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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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변하고 있다.
  • 조화현
  • 승인 2013.11.0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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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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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만 해도 공연은 공연장에서만 했다. 특히, 클래식 공연은 그랬다.
무대가 있어야 하고, 조명과 음향을 갖추고 안정된 객석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아트홀이 아닌 강연장 형태의 홀, 공연장의 로비, 미술관, 전시실, 박물관, 도서관, 쇼핑센터의 한가운데, 심지어는 철도 역사나 시장 통에서도 공연은 진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관객도 변했다. 예전의 클래식 공연은 매니아(mania) 층의 점유물이었다. 일반인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여간해서는 클래식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고 일부계층의 문화라고 여겨진 게 사실이었다.
2005년, 필자가 기획하는 공연은 대부분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만들었다. 또한 관객에게 다가가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성공적인 사례는 2006년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으로 인천시립박물관의 석남홀에서 시작했다. 석남홀은 공연장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었다. 강연장이나 행사를 위한 장소라고 해야 옳을 법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공연을 기획하고 추진 할 무렵 인천의 공연장은 태부족이었고 더군다나 i-신포니에타와 같이 작은 공연단체가 설 수 있는 무대는 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석남홀’은 공연장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접근성마저 떨어지므로 절대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거라 확신에 찬 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 마음이 통하는 공연이라면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결국 처음부터 나의 예상은 빛나가지 않았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인천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만큼 박물관공연은 온가족이 찾는 문화의 장이 되었다.
로비음악회도 예외는 아니다. 자유로움 속에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이제 문화는 단순히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문화를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느냐의 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15 책의 수도 인천’을 선정했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도서관이 많이 생겨난다고 책의 수도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커다란 서점이 있거나 출판사가 많아지는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인천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도서관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작은 공연장을 하나씩 갖추고 있다. 인천의 미추홀 도서관, 수봉도서관, 영종도서관, 계양도서관, 연수어린이도서관 그 외, 짱뚱이도서관이나, 마중물도서관처럼 작은 도서관에서도 각각 도서관에 어울릴 만한 공연을 기획했었는데 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가을음악회를 매 해 요청하는 도서관, 낭독콘서트를 하는 도서관, 송년음악회를 원하는 도서관, 해설 있는 어린이 음악회를 기획해 달라는 도서관까지 어디나 관객이 모여 든다. 책을 보러 모이든 음악을 들으러 왔다가 도서관과 친해지든 또는 많은 인문학 강좌나 인문학 콘서트, 북 콘서트가 그 매개자가 되던. 모든 문화가 모이는 것도 책의 수도로 가는 작은 보탬일 수 도 있다. 그에 따른 문화콘텐츠개발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얼마 전부터는 ‘생생 문화재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의 음악회를 선광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서의 공연은 미술과 음악, 전시공간이 만나는 곳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며 어우러지는 음악에 관객들은 어느새 매료되어 단골 관객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자다가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행복이기도 하다.
지난 10월29일 동인천고등학교총동문회의 가을음악회가 아이신포니에타초청으로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웬 남자고등학교 총동문회를 음악회로 그것도 클래식 공연단체에게 의뢰했을까 의아해 하는 동문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공연장을 찾은 동문들은 끝까지 공연을 즐겼으며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동문송년음악회도 갖기를 희망했다고 전해왔다. 대부분 동창회나 동문회는 호텔뷔페에서 식순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일 터인데 이제는 동문회의 풍속도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온가족이 모두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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