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척척, <영화, 배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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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척척, <영화, 배달왔습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1.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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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7)-'문화복지 전문인력' 기획사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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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이 공동기획한 2013년 하반기 ‘문화복지’, 일곱 번째 순서로 ‘문화복지 전문인력’ 기획사업① <영화, 배달왔습니다!>를 싣는다.

(1)문화복지란 무엇인가?
(2)2013 제10차 문화정책대토론회
(3)‘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무엇인가?
(4)‘인천문화재단 문화복지사업과 다양성’
(5)문화복지포럼
(6)문화멘토와 함께하는 '문화나들이'
(7)'문화복지 전문인력' 기획사업①
   <영화, 배달왔습니다!>
(8)‘문화복지 전문인력’ 기획사업②
  -이주민들의 <내가 사는 이야기>-
(9)복지인력 배치 전후 비교 기사
(10)종합 정리(내년 중앙정부 사업계획 포함)

<영화, 배달왔습니다!>는 인천문화재단 ‘문화복지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획한 사업이다. 이들은 문화복지정책과 복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문화 소외계층을 발굴하여 문화 체험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이 주제를 정하고 실행했다. 인천영상위원회와 예술강사와 함께 무료 영화상영회를 열어 영화를 통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상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배승경(33), 박강희(33), 남경진(31), 유미리 씨(29). 이들은 기획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면서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한데 뭉쳐 일하게 했으며,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사업을 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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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예술강사 선생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어린이들.
 
 <영화, 배달왔습니다!>라는 주제를 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갔다가, 센터장이 영화 보여줄 수 있냐는 말을 듣고 생각하게 됐다. ‘작은 영화관’이라고 해서 도서지역 다니는 것도 듣고 있던 터라, 어떻게 매칭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기획사업을 하면서 이걸로 해보자 하는 얘기가 나왔다. 조원들이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하게 됐다. 내 경우에는 기획사업 전부터 생각한 거라 애착이 갔다.

-내용이 처음부터 좋았다. 사실 더 큰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처음에 들었을 때 괜찮았다.

-사실 영화를 전공했는데, 영화를 벗어나려고 문화복지 전문인력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이 기획사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팀원들과 일하면서 믿고 의지할 수 있어 좋았다. 내 자신도 영화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만나서 하는 일 자체가 보람을 느끼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워크숍에서 임의로 짜준 그대로 팀이 됐다. 우리는 그냥 넷이 가자고 했다. 사실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하는 사람 열 명은 두루 친한 것 같다. 혼자 하는 것보다 적어도 두 명이 이상 팀을 이뤄서 하고 싶었고, 넷이 해보자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주제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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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진 씨

-<영화, 배달왔습니다!>, 이건 우리가 처음 맡았던 것 중에 문화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층을 발굴하자는 데서 시작했다. 문화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까지 발급된다.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는 차차상위층은 문화 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한다.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층은 문화카드라도 받지만, 차차상위층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그 분들을 찾아보자고 했다. 한부모 이야기도 나왔고, 자료를 찾아보니까 차상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한부모가정은 한 사람만 버니까, 또 보호자가 한 명이기 때문에 아이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어렵다. 인천발전연구소에서 나온 인천 실태조사 자료를 보니까, 전국 16개 시도에서 한부모가정 수가 2위다.

-건강가정지원센터로 문화자원 조사를 갔는데, 팀장님이 의견을 내놓았다. “한부모가정이 모임을 할 때 아이들만 두고 올 수 없어 데리고 오는데 그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 영화상영을 해줄 수 있냐?” 다른 기관에서도 분명히 그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우리는 영화상영 말고, 조금 더 가족끼리 함께할 수 있는 영화놀이체험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자 해서 예술강사를 섭외했다. 각 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홍보했지만, 모든 기관이 다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분들도 할 일이 많으니까,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지 적극적이지 않은 데도 있었다. 저희 기획사업 예산이 한 사람당 100만원씩이니까, 그 400만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7회를 하기로 했다.

-10월 11일부터 10월 27일까지 7회 상영했고, 장소는 인천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 계양구 드림스타트, 인천여성민우회 부설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지상의 별처럼> <늑대아이>를 상영했다. 예술강사는 정지연, 임승화씨가 수고해주었다.

-어떤 영화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가족영화 두 편을 선정했다. <지상의 별처럼>은 감정의 표출에 관한 거구, 아이한테 포커스를 맞췄다. <늑대아이>는 부모한테 포커스를 맞췄다. 날마다 아이를 데리고 있어도 아이와 소통하는 게 어려운데, 한부모가정 입장에서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들다. 그런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서 소통하는 데 고충이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걸 보고 이해하면서 아이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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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경 씨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이라는 아빠가 있는데, 아빠가 죽고서 엄마가 아이 둘을 키우는 과정이 나온다. 실제적으로 엄마 일상은 어떤지, 혼자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민우회 같은 경우는 부자, 모자 가정을 따로 나눠서 했다. 다른 데는 다 함께 모여서 했는데, 부평구는 아빠가 젊은 부자가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영화 장면을 몇 백 장 이상을 벽에 붙이고 우리 엄마와 비슷한 걸 가져오라고 했다. 그때 어떤 아이가 아빠 없다고 싫다고 했다. 그래도 아빠라고 생각하고 아빠한테 어울리는 그림을 골라보자 그렇게 하긴 했다. 또 저녁시간이라 저녁대용으로 간식을 준비해야 했다. 예산 절반 이상은 간식비로 나갔다. 이 분들은 실질적으로 대상자이기도 하고, 우리 프로그램의 대상자이기도 하니까 잘해드리려고 애썼다.  

기획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사실 기획사업으로 힘든 것보다 배치된 기관에서 힘들었다. 재단 일을 하느라 바쁜가보다들 하지만, 나가는 거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시선도 아니었던 것 같다. 기획사업을 시작하면서 계속 말했고, 일이 되어가는 과정도 설명했다. 그런데도 기관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우리 일로 마냥 바쁘다고 말하는 것도 힘들고, 일이 있어서 도와드리기 힘들다고 말해도 찜찜했다. 배치기관에서는 뭐가 힘들지, 하는 경향이 있어서 기획사업으로 힘든 점보다는 문화전문인력으로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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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희 씨

-배치기관에서 각자 일이 있다. 어느 구에서는 행사가 많고 그걸 다 지원하니까 힘든 것 같다. 문화교육과 문화예술과 관련해서 행사나 축제가 참 많다. 무슨 일이든 하다보면 인력이 달리게 마련이다. 행사장을 정리한다든가, 하는 식의 일손을 돕게 된다. 인력으로서 일손을 덜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어디서는 거의 공무원처럼 일한다. 사무실 들어가는 지문입력은 공무원들만 하는데, 그것도 하는 데가 있었다. 믿어준다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만큼 일이 많았다. 배치기관에서도 우리를 소홀히 대할 수도 없고, 우리도 그 분들과 잘 지내야 하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영화, 배달왔습니다!> 기획사업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되돌아보면 많은 분한테 혜택을 드렸다고 하기에는 말에 모순이 있다. 그저 많은 분이 체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 기관에 전화를 했는데 회의적인 분들이 많았다. 꽉 찼다고 했다. 어디서는 우리도 영화 보여주니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일이 늘어나는 걸 알겠는데 좀 서운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왜 하는지도 들어보지 않는 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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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씨

-지속성이 있으면 그분들도 생각해보겠지만, 1회성이라 더욱 그랬을 것 같다. 공문 보내는 것도 힘들었다. 재단에 말하려고 해도 단계적으로 복잡해지니까 주춤하게 된다.

-문화복지 전문인력으로서 하는 일로서 매개자 일이 있다. 저희 기획사업 중에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찾아가는 예술인데, 영상위의 찾아가는 영화관 서비스를 우리가 가져와, 예술강사 부분이랑 합쳐서, 복지기관에 가는 거였다. 따지면 총 네 가지 사업을 매칭한 건데, 매칭 기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영상위 같은 경우는 사전논의를 많이 해서인지 다 이해했다. 하지만 실행기관들은 건강가정관리센터는 그래도 괜찮은데, 어디서는 너네들이 가져왔으니까 다하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함께한다는 의식이 좀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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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 놀이를 하기 위해 물감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그분들한테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이고 문화소외계층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기관의 평가에 신경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기획의도와 상관없는데도 기관 사람이 말하는 거에 자꾸 쏠리게 될 때도 있었다.

-우리가 도대체 어떤 위치인가. 정체성에 대해서 헷갈렸다. 전체 과 회의에 다 들어가면 내가 할 일은 전화 다 받고, 콜 처리를 해야 한다. 급한 일이면 연결시켜 드리고, 아니면 나중에 다시 하게끔 하고. 내가 정말 뭐지? 어디서도 우리한테 힘이나 어떤 보호막,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내가 왜 이걸 했을까, 이걸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려야 하나, 하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위치가 미약하다. 우리가 맡은 역할이나 역량은 정말 잘 한다. 문화복지 전문인력을 어디 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 자신도 헷갈린다.

-‘양성사업’이라 우리가 겪어야 하는 문제가 많다. 보완해야 할 점이다. 우리 역할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1인당 100만원씩 주고 기획사업해라, 성과 좋았네, 하는 것은 단기적인 거고, 그때만 좋은 거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역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양하게 진행하는 사업이 많아지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내년에도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시행된다면 지원할 건가?

-솔직히 고민이다. 하지만 기획사업을 하면서 문화복지전문인력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으면 일하고 싶다. 하지만 내년에는 또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일을 할수록 우리가 매개자로 살 수 있는 역할을 정확하게 심게 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정책이라는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잖은가. 1, 2월은 수입이 없으니까 당장 걱정이다.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있다. 기획사업 하면서 조금 더 고민한 부분이 하는 방향으로 많이 기울었다. 우리가 한 사업이 센터에서 긍정적으로 봐줬고, 하면서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생길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확실하게 결정짓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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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는 참가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물감놀이를 하고 있다.

-우리는 1, 2월에 일을 하지 않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3월에 시작되면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잘못되면 토해낼 수도 있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순간, 경력이 끊어진다고 한다. 한두 달 쉬고, 죽 이어가려면 안 받는 게 낫다. 구두로라도 약속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어쨌든 계약은 할 거면, 반복되면 안 되니까 그런 것 같다.

-공부만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좀 찾아보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일을 찾으면서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났지만, 이 일은 할 만하다 싶었다. 그래서 5월에 시작해서 7월까지는 상당히 힘들었다. 뭐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런데 일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거든요. 지역아동센터도 다니고, 구청에 가서 만날 수 있는 분들을 최대한 많이 만났다. 그러다보니 그분들과 연계가 되면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 분과는 뭘 했으면 좋겠고, 저 분하고는 이런 일을 하면 좋을 것 같고…. 정보가 약한 곳에는 정보나 인력풀을 알려드리고 도움을 주고 싶다. 일하면서 사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내년에도 할 수 있다면, 한 번 알기 시작한 이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

-그동안 다니면서 쌓은 노하우나 사람을 만난 경험은 많다. 그런 것이 한번에 사장되면 국가 정책상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민이 많다. 아직은 젊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도 생각해야 하고 내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생활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돈과 꿈을 영위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살 궁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하다 보면 보람은 물론 중요하다. 일을 할 때마다 연계해서 더 확장해 찾아가는 건 중요하다. 일단 내 목표는, 지속적으로 봤을 때 내가 소명을 갖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크다. 주위에서는 예술강사 자격증이 비전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이야기다. 언제,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일을 해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어찌보면 지금 하는 일이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문화재단 소속이지만 배치기관에서도 일하니까, 공무원들이 일하는 스타일도 알게 됐다. 나중에 뭘 하든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본다.

-지속성이 가장 문제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올해는 8개월, 내년에 시행하면 10개월로 나눠서 일을 진행한다는 게 상당히 불안하다. 차라리 2, 3년이라고 하면 계획성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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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서로 힘이 됐다는 네 사람.

 
<영화, 배달왔습니다!> 기획사업을 끝낸 소감은?

-일을 시작할 때는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참여자들도 좋다고 하고, 또 참여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기뻤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때는 닭살이 돋았다고나 하나, 참 좋았다. 특히 기획사업을 준비하면서 네 명이 각각 개성을 가지고,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기반으로 일해서 좋았다. 사람이 모이면 의견이 틀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팀워크가 좋았다. 사업이 늘어질 줄 알았는데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일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모여 기획사업에 대해 논의할 때는 주체적이어서 좋았다. 배치기간 안에서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우리끼리 만나면 서로 이해하는 것도 있지만 각자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역할을 맘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우리끼리 모이면 함께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실적보고서를 쓰면서 주요업무에 대해서 써야 했다. 넷이 나눠서 써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씩 쓸 수 없었다. 우리는 한 가지를 해도 넷이 같이 했다. 리플릿을 만들더라도 글자색, 글자체까지 네 명이서 의논했다. 누가 해야 한다고 해도 다 나눠서 톱니바퀴처럼 척척 잘 돌아갔다. 함께한다는 게 참 좋았다.

-“영화 보여줄 수 있으세요?” 이 한 마디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단초가 됐다. 일이 끝났을 때 추진력, 기획력을 배울 수 있었다. 든든한 동료를 만나 기쁘다. 늘 잘 할 수 있을까, 겁이 났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뿌듯하다. 처음에는 영화 쪽에서 베테랑, 공연 쪽에서 베테랑, 음악에 대해서도 베테랑인 동료들과 일하면 공부만 한 내가 너무 처지지 않을까 했는데 일이 잘 끝나서 좋다. 의견을 냈을 때 의견에 공감해주고, 아닐 때는 아니라고 이유를 찬찬히 얘기해줬다.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의견을 맞춰가고 조율하고 양보하고 주장하면서, 아귀가 맞아서 잘 진행됐다. 기획이라는 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누구 하나 상처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서로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일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조율하면서 일한 과정이 좋았다. 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왔다가 기분좋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다.

-우리 팀원은, 네모를 만들어야 하면 네모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네모를 만드는 데 다 필요한 조건들을 갖고 있었다. 이 사람은 이거, 이 사람은 이거…. 처음에는 그저 무난하게 가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하면서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실질적으로 이 기획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음악이 아니라 음악보다 더 포괄하는 문화예술에 관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와 닿았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밑그림이 그려졌어요. 내가 생각한 것과 가까이 다가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팀이 기획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한 마음으로 일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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