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석유화학 부당노동행위 의혹, 부실공사 우려
상태바
SK석유화학 부당노동행위 의혹, 부실공사 우려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0.30 0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플랜트노조 경인지부 "불법다단계 하도급 음성적으로 자행"
IMG_3232.JPG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부실공사의 우려가 일고있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이하 노조)는 10월 29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증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음성적으로 자행되면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부실공사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노조 가입하면 기능테스트도 통과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공장 증설 현장에서 은연중에 특정 노조의 가입이 권유되고 있다고 한다. 근로계약서와 함께 특정 노조의 가입원서가 제공되거나 비노조원인 근로자들에게 직·반장들이 특정노조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타 노조 조합원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노조에 가입을 권유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특정 노조 가입 권유는 특혜의혹까지 낳고 있다.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사현장에서는 용접기능공을 채용할 경우 실기 심사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런데 특정 노조에 가입할 경우 심사 없이 통과시켜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 안전과 복지는 뒷전

유해 위험물질을 생산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수건강진단은 유해업무에 의해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건강 장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특별항목에 대한 건강진단을 추가로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인을 진단하는 준거가 될 수도 있다. 노조는 파라자일렌 공장이 유해위험시설인 만큼 주민들에게도 확대해 실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전장구가 미비한 사업장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현장 특성상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업체는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근로자에 대한 복지 또한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근로계약서상에는 정오부터 60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휴게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휴게할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좁은 컨테이너 안에 여러 명이 앉아 식사를 해야 한다.

휴게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근무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여건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근로자들은 대로변에서 옷을 갈아입는 일조차 있다. 

옷갈아입는_노동자.jpg
공장 증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대로변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계약이 이루어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1주간의 기준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제50조). 그럼에도 근로계약서에는 버젓이 근무시간을 1일 9시간으로 정한 사업장이 있다.

또, 해당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 산정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근로와 저임금이 발생할 소지가 매우 커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경우, 추가적으로 제공된 근로에 대해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연장근로를 강요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근로계약서_편집.jpg
근로계약서. 시업 및 종업시간에 "07:30~17:30"으로 표시돼 있다. 휴게시간 60분을 빼면 근무시간이 9시간이다.

문제의 배경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공장 증설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고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이나 복지가 미비하게 된 이유로 노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지적했다. 

건설기본법상 합법적인 하도급관계는 발주자, 원도급자(원청), 하도급사(전문건설업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법에는 건설공사를 하도급 받은 업체는 다른 이에게 이를 다시 하도급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도급구조.jpg
일반, 전문건설어자간 원하도급구조(출처: 건설교통부)

그러나 노조는 공장 증설 현장에서 현재 다단계 하도급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도급사가 또 다시 하청을 주고, 그 밑에 오야지(십장), 새끼오야지(일명 보따리상), 그리고 고용된 근로자 순으로 다단계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또 다른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점이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다단계라 하더라도 공장 증설 현장의 근로자들은 하도급사인 전문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런데 임금지급은 ‘직접불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일명 오야지들이 현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통장과 현금카드까지 관리하면서 계약한 임금의 일부를 착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직접불의 원칙’과 더불어 실명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금융거래법위반의 소지까지 있다.

부실공사를 초래하는 최저낙찰제

2008년 1월부터 정부는 건설기본법을 통해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단계 하도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그 원인으로 ‘최저낙찰제’를 지목했다.

최저낙찰제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적격자로 선정된 자 중 예정가격 이하의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부터 입찰금액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낙찰자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은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후려치기’를 하며 출혈경쟁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렇게 낙찰될 경우 원가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이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기게 되고, 이는 다시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어져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최저낙찰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안에서 최말단에 위치한 근로자에 대한 안전대책과 복지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청업체들은 원가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는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한다거나 장시간 근로를 강요함으로써 산재와 부실공사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10월 2일 오전에 공장 증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역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당시 사망한 노동자는 크레인 작업 중에 철골 구조물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는 정해진 수칙대로 이행했다면 그와 같은 불행은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즉, 사고는 뭔가 성급하게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현장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