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으로 하여금 갈등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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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 하여금 갈등하게 하라
  • 이수석
  • 승인 2014.02.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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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인천교육미래찾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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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 하여금 갈등하게 하라

 

이수석(인천교육연구소)

 

다르게 생각하기를 권하고 소통하자. 소통의 출발과 끝은 내려놓기이다.

 

아래의 상황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황극으로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제시한 밑글이다. 이 글을 갖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끼를 발휘해서 역할극을 만들었다.

 

상황 1 학생과 교사

학생 : 지각하는 사람에게는 벌금을 매겨요. 그리고 그 돈이 모아지면 학급회식하고요.

교사 : 왜 그래야 하는데? 벌금을 낸다고 지각하는 게 없어질까? 그건 누가 정한거야?

학생 : 일반적으로 그러잖아요. 그리고 텔레비전 드라마나 기타 등등에서도 그러잖아요.

교사 : 텔레비전이나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행동하면 따라야 할까?

학생 : 헐, …….

 

상황 2 학생과 학생, 그리고 교사

학생1 : 3반은 핸드폰을 안 걷던데, 우리 반은 왜 걷냐?

학생2 : 맞아, 이건 불공평해.

학생3 : 우리, 담임교사에게 항의하자.

교사 : 원칙은 다 걷기로 했다. 3반 선생님이 처음이라 아직 몰라서 그런 거야.

학생들 : …….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선생님이 그 예외가 되시면 안돼요? 예외가 인정되는 사회가 발전한다면서요?

교사 : …….

 

상황 3 교사와 교사

교사1 : 정문 지도를 왜 하는 거죠?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거 같아서요.

교사2 : 정문 지도만이라도 해야지, 생활지도가 되잖아요?

교사1 : 지도를 안 하면 되잖아요. 두발자율화와 용의복장 등은 학생들에게 맡기면 되잖아요. 왜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끼리 이 문제로 서로 간에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거죠? 교사2 : 지도를 해도 이 정도인데, 자율화요? ……전, 이 일을 안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하세요.

 

상황 4 교사와 관리자

관리자 : 원칙이 그러하니, 이 대로 하는 겁니다. 이의 있는 사람은 말씀하세요.

교사들 : …….

교사1 : 여기서 이의제기하면 찍히는 거 아닌가요?

교사2 : 이야기하면 뭐해, 빨리 끝내고 가자!

교사3 : 또 김 선생이야? …….

 

상황5 학교에서의 권력관계

교사1 :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재영이 좀 뺄 수 있을까요?

교사2 : 수업시간 중인데요?

교사1 : ……학생 본인이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교사2 : 그래도 수업시간은 지켜야 하는데…….

 

상황6 학생과 교사, 그리고 교장간의 권력관계

학생1 : 선생님! 소풍갈 때 아이들 교복입고 오는 거죠?

교사1 : 꼭, 저런 애가 있어요. 선생님이 그럼 ‘예’라고 하지, ‘아니 사복입고 와도 되’라고 대답하겠냐? 너희들 머리로 생각해라.

교사2 : 그거 부장선생님과 이야기해야 하지 않아요? 복장 통일해야지요.

교장 : 남북한 통일이 우선이지요. 담임과 그 반의 재량에 맡기겠어요. 아이들에게도 긴장과 이완, 다양성이 있음을 느끼게 해야지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다

우리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카레라이스의 맛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첫 소풍 때 엄마가 싸준 김밥 도시락의 맛을 잊지 못한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준 꽁치 조림을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엄마의 맛, 바로 ‘고향의 맛’ 때문이다. 고향의 맛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맛본 것이기 때문에 잊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렸을 때 개에게 호되게 물리거나 혼이 나서, 어른이 된 지금도 강아지만 보면 쩔쩔 매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어렸을 때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호되게 혼이 난 사람은 커서도 생선을 잘 안 먹는 경향이 있다.

동물들이 태어나서 극히 빠른 시기에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로 각인된 기억을 임프린팅(imprinting)이라 한다. 금방 부화된 병아리는 어미 닭만 따라다니며 그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 행동은 어미 닭에 대해서만 아니라 종류가 다른 새나 어미 닭의 모형에 대해서도 똑같은 행동을 나타낸다. 조류는 알에서 부화돼서 처음으로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한다고 한다. 부화한 오리가 진공청소기를 따라 다닌다는 실험은 널이 알려져 있다.

조류보다도 더 진화한 인간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파악하며 해석한다. 그리고 행동한다. 이는 조류가 임프린팅(imprinting)한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며, 그 사람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준점이 된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다.’고 하는 것이다.

 

학생을 갈등하게 하라. 그리고 느끼게 하라!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은 갈등론과 기능론의 두 가지관점이 있다.

사회현상을 갈등론의 입장으로 보는 것은 변동, 갈등, 마찰, 혼란 등의 부정적 측면이 강하고, 기능론은 안정, 유지, 화합, 조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금까지는 기능론의 입장이 설득력이 강하고 사회전반에 퍼져있었다.

 

노조파업은 회사와의 갈등, 충돌 등이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갈등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을 통해서 더욱 발전된 의견을 수립할 수도 있고, 회사 내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회사와 노조, 서로 간에 살펴볼 수 있으며, 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노사 간의 갈등은 오히려 회사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능론을 고수하는 입장에서는 노조와 회사 사이의 화합을 깨고 분열시킨다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노조파업을 기능론으로 해석하면, 회사의 통합과 안정과 화합을 깨뜨리고 분열을 추구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하지만 안정만을 중시하고 변화의 폭이 좁고 느리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있고, 인간 사회의 변화를 못 따라 갈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발전적인 대화를 진행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갖고 있다. 기능론의 입장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단점도 갖고 있다. 때문에 발전이 없고 계속 그대로 유지만 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는 기능론의 입장으로 사회현상을 해석하기가 쉬웠고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와 지식기반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기능론의 입장으로는 사회현상을 해석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학교 현장과 공무원 사회, 아니 대부분의 관료조직은 기능론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행되어 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변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다.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는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순종과 복종이 곧 교육이라는 믿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그리고 튀는 아이에게는 매를 들었고, 정(釘)을 때렸다. 심지어 튀는 교사들도 매 맞고 정 맞았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오히려 왕따를 시켰다. 그 흐름은 지금도 대한민국 교육현장 곳곳에 흐르고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강요하는 게 지금의 한국 교육현장이다.

 

교육은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세대와 세대 간의 차이가 너무나 현격하다.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신세대가 기성세대를 이해하기에는 변화의 시기가 너무 짧다. 변화의 폭이 너무나 크고도 빠르다. 때문에 세대 간의 갈등,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 심지어 교사와 교사간의 갈등도 크다. 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과 방안은 무엇일까?

 

방법은 내려놓기이다. 다름을 인정해주는 관용과 소통의 낮은 자세의 마음이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내려놓기이다. 방안은 학생과 교사 모두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그 말하는 것을 듣고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을 갈등하게 하라! 그리고 학생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연구하게 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발표하게 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공부하고 협동하며 소통하게 하라는 것이다.

옛 성현들의 말을 빌려 현대에 맞게 나는 말한다.

“학교에서 많이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라. 올바르게 알 수 있도록 듣고 말하도록 하라. 그리고 아는 것을 정의롭게 행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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