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태양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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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태양도 밝다
  • 박병상
  • 승인 2013.12.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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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창]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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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난방비 걱정해야 하는 12월이다. 두툼한 옷으로 밖으로 나갔다 집에 들어와 다시 가볍게 갈아입지만 간밤에 얼어붙은 얼음이 오전까지 남는 12월은 분명 겨울이다. 어릴 적 1960년대, 12월에 들어서면 집안에도 추웠다. 황소바람이 부는 안방의 아랫목은 솜이불이 자리를 잡았고, 그 이불에 발을 쑥 들이밀면 아버지를 위해 남겨둔 밥주발이 엎어지곤 했다. 그 시절, 밖에 입고 나간 두툼한 옷을 집에 들어와도 벗지 못했다.
도시 열섬화를 부추기는 아스팔트가 좁고 온실가스 내뿜는 공장과 대형건물이 거의 없어서 그랬을까. 가을걷이 마친 논에 물을 부으면 그대로 400미터 트랙이 포함된 빙판이 펼쳐졌고,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곳에서 한겨울을 보냈다. 그래도 춥지 않았던 건, “간장독과 아이들은 밖에 내놓아도 얼지 않는다!”는 속담과 거의 무관했다. 물론 당시 아이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집안에 박혀 있지 않았다. 학원도 없었고, 있다 해도 다닐 겨를이 없었지만 그때 겨울, 바람이 거세지 않으면 바깥이 더 따사로웠기 때문이다.
겨울 들판을 바라보는 이웃집의 담장은 햇살을 가득 담았고, 그 담장 앞은 잘 씻지 않아 튼 손으로 구슬치고 자치기하던 아이들의 오랜 놀이터였다. 한 세대 전에 도시 변두리마다 누렸던 따사로운 햇살을 요즘 도시는 물론 시골에도 느끼기 어렵다. 집안과 건물, 자동차 안이 몹시 더운 요즘엔 밖에 나가면 감기를 달고 들어오지만, 겨울철에 밖에 나오는 아이들은 드물다. 햇살도 그리 따뜻하지 않다. 빌딩 높이만큼 그늘이 깊은 도시에서 햇살이라는 단어는 그만 잊히고 말았다.
도시의 더위는 냉방기 실외기의 뜨끈한 바람이 나오는 뒷골목과 복사열로 지끈거리는 아스팔트 주차장에서 극성이지만, 그런 곳은 겨울에 유난히 춥다. 녹지를 늘려 복사열을 줄이면 도시가 그만큼 시원해지고, 시원해지면 냉방기 가동도 줄일 수 있다. 차선 수와 도로 폭을 줄여 자전거에 양보하면 배기가스도 줄고 지구온난화 효과가 줄어든다. 지끈거리는 열기 대신 따사로움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데, 도시의 태양광 패널은 이 시대의 훌륭한 녹지를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넘치는 우리 도시에 녹지도 태양광 패널도 부족하다.
태양광 패널은 겨울에도 여름 못지않은 전기를 생산한다. 냉난방을 위한 전력을 대신할 수 있는 만큼 온실가스를 줄인다. 화력발전소가 지역 소비량의 3배 가까이 전기를 생산하는 인천에 수출입화물을 실은 대형트럭이 질주하고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초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다른 도시와 다르지 않는 태양빛이 쏟아진다. 갯벌을 매립한 인천이더라도 태양광에 편차는 없다.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유난히 많던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공단, 초대형 공항이 들어섰어도 그렇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공단, 주안역 뒤에 공단, 서구의 목재공단, 주물공단에도 햇살이 쏟아진다. 항구의 지붕 넓은 창고에도, 인천공항의 넓디넓은 지붕에도, 2014년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새로 지은 체육관들의 지붕에도 햇살을 쏟아진다. 지하철역 주변 공영주차장의 아스팔트 바닥에도, 대형 교회와 사찰의 지붕에도, 학교와 관공서의 지붕도 마찬가지인데, 태양광 패널은 없거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있더라도 생색만 냈다. 쏟아지는 태양광이 아깝기 그지없다.
최근 전문가에 의뢰한 환경단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려면 국토의 5퍼센트만 태양광 패널로 덮으면 된다고 계산했다. 그만큼 효율이 높아졌고 더욱 개설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우리나라의 도시 면적은 국토의 16퍼센트에 달한다. 태양광은 밤에 전기를 만들지 못하므로 밤에 사용할 전기는 다른 전원을 활용해야겠지만 전기 냉난방을 자제하면 밤에 사용하는 전력량은 어느 나라나 그리 많지 않다. 밤에 사용하는 전기는 오염물질을 철저히 저감하는 청정 화력으로 유지하더라도 햇볕이 내리쪼이는 낮 시간의 전력양은 태양광으로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도시의 넓은 지붕, 농촌 창고의 지붕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효율을 높여도 화석연료는 40퍼센트만 전기로 바뀌는데, 그 전기로 난방을 하는 건 지나친 낭비다. 전기의 20퍼센트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우리는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 겨울은 추워야 정상이다. 과도한 에어컨으로 여름이 겨울 같고, 화석연료 펑펑 태우는 보일러로 겨울이 여름 같아지자 우리는 감기를 달고 다닌다. 겨울철 춥게 지내고 여름을 덥게 지내면 4계절이 분명한 고장에 적응된 시민의 건강도 의미 있게 회복될 수 있다. 갯벌을 곁에 둔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강화군은 인삼으로 유명했지만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독일의 농촌은 유리온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데, 강화의 인삼밭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전기를 지역에 공급하면 어떨까. 인삼의 명성을 되찾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농촌마을은 태양광 패널로 전기 자급을 도모한다. 앞선 나라의 경험을 참고해보면, 지역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급하면 주민들의 정성어린 관리로 사용 효율이 높아진다. 섬 지방이 많은 인천이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흥도에 이미 막대한 석탄화력발전소가 규모를 무턱대고 늘리는 인천은 아직까지 태양광 패널 불모지대다. 녹지도 부족해 여름에 무척 덥고 겨울에 무척 춥다. 영흥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인천시의 배출허용총량을 거의 독차지해 다른 산업을 마비시킬 지경이다. 계사년 뱀이 꼬리를 남기고 떠나려 한다. 2014년 갑오년 말이 뛰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자랑하는 도시다운 에너지 정책은 인천에서 이제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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