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떡볶이', 23년의 맛과 멋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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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떡볶이', 23년의 맛과 멋이 그대로
  • 김소담 대학생기자단
  • 승인 2013.09.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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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역 남부 1번출구에 23년째- 고사리 손으로 먹던 그 맛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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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떡볶이의 실내는 마치 80년대를 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의 학교 앞 분식점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적은 돈으로 양껏 우리의 배를 부르게 해주었던 바로 그 음식 떡볶이. 이러한 우리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해주고 있는 곳이 있었다.
 
부평 남부역 1번출구로 나와 인천성모병원 가는 길에 위치한 모녀떡볶이는 23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떡볶이 체인점들과는 다르게 허름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의 메뉴는 다른 집과 특별히 다른 것도 없다. 메뉴도 간소하다. 떡볶이와 어묵, 순대, 만두와 김말이 튀김, 이 다섯 가지가 전부다. 심지어 가게는 작고 허름한데다 냉난방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동안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비결은무엇일까? 
 
모녀 떡볶이가 문을 여는 시간은 정오 무렵이다. 인터뷰는 점심시간을 지나 손님이 뜸해질 무렵인 오후 1시부터 시작할 요량이었지만, 취재는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주인아주머니 한 분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아주머니는 취재에 응해달라는 요청이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이번 취재의 취지를 헤아리고는 인터뷰에 응해주기로 했다. 10여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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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모녀떡볶이의 대표 메뉴 떡볶이와 만두
 이곳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새로 만들어지고 튀겨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양의 떡볶이와 만두가 팔린다.
 
 
 
[기자]모녀떡볶이를 리모델링하거나 장소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가 뭔가요?
[모녀떡볶이]사람들이 찾아왔을 때마다 고향을 찾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죠. 몇 년 뒤에 다시 오게 된다던지 해외에 나갔다 들어와서도 이곳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은 옛날 모습 그대로여서 고향의 온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 주변들은 새롭게 변하고 있어도 여기는 항상 변함없는 모습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손님은 옛날 그대로인 이곳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어요.
하지만 단점도 있죠. 위생을 신경 쓰는 사람들은 뭐라 하기도 하고, 사람이 많을 때는 공간이 좁아 항상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가게 유지가 가능한 거죠.
 
[기자]이렇게 잘되는데, 체인점을 낼 생각이 없나요?
[모녀떡볶이]체인점 할 생각은 지금은 없어요. 맛이 변하기 때문이죠. 다른 먼 지역에서 저희 떡볶이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그게 불편하다고 해요. 자기 동네에도 모녀떡볶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기자]원래는 어머니께서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이어 받으신 건가요?
[모녀떡볶이]네, 맞아요, 원래는 어머니께서 하셨죠. 어머니께서 계속 일을 하실 수가 없어 우리 3형제가 3년 반 전부터 조를 구성해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큰 딸이고, 옆에는 며느리예요. 다들 따로 하는 일도 있어요. 저 또한, 대학원 졸업하고 하는 일이 따로 있지만 어머니의 전통을 잇기 위해 이 일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정성과 노력으로 일궈놓은 일이니까요.
 
[기자]어머니께서 홀로 가게를 시작하시면서 많이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모녀떡볶이]저희는 원래 서울에 살았어요. 그러다가 인천에 이사를 오면서 처음으로 분식집을 하시게 됐어요. 어머니는 전라도 사람이라 맛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시고 음식솜씨도 좋으시죠. 어머니께서 떡볶이 맛도 직접 개발하셨어요.
어머니가 하실 때는 오징어 튀김도 팔았어요. 밤새 오징어 껍질을 일일이 떼시며 손질하시느라 손이 다 헐기도 했었죠. 떡도 20분 먼저 미리 끓여 준비하셨죠. 어머니가 여기에 쏟은 시간과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하는 일이 있으니 그 정도의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긴 힘들어요. 그렇지만 떡볶이의 요리법을 그대로 사용해서 맛은 유지하고 있어요. 간혹 예전의 어머니의 손맛이 나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집들에 비하면 맛있다면서 계속 찾아주시긴 하죠.
 
[기자]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모녀떡볶이]저희는 100%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요. 산지의 밭에서 직접 거둔 고추로 만든 것이죠. 이게 가장 차별화된 점일 겁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모두 100% 국산을 사용하고, 떡도 어머니가 쓰시던 똑같은 밀떡을 그대로 사용해요. 이게 23년 동안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이유일 겁니다.
 
[기자]인터넷에는 연중무휴로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여름휴가로 며칠 전 문을 안 열었던데, 휴가는 언제 언제인가요?
[모녀떡볶이]인터넷에는 손님들이 올린 이야기들이 많죠. 저희는 명절과 여름휴가 기간에만 쉬어요. 그 때는 납품업체에서도 쉬기 때문에 이틀 정도 쉽니다. 휴가가 아닐 경우에는 12시부터 문을 열어요.
 
[기자]사실 저는 이 집에 10년 전에 처음 왔었는데, 10인분을 포장해 가는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모녀떡볶이]우리집은 할아버지들도 오세요. (이 말을 마치자 정말 할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저희 집을 찾는 분들의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하죠. 또, 한 번 오셨던 분들은 계속 오세요. 처음, 어머니가 하실 때는 주로 입소문을 탔다면, 지금은 인터넷에서 퍼져 젊은 층도 많이들 오죠.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모녀떡볶이]저는 일주일에 세 번 나오지만, 그 날이 기다려져요. 사람 만나는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예전에 왔던 손님이 다시 찾아와 저를 알아보며 반가워하는 일도 많아요. 그리고 예전처럼 맛있게 드시고 가시면 저도 행복해지죠.
일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임신부가 되어서 떡볶이가 먹고 싶다며 찾아온 손님도 있었죠. 투병 중에 저희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도 있었고요.
사실, 저는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들이 고향을 찾듯이 여기를 찾아주고, 맛있게 드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합니다. 물론, 어머니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이런 맛에 이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모녀떡볶이집 큰 딸의 설명을 듣고 나니 23년 동안 전통과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해도 이곳은 항상 제자리에서 그대로의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해 줄 것 이다. 고향의 맛과 정이 그리운 분들은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전화번호 504-9636  
영업시간 정오~오후 10시
메뉴 떡볶이 2,000원, 튀김 1,000원(2개)
순대 2,500원 어묵1,000원(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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