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국정감사, ‘상시국감’이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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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국정감사, ‘상시국감’이 해답이다
  • 윤세민
  • 승인 2013.11.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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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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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부실’ 꼬리표를 떼지 못한 올해의 국정감사
올해의 국정감사가 사실상 모두 끝났다.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었다. 이번 국감은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지만 최초의 개성공단 현지시찰, 국가정보원·국군사이버사령부의 트위터 글 대선개입 적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날선 추궁 등 적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밖에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과 동양사태 등 경제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역대 최다 규모의 기업인 증인 채택으로 '기업국감'이라는 별칭이 붙었던 이번 국감에서는 기업인들의 사과도 이어져 '경제민주화 이슈'에 따른 변화를 실감케 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대리점주에 대한 본사의 ‘횡포’ 논란으로 국감장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번 국감은 지난 17·18대 때에 비해 극단적인 정쟁과 파행이 줄었고 호통과 막말 등과 같은 ‘구태’ 역시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파행을 빚다가도 밤늦은 시각이나마 감사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예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여야가 국감제도를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 국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 국감을 다짐했지만, 여전히 ‘구태’,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한 셈이다.
국정감사의 본뜻과 역사
여기서 국정감사의 본뜻과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국정감사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이것은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서 인정된 것이다. 헌법과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앙과 같이 순수한 사적사항은 제외된다.
현재 국정감사는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시행하는데, 본회의 의결에 의해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 대상기관은 국가기관, 특별시 광역시 도, 정부투자기관, 한국은행, 농수축협중앙회, 그리고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감사원의 감사 대상기관이다. 국정감사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위원회에 관련서류 제출 요구, 증인 감정인 참고인의 출석요구, 검증, 청문회의 개최 등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며 누구든지 이에 협조해야 한다.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는 헌법상에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를 구분하였다. 국정 전반에 걸쳐 의원 전원이 참여하여 동일한 기간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감사이고, 국정의 특별한 부문에 한하여 국회법상 특별위원회가 행하는 것을 특별감사라고 한다. 그런데 제4공화국 때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가 제5공화국 헌법에서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國政調査權)으로 변경되었고,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과 무리한 운영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제19대 국회 2차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여러 면에서 ‘첫 국감’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우선 올 초 출범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첫 국감이다. 또한 정부조직 변경에 따라 상임위원회가 새로 재편된 후의 첫 국감이다. 아울러 지난해 국감이 대선으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터라 사실상 정식 첫 국감인 셈이다.
그러나 ’첫 국감‘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국정감사를 감시하고 분석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대체로 C학점을 매겼다. 파행과 생색내기 국감으로 인해 국감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에서다.
그 주요 요인은 턱없이 부족한 기간과 무리한 운영에 있다고 본다. 사실 여야는 국정감사 기간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뀄다. 개정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정감사 기간과 관련,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결국 정기국회 기간중인 지난달 14일에야 국감을 시작했다. 기간 역시 30일이 아닌 20일로 한정되고 말았다.
증인 채택과 증인 심문 역시 도마에 올랐다. 피감기관이 628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일반 증인과 참고인 수도 무려 600여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증인별 질의답변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한 상임위에서 피감기관 3곳을 상대로 상임위원 25명이 질의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 기관에 한 의원이 10분씩만 질의를 한다고 해도 식사시간을 빼고도 12시간 30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국감일은 20일이 아닌 15일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애초부터 제대로의 질의나 답변을 생산할 구조가 전혀 되지 못했다. 짧은 기간에 수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하면서 발생하는 국정감사의 숱한 문제가 여전히 계속 방치되어 온 것이다. 그것이 국정감사의 예의 구습과 파행과 졸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난맥상 끊을 해답은 결국 ‘상시국감’
그렇다면 국정감사의 이런 난맥상을 끊을 해답은 무엇인가. 결국 ‘상시국감’이 그 해답일 수밖에 없다. 연간 30일 이내에서 1주 단위로 끊어서 각 상임위별로 4회 정도 분산해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형태의 상시국감을 펼치자는 것이다. 즉, 매년 2월, 4월, 6월 임시국회에서 각 상임위별로 1주일씩 분기별로 일정기간을 정해 국감을 나눠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피감기관을 분리해 국감을 진행하고, 정기국회에서는 종합국감을 실시하면 될 것이다.
이 경우 피감기관도 기간별로 나눠서 국감을 받게 되므로 국감 기간 중 행정부 전체가 업무마비 상태에 빠지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또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면 국정감사에 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상임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법사위 정상화, 대정부질문 제도 개선 등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국감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령 정비도 꼭 필요하다. 즉, 국감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료제출 거부와 위증, 불출석 시 증인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종합적인 법령의 정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시국감 도입 문제는 사실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국정감사의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었다. 실제로 2008년 18대 국회 첫 국감 당시 부실국감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회 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가동했고, 자문위는 상시국감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여러 사유로 인해 도입이 무산됐었다.
이 같은 전력에도 불구, 적잖은 여야 의원들이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상시국감이 가장 좋은 해법이란 견해를 때맞춰 내놓고 있다. 상시국감 도입에 관해서는 여야 관계없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 하자고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상황은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에 그 근거 조항이 이미 마련돼 있기도 하다.
다만 국회가 스스로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과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들이 느낄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상시국감 도입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 미룬다는 것은 국회의 도리를 제대로 못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그 지겨운 정쟁을 넘어서 국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를 온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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