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학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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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학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글
  • 김기용
  • 승인 2013.12.05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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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인천교육미래찾기(35)
  •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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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학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글
-천길 배움의 학교를 꿈꾸며-
 
김기용(인천교육연구소기획실장, 석남초교)
 

천길 배움의 학교. 이 말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자주 사용하던 말입니다. 말 그대로 국, 영, 수, 등의 주지교과에 매몰되지 않는 다양성의 교육을 일컫는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서는 이 말이 음-미-체 교육, 또는 문-예-체 교육 등의 이름으로 회자(膾炙)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가치들이 우리 교육에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되었지요. 다양성, 창의성, 개별적 나름의 특성…. 이런 가치들 말입니다.
 

이 말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자주 사용하던 말입니다. 말 그대로 국, 영, 수, 등의 주지교과에 매몰되지 않는 다양성의 교육을 일컫는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서는 이 말이 음-미-체 교육, 또는 문-예-체 교육 등의 이름으로 회자(膾炙)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가치들이 우리 교육에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되었지요. 다양성, 창의성, 개별적 나름의 특성…. 이런 가치들 말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교육에서 획일화라는 이 금형틀은 너무 강고하여 유연성이 스며들어갈 틈을 찾기가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각종 부정적 통계들이 잘 대변해주고 있지요. 한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스트레스의 원인 중 72.6%가 공부와 관련된 것이고, 청소년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인 데, 그 원인의 53.4%가 역시 성적과 진학에서 비롯됩니다. 내 가까운 주위에서 그런 불행한 일이 목격되지 않으니 대다수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생들은 공부가 즐겁지 않고 재미도 별로인 모양입니다. 공부가 즐겁지 않은 데 학교생활이나 학원생활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사실 학력을 높이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공부가 재미있고 즐거우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면 몰입이 자연스럽게 되고, 몰입과 집중력이 길러지면 학업은 저절로 쌓아지는 것이니까요.
 

PISA(국제학력비교평가)라는 시험이 있습니다. 2000년부터 OECD국가들의 만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문제해결력의 4과목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핀란드가 10년 3연속 종합 1위였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수학, 과학 과목 등에서 1, 2위의 상위권을 차지했지요. 그러나 “얼마나 좋아서 공부하는가?”에 대한 응답에서 핀란드는 이 또한 1위였지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맨 꼴찌였습니다. 이 결과는 억지로 공부했다는 반증(反證)입니다. 즐겁지 않지만 주변에서 하라고 하고 싫어도 해야 하니, 억지를 부려 우격다짐으로 한거지요. 이런 공부는 노역(勞役)하듯 해치우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법입니다.
 

2000년에 첫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지금은 28살인데, 당시의 그 우수한 학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세계대학순위를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영국의 교육잡지언론사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12-2013 세계대학평가’ 발표 내용에 따르면 상위 50개 대학의 명단에 대한민국은 포항공대가 50위로 유일하게 기록되고 있을 뿐입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가까운 중국과 일본도 우리 보다 한 발 앞서 있지요.
 

우수한 학력의 이러한 단절 원인을 ‘맘마주도학습’에서 찾는 흥미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폐해는 공부를 흥미롭게 생각하게 하는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과도한 ‘밀어붙이기식교육’의 성행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지요. 이 주장에 따르면 부모님 세대와 지금 아이들은 많이 다르고 앞으로도 점점 더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전에야 부모님이 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살아 봤는데 괜찮은 것 같으니, 믿고 그대로 해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런 방식의 논리에 공감할 수 없는 세대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부모세대와 질적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수십 년 전 교육 마인드를 그대로 적용하려 하니 문제가 생깁니다. 그동안 세상은 놀랍게 바뀌었고 갈수록 속도감 있게 전개 될 텐데, 학교와 가정의 교육에 대한 안목은 제자리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천길 배움의 학교’나 ‘문예체’, ‘음미체’ 교육 같이 인성과 개성을 배려하는 방식은 교육의 새로운 지평(地坪)이 될 수 있습니다. 비폭력저항운동의 선구자 간디 (M. K. Gandhi, 1869~1948)는 망국(亡國)의 사회악(Seven social sins)으로 7가지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1.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2.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3.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4.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5. 도덕성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6.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7.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
 

아시겠지만 이 7가지의 저변에는 양심, 인격, 희생, 도덕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의적 가치들의 중요성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은 문학, 예술, 체육 등 마음과 몸에 호소하는 교육을 통하여 충족될 수 있습니다.
 

한 방송국의 광고 문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 문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교육의 시작입니다.
-KBS TV 교육공익광고 카피라이트-
 
 

여러분, 우리는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아직도 이 나라에는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기약 없는 ‘천길 배움의 학교’를 꿈꾸며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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