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생자치를 이야기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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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생자치를 이야기 할 때다.
  • 이수석
  • 승인 2013.11.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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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인천교육미래찾기(32)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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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생자치를 이야기 할 때다.
이수석(석남중, 인천교육연구소)
 
 
나는, 희망의 학교를 꿈꾸는 몽상가?
지난 금요일(10/25) 본교 중3 장○○ 학생과 김○○ 학생이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김○○ 선생님의 제지로 내리게 되자 ‘미친년’ 이란 욕을 하였다. 그 순간 욕을 들었지만 김○○ 선생님은 짐도 잔뜩 있고 참으려고 노력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짐을 내려놓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왔을 때, 엘리베이터엔 그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김○○ 선생님은 아이들을 내리게 했다. 3학년 교실은 5층에 있었고, 학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다.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벌점 5점을 받는다.
 
김○○ 선생님은 이 소릴 듣고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3학년 생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장○○ 학생과 김○○ 학생을 불러 자초지종을 확인하였다. 겁이 났고 미안했기도 했던 이들 학생은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발뺌을 하였다. 나는 학생들에게 “너희 엄마나 언니가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욕을 먹으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그들에게 김○○ 선생님의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사과하라고 했다. 나 또한 김○○ 선생님을 위로하고 사과하려고(내가 담임이었다.)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김○○ 선생님은 출장을 가야했다. 수업 말고도 교사가 할 일은 너무도 많다. 교사는 정말 너무 바쁘다.
 
그리고 오늘(10/28), 장○○ 학생과 김○○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경위서와 반성문을 써왔다. 나는 그들에게 김○○ 선생님에게 사과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김○○선 생님에게 사과하러 간 장○○ 학생과 김○○ 학생은 나에게 찾아와 울먹이며 말했다.
 
“저희가 들어가자 몇몇 선생님들이 또 너희냐? 사과하러 온 아이가 화장도 하고 치마도 규정에 어긋나게 하고, 머리는 또 왜 그 모양이냐?”등의 이야기를 하며 야단을 치더란다.
 
조금 있다가 김 ○○선생님이 올라오셨다.
“아이들이 사과할 마음이 없는 거 같아요. 징계가 무서워 마지못해 사과하는 거 같았어요. 정말 사과하려는 마음이 있었으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애들은 그렇지 못했어요. ……사실 한 달 동안 화장하지 말고 제게 와서 아침인사하고 가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말이 한 달이지, 한 일주일 하다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풀려고 했죠. ……그런데, 이 아이들이 교무실을 나가면서 또 다시 ‘시발’이라고 하는 거예요.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 모두 들었어요. …제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한참을 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와 김 ○○ 선생님은 아이들을 처벌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밌고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게 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에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그 방법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하다,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욕을 하지 않는 운동을 벌이게 하자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제 학생자치를 이야기하자!
학생자치의 출발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장○○ 학생과 김○○ 학생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벌을 서는 게 아니라, 학생자치 운동의 출발점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장○○ 학생과 김○○ 학생을 필두로, 학생자치의 뜻을 같이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피켓을 만들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복도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정운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피켓은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설득력 있게 만들기로 하였다. 그것은 인성복지과의 후원과 지원을 받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와 김○○ 선생님과 브레인스토밍으로 문구를 만들었다.
‘욕하지 맙시다, 듣는 사람 기분 나쁘다, 1초라도 생각하고 말하자, 네 엄마가 욕먹으면 좋냐?, 후배에게 욕먹으면 좋냐?, 우리는 젊다 젊음에 쪽 팔리지 말자!, 엘리베이터는 양보, 젊음에 당당하자!’
 
이것은 나와 김○○ 선생님의 생각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에게 맡기고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공을 아이들에게 넘겼다. 이 공을 아이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난 믿는다. 아이들이 참으로 드리블을 잘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중학생들은 더 이상 가르치고 훈계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다. 그 기준이 자기중심적이고 어려운 것은 회피하며 다른 사람을 핑계 삼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하면, 회피하지 않는다. 우리 어릴 때와 뭐가 다른가? 어찌하여 학교가 붕괴되었다고 하는가? 우리 학교 다닐 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이 교사의 자질부족이었다. 많은 교사가 경쟁에서 패배자였고, 갈 데가 없어 왔던 교사들도 있었다. 심지어 마지 못해 교사일을 하던 분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교사들로부터 용기를 받았고 영감을 받았다. 지금 현재의 교사들은 너무 똑똑하고 철두철미하다. 조금 느슨해지고 게으름피자. 아이들의 눈높이가 되자.
 
넘어지고 깨어져도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우리는 교사다. 그리고 그 누구의 아버지고 어머니이고 하다. 우리에게도 저들과 같은 학창시절이 있었다. 그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내가 교사라는 게 쪽팔려’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모르겠어’ 등등의 말을 하며, 우린 좌절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 때에도 학생들 가운데 문제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아이들보다 오히려 더 거칠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교사에게 덤비는 아이가 있었고, 욕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때는 도덕이나 윤리라는 뼈다귀가 센 것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지금처럼 마음껏 활보하지 못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엉덩이를 맞았었고, 엉덩이 가죽이 찢어져 흰색 쌍방울 팬티가 살과 엉겨 붙기도 했었다. 앉지 못하고 서서 아침밥을 먹을 때, 아버지는 왜 그러냐고 화를 내셨다. 내 엉덩이를 본 아버지는 오히려 나를 다시 때렸다. 그랬었다.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을 그렇게 때린다면, 맞을 아이가 어디 있을 것이며, 설사 맞았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부모가 있겠는가? 또한 겁 없이 때릴 수 있는 교사가 있을 수 있는가?
 
사회는 변했다. 그리고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학생-학부모도 변했다. 변하는 것을 거부하고, 변화에 둔감한 것은 교사집단이고 교육 관료들이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추억을 생각하며 자신들의 학창시절 그대로의 모습이, 그곳 그 학교에, 그 교실현장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린 시절의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요즘의 학교 교육현실과 교사, 그리고 학생들을 탓한다.
 
학생은 더 이상 훈계의 대상이 아니다.
이젠 학생을 있는 그대로 볼 때다. 우리도 이들과 같은 중학교 시절이 있었잖은가?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고 사회도 많이 변했다. 내가 어렸을 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책과 교사였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너무나도 많은 곳에 다양한 매체로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사의 학문적 권위를 찾는 다는 것은 난센스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색하고 찾아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새로운 수업모델이다. 물론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하고 엑티브한 수업방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수업을 관통하는 철학이 없다. 그렇다고 석남중학교에서 추구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정답은 아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모범답안일 뿐이다. 이 모범답안을 기초로 해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이루어지는,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진화된 혁신학교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석남중학교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 미래 교육의 길을 찾는다. 많은 선생님들이 배움의 공동체 철학에 공감한다. 또 많은 선생님들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지식에 대한 검증의 기능이 약하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우려와 반대를 하기도 한다. 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 철학을 지지한다. 학생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계도하기 위한 훈육의 대상만이 아니다. 학생은 배우면서 깨우치고, 다시 교사를 가르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학생 주도의 학습과 학생회 주도의 학생생활지도를 꿈꾼다. 나의 이 꿈이 이루어졌던 것은 과거 동산고등학교에서 체험했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자기와 공동체를 위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한다.
 
지난 10월 22일 화요일, 석남중학교는 배움의 공동체 공개 수업을 진행하였다. 도덕과 교사인 이○○선생님의 공개수업을 통해서 많은 교사들이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가능성을 보았다. 적당히 어려운 과제와 협력할 수 있는 수업 모델을 디자인 해 주면, 아이들은 집중하여 수업을 하였고, 경청과 말하기를 하였다. 그리고 과제를 수행하였다. 특히 14글자의 자음으로 이루는 14행시 짓기와 십자가(+)가 상징하는 의미를 통해서 아이들은 교사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이런 석남중학교의 학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통제받지 않았고, 자유롭게 방황하는 영혼들을 보았다. 학생들에게 재밌고 의미 있으며 성취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업디자인, 교과간 융합할 수 있는 수업,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수업,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발표하고 진행할 수 있는 수업 등등을 진행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수업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이제 학생자치를 이루기 위한 출발을 해야한다.
아직도 나에게는 ‘수업에서 항상 배움이 일어나야 된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내 수업이 어딘지 모르게 항상 부족하고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김○○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그건 내가 너무 조급하게 결과를 바란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교사는 외로이 떠 있는 각자의 섬이라고 착각 했었다는 것이다. 나와 이 땅의 많은 교사들은, 아니 모든 교사들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서로가 협력하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동료 교사들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라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협력의 대상이었고, 학생들은 그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공명을 얻어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이었다. 교사의 욕심을 버리자. 교사도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학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리고 옆의 교사에게 손을 내밀자. 우리 모두는 빙그레 웃으며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동료다.
 
축제 때, 석남중 혁신부장인 김찬 선생님의 노래와 선생님이 만든 UCC를 보았다. 석남중의 학생들이 UCC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면, 신명난 학생들은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여 보다 창의적이며 역동적인 새로운 UCC를 만들 것이라고.
 
교사는 아이들이 잠들지 않도록 끊임없는 자극만 주면 된다. 그들이 각성하도록 소스만 주면 된다. 그리고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 교사가 지는 것이다. 어른이 지는 것이다. 기다리자. 나머지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끼를 발휘해서 재밌고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 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그리고 내신을 내어 이 학교로 오는 교사와 떠나는 교사가 있다. 매번 이렇게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교육을 해야 하는가? 배움의 공동체나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을 끊임없이 하여야 하는가? 시간 낭비다. 정력낭비다. 시스템화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어느 누가 오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석남중학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해야 한다. 그것은 학생자치, 교사 자치를 통해서 이루어 내면 된다.
 
그것을 이제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자. 그리고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고민하자. 그리고 기다려주자. 그들이 새롭게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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