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풀 솔로몬 지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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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풀 솔로몬 지혜 필요하다
  • 윤세민
  • 승인 2013.08.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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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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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강경 대치,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
여야의 강경 대치로 국회가 파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지난 8월 23일로 종료됐지만, 여야 간 끝 모를 대치 정국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향후 의사일정 조율은 고사하고 작년도 결산안 심사에도 착수하지 못해 결산국회는 물론 정기국회의 초반부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2012회계연도 결산이 늦어지면,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사 등의 일정이 줄줄이 순연되면서 전체적인 정기국회 일정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26일 새누리당이 2012년도 결산안 처리를 위해 단독으로 상임위를 소집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국회는 파행을 빚고 말았다. 국회 법제사법위, 산업통상자원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여성가족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모두 개회 10분도 안돼 산회되고 만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결산을 위한 상임위 소집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민생을 책임지는 공당이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국회에 들어와 지난해 결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단독 국회 소집은 여론 호도용으로 꺼내든 궁여지책”이라면서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파행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정치 쟁점과 국회에 대한 확연한 시각차
결국 여야의 강경 대치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 이 때문에 시급한 결산·정기국회 문제가 여전히 국정원 사건 등 정치이슈에 밀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형국이다. 여기에다 이번 주에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이 나오면, 야당은 이를 '셀프개혁'으로 몰아붙이며 쟁점화할 태세여서 여야 대치는 더 심화할 공산이 크다.
10·30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도 여야간 상생보다는 대결구도를 첨예화하는 '외생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지역이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으로 고루 분포될 것으로 예상돼 결과에 따라서는 당내 역학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방해로 국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특검 도입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하며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조에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민주당이 '3·15 부정선거 반면교사'까지 운운하며 사실상 대선불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결산·정기국회에 대해서도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흠 대변인은 "지금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이유와 명분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자 시민단체가 하는 행동"이라면서 "결산국회와 정기국회를 맞이하는 제1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결산국회에 언제 응할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이 "광장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정기국회 일정을 포기하거나 보이콧하지 않는다"면서 정기국회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기국회라는 공간에서 장외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고, 장외투쟁으로 정기국회의 활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혀 장외투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 장기화와 이로 인한 정기국회 파행 시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이 커 돌파구 마련을 위한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절충 등이 정국 경색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 투쟁’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며 결산 국회 일정에 합의할 가능성도 일부 시사해 주목된다. 결산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정기국회를 맞이하는 것이 아무래도 민주당에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전격적 민생회담 제의
그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과 전·월세난, 일자리 문제 등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민생지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국민을 위해 협조할 것은 초당적인 마음으로 임해주셔야 경기도 살릴 수가 있고 국민들의 삶도 나아질 수가 있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 회담의 형식을 고수하면서 핑퐁 게임을 벌였다. 여기에 민주당이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냉랭한 기류가 오갔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또다시 회담의 불씨를 살려놓은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담의 형식과 의제는 각각 '5자 회담'과 '민생 법안 처리'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민생 법안의 시급하고 원만한 처리"라며 "민생과 연계된 5자 회담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없이 민생만 논하자는 것은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국정원 문제를 포괄하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양자 회담을 역제의했다. 이달 초 청와대의 5자 회담 제의에 대해 민주당이 양자회담으로 되돌렸던 '핑퐁 게임'이 재연된 것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회담의 불씨가 사그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개혁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지만, 야당과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담 의제가 민생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정원 개혁까지 포함된다면 전격적으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야권의 협조 없이 민생 법안 처리가 어렵고, 야권은 민생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마냥 시일을 끌기에 양측 모두 상당한 부담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양측이 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기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야가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 개혁 등의 현안을 의제로 설정할 지 여부와 회담 형식 등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솔로몬 지혜 내는 쪽이 정국 주도한다
여야 강경 대치 및 청와대를 포함한 치열한 정쟁 속에 정기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국회의 일년 농사이고 가장 강력한 대정부 견제 수단이며 국회의원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닌가. 더욱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경제 활성화 △세제개편안 논란 △세수위축 속 내년 예산방향 설정 △박근혜 정부 첫번째 국정감사 등 어느 때보다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회 표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강경 대치 속에 국회 파행을 풀어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청와대든 여야든 그 지혜를 내는 쪽이 정국을 주도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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