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독재와 권력만을 꿈꾸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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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독재와 권력만을 꿈꾸는 사회
  • 하석용
  • 승인 2013.08.12 19:27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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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하석용 / 공존회의 대표 ·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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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마트 폰으로 한통의 문자 편지를 받았다. 서울의 한 시민단체 명의로 발신된 문자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8월 10일 광화문에 10만 명, 아니 100만 명쯤 모여서 이 정권을 확 엎어버리자”라는 것이다.
 
글쎄.... 나를 동지라고 생각해서 발송한 것인지도 모르는 내용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해서 생각해 보아도 이러한 선동은 의리라는 가치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 비이성적인 행위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게다가 어차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연락을 받았을 것인가까지 따지고 보면 이러한 내용을 내 속에만 품고 있어야할 “공익적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만일 이 나라가 다수 국민의 합의에 의해 스스로 선택한 기본적인 정체(政體)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거나 최소한 그렇게 될 충분한 개연성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 나라의 국민들은 국체의 최후의 수호자로서 시위, 그 이상의 어떠한 저항을 할 수도 있다. 일제 침략의 경험이나 과거 자유당이나 군부 독재시절의 경험에서 명백하게 깨달을 수 있듯이, 이 나라의 국민들이 선택한 국체와 정체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의 어떠한 불순한 기도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엎어 버려야 할 대상”이 된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나라나 이 나라의 정부, 또는 그 정체를 “엎어 버려야 할 어떠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니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 이 나라에 민주가 부족하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이 땅에 “그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백성”이 우리 모두가 떨쳐 일어나 길바닥으로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만큼 많다는 말인가. 이 나라의 권부(權府)는 국민 모두가 나서서 걱정해야할 만큼 모두 권력의 시녀가 되었다는 말인가. 내게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다른 걱정이 있을지언정 “그렇다”라고 답할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이 나라의 비능률과 부조리, 갈등과 파괴적인 대립을 어느 특정 집단에만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역사적으로 가장 부조리한 사건이었던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뒤로 70년 가까이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온갖 격변을 겪어왔다. 왕정의 몰락과 현대적 국가의 건국, 최빈국으로의 몰락, 세계 최초로 이념에 의한 진영 전쟁이 되어버린 6·25 전쟁과, 이어진 양 진영의 최일선 경계(境界)지역으로서의 분단, 40년 넘게 계속된 독재와 민주화투쟁의 반복, “오직 경제”에 대한 몰입과 성취, 급진적인 서구화, 극단적인 재벌체제와 극단적인 노동운동, 지역적인 갈등, IMF라는 몰락과 어설픈 세계화, 사회의 모든 기성적 권위의 해체와 사회의 파편화....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세계가 창안해 낸 거의 모든 정치 제도와 첨단적인 행정제도들을 경험했고 지배 권력의 교체를 경험했다. 끊임없이 엎어버리고 “바꿔!”를 외친 덕분에 좌우파가 됐건 보수 진보가 됐건 이제 이 땅의 모든 정치 집단들이 집권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총명함이 어두운 탓인지는 모르겠거니와, 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 땅에 명멸했던 어떠한 집권세력도 국민들을 감동시키는데 성공했던 경우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집권의 교체과정을 거쳐 권력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는 “블록”과 “패거리”가 양산되었을망정 모든 국민들이 역사에 기록하여 길이 기억하고 싶어 할 만큼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그로 비롯하여 사랑을 받았던 단 하나의 집단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오늘의 우리사회가 세상에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분열하고 부조리하며 위기인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정치적인 집단이라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종교인들에게는 미안한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부처님 예수님 말씀이라도 이의를 달수가 있는 법이고 공자님 말씀도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수많은 종파와 학설이 인간의 그러한 숙명을 증명한다. 하물며 정치적인 신념이 어찌 하나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의견을 거리낌 없이 밝히고 서로 인정한 질서에 따라 교환할 수 있으며 양심에 따라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사회를 민주적이라고 부를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나는 그러한 사회에 살기를 희망한다. 내게 있어 그러한 과정을 방해하는 어떠한 시도도 그것은 반문화적인 것이며 비이성적이고 단순한 폭력일 뿐이다.
 
물론 다난한 역사는 개인이나 사회에게 “피해강박”이라는 왜곡된 정서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아마도 우리는 험난한 역사를 통해서 세상에 믿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직 “돈”이나 “내가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적인 권력”뿐이라는 것을 배웠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라도 “완장(腕章)”에 대한 집착을 갖고, 방법이 없을 때는 목소리라도 높이고 억지라도 부리거나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지배하는 권력을 차지해야 산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권력과 독재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서. 내가 편히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나 적어도 이 사회의 바람직한 향방을 걱정해야 하는 정치적인 지도세력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그러한 트라우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 그러한 아집이 순환의 모순을 낳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곳에서 진보적인 희망의 세상이 시작된다는 상식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민주당은 국회라는 질서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수결의 질서를 수용하여야 하고 다음 번 다수가 되기 위하여 모범답안을 준비하고 그 실천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시속의 표가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이 늦는다 할지라도 오직 그 선구적인 길을 개척해 내야만 한다. 시민세력은 연구와 토론, 교육과 실천이라고 하는 상식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 이 시대에 시민운동의 목표는 보편적상식의 확충에 있는 것이지 집권에 있지 않다. 탐욕보다 무서운 보수의 독소는 없다. 그것을 흉내 내려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방향의 전환만이 민중의 내일을 걱정하는 진정한 진보적인 자세가 아닌가.
 
인천의 원로들이라면 촛불을 들기 전에 혹시라도 인천에 탐욕과 독선, 지방 독재가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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