리 집이 양식집 분위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역세권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한결 같은 맛’ 때문에 찾아오신다”면서 “여자분들은 친정집 같아서 오고, 남자분들은 안방 같아서 온다더라. 그리고 제 남편이 청년시절부터 머리가 하얘서까지 주방을 지키는 것을 높이 산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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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비싼’ 송도에 가서 음식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상가 분양값도 세다. 더욱이 우리가 돈도 없고, 관리비도 높단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 보면 올리면 안 될 것 같다.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덜 남더라도 적어도 1년 동안은 이전을 알려야 하기도 해서 음식값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테리어도 여기 분위기랑 크게 다르게 하지 않을 생각인데, 그 점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맛’ 때문에 오는 분이 많다. 깔끔하면서도 낯설지 않게, 레스토랑 분위기보다는 식당 분위기로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씨는 이전하면서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건 인터넷시대라는 점이다. “후식을 낼 때 설탕과 프림이 따로 나오는 걸 보고 나이 드신 분들은 반가워하고, 젊은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또 마지막날이라고 알려져서인지 80% 이상이 젊은 분들이 찾는다. 이것도 희망적이다. 이곳은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고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송도에 가서도 ‘맛’과 ‘분위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내느라 바빴던 주인장 최동식씨가 손에 있는 물기를 닦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날이라 실감이 난다며 한숨을 쉬며 아쉬워했다. “고객카드를 보면 초창기 때부터 오신 분들이 많다. 지금 그분들은 일선에서 후퇴하셨고, 지금은 대개 송도, 논현, 연수지구에 사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이사하는 걸 반기기도 한다. 중구 동구에서 소신있게 사는 분들은 많이 아쉬워한다. ‘왠지 낯설겠다’는 분들도 많다. 그러면서 결정을 내렸으니까 잘해보라고 격려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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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1978년 5월 중앙동에서 ‘국제경양식’이 문을 열고서 몇 번 이사를 한 다음, 여기에 있는 거다. 우리가 이사 간다는 말에 손님들이 ‘깜짝깜짝’ 놀란다. 신포동 시절부터 다녔던 분들은 지금 80대가 됐지만, 예전에는 그분들이 제일 젊었을 때다. 그분들은 여기를 오면서 그 추억 속에 계속 있는 거다. 그래서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섭섭해하는 분들도 있다. 또 우리 가게는 대를 물려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인장인 그는 오늘이 참 특별하다. “가슴이 짠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접는 일’은 늘 짠하다. 사람이 큰일을 앞두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르다가, 이렇게 닥치니까 ‘참 짠하다.’ 여러 군데를 다니다가 송도로 정했다. 25살인 아들이 일을 함께 하는데, 그 아들을 위해서도 송도로 정해야 할 것 같았다. 일본 경우에는 몇 대째 가업을 물려받지만, 우리는 ‘너는 하지 말아라’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앞으로 10년은 더 할 건데, 거기서 계속 아들로 이어지려면 ‘도전’을 해야 한다.”

그는 송도로 가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라면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내다봤다.
“송도로 가자마자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음식 장사는 부모가 음식을 해도 맛 없으면 안 온다. 여기서 잘했다고, 이사 가서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곳에서 터잡고 한 분들도 있어, 처음부터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각오해야 한다. 신포동에서 여기로 올 때도 고전했다. 지금처럼 젊은 친구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진 찍고 좋아하는 게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송도에 가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빨리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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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정 2013-07-06 09:49:39
아 아쉽네요. 직장 앞이라 종종 갔었는데...

ㅜㅜ 2013-07-04 20:20:02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6월에 여친과 함께 갔던게 위안이 됩니다. 기념으로 명함도 가지고 왔는데

이정선 2013-07-02 23:44:24
인천이 고향이 아니라 결혼후에 자리잡은 곳이라 20대의 인천에서의 추억은 없지만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고 인천에서 학교까지 다녔던 남편은 많이 아쉬워 하더군요.. 대학시절 과외아르바이트하고 받은 월급으로 친구들에게 큰 맘먹고 한턱쏘던 추억이 남아선지...나도 얼마 안되는 인천에서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어 섭섭한대요.. 미림극장, 애관극장, 공보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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