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주간 장종권 시집 '호박꽃나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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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주간 장종권 시집 '호박꽃나라' 출간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3.09.09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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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 기반한 작품들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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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에서 창작 시노래 보급운동을 벌이고 있는 ‘계간 리토피아’의 주간이며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인 장종권 시인의 시집 ‘호박꽃나라’ (도서출판 리토피아)가 출간됐다. 장종권 시인은 1985년 현대시학에 김구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단 활동을 시작했다.


장종권 시인의 이번 시집 『호박꽃 나라』는 현대 시적 사유의 특징적 경향 중 하나인 ‘알레고리’에 기반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에는 각 장마다 시인 내면에 깊게 웅크렸던 ‘유령’들이 독특한 명제적 진술을 쏟아내며 출몰한다. 비약이지만 이 유령들에 이름을 붙여보면 ‘자연-적응-분별-포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유령들은 변신에 능숙하므로 여러 형상이나 양상으로 부분을 통해 전체를 짐작케 한다.


1991년 첫시집 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인화)를 낸 장 시인은 2010년 까지 다섯 번째 시집(‘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을 냈으며, 1994년 세계명시선 ‘너를 위해 내 사랑아’(인화), 1997년 장편소설 ‘순애’(인화, 전2권), 2008년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리토피아)를 발간했다. 2000년 인천문학상, 2005년 성균문학상을 수상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시와 시적행위라는 퍼포먼스를 연출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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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


오늘이라는 낙원

누가 이중섭을 산 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황금 제단에 탐스러운 천도화를 놓아두었을까.

보는 이마다 간절하게 낙원으로 끌고 갔을까.

망우리 그의 하얀 비석에는 이끼도 자라지 않아

빈 무덤에 이름 없는 들꽃들만 무더기로 피어

흘러가던 구름도 궁금하면 때때로 돌아보지.

누가 이중섭을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눈먼 민중들에게는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아.

파도 소리에 귀 막고 등 돌려 벼랑으로 가네.

벼랑 끝 도열한 십자가는 오늘도 경매가 한창이고,

경매가 끝나면 또 다른 이중섭이 십자가로 가네.

얼굴 다른 이중섭이 도살장 소처럼 끌려가네.

보는 이마다 낙원으로 향하라 시든 꽃비 내리네.


꽃의 비명

떨어지는 별똥별은 소리가 없다.

시드는 꽃 역시 소리가 없다.

떨어지는 별똥별의 소리가 없겠느냐.

시드는 꽃의 비명이 없겠느냐.

소리는 소리마다 얼굴이 달라서

다만 없는 듯이 시늉하는 것이다.


생굴 밥상

그의 눈은 갯펄에서 막 캐낸 생굴에서 처음 뜬다.

생글생글 생굴을 헤집고 나오는 그의 눈빛은

갯펄을 밀어내며 쳐들어오는 파도를 닮아있다.

돌아오는 갈매기의 날개를 타고 더 먼 바다를 꿈꾼다.

그의 눈 속으로 아침해가 떠올랐다가 하늘로 사라지고

그의 눈 속으로 벌거벗은 아이들이 달려들다가 잠을 자고,

미래가 있거나 말거나, 꿈을 꾸거나 말거나,

바다가 놀거나 말거나, 갈매기가 지치거나 말거나,

그의 눈처럼 캐낸 생굴을 반찬 삼아 아침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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