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집창촌 ‘옐로하우스’ 철거?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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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집창촌 ‘옐로하우스’ 철거? “몰라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2.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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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무기한 연기, 간판 없이 영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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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동 360번지 일대 집창촌 ‘옐로하우스’ 재개발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2006년 도시환경정비사업 대상지로 지정되고, 2010년 재개발 사업 인가를 받았으나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29층 높이의 아파트와 오피스텔·공원·상가·공장 등이 완공돼야 하지만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몇 년째 사업을 연기하고 있다.


남구청 도시정비과 주거환경개선팀 박제성 실무관은 “철거가 언제 진행될지 모른다. 일부 철거된 곳도 없다”며, “재개발 사업 인가 뒤, 감정 평가 과정에서 중단된 상태다. 집결지 여성에 대한 보상 문제도 전혀 언급된 것이 없다”고 했다.


박 실무관은 또 “현대가 손을 뗀 것은 아니지만 언제 공사 하겠다고 밝힌 바도 없다. 기한 없이 지연된 상태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전개하겠다고 무작정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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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로하우스’ 주변과 숭의로터리는 수인선이 통과하는 원도심 역세권이다. 
상가 건물을 매입해 역사를 짓고 있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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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을 뗀 건물들 ⓒ 이재은



‘옐로하우스’ 주변은 남구가 청소년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하철이 들어오면 하교가 늦은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거리를 지날 수밖에 없다. 업주들은 먼저 간판을 뗐다. 각 집마다 선팅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직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은 탓에 청소년들이 다니지는 않는다.


업주조합 회장을 지냈고 현재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영진 씨는 “상황이 변경된 건 아니다. 다만 지연되고 있다”며 “여긴 틀림없이 사라진다. 전철이 극적으로 뒤통수를 쳤다. 시나 구, 주민들은 불법업소가 없어지는 걸 반길 테고, 건물주들은 재개발을 통해 또 다른 이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문제는 여성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복지, 경찰 공권력, 재개발 조합, 업주 조합, 네 군데가 뭉쳐서 여성들의 앞날을 상의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누구하나 호응하지 않았다. 지금이 탈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찬스인데 시는 예산이 없다고 하고 구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며 “무작정 밀어붙이면 사고가 난다. 아가씨들이 떠나지 않으려고 해서 철거반, 공권력이 동원되면 불상사는 불 보듯 뻔하다.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이제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옐로하우스’는 한때 한집에 10~20명의 여성이 일할 정도로 번성했다. 33곳의 영업장 중 현재 영업하는 곳은 21군데. 대략 70여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집결지 여성에 대한 관리보호나 상담을 하는 기관은 있을까.


남구청 가정정책과 여성정책팀 김미숙 실무관은 “구청에서 집결지 여성을 직접적으로 상담하지는 않는다”며 “사업수행기관에 대한 운영지원 및 관리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여성단체 담당자는 “한 달에 2번 정기적으로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며 “알선자들과 인사하고 상담 정보지나 물품을 제공한다”고 했다. 단체에서는 상담 외에 쉼터 및 자활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지만 자활사업이 ‘옐로하우스’ 여성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성매매 영업 여성 및 탈 성매매, 탈 업소 전체가 대상이 된다.


‘옐로하우스’는 점점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간판을 떼버리자 아직도 영업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손님의 발길이 줄고 일하는 여성들도 미래를 불안해한다. 언제 재개발이 될지 몰라 건물주는 빌딩을 수리해 임대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숭의로터리 부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옐로하우스는 없어지는 게 맞다”면서도 여성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정부가 직업교육을 시키든지 이주 대책을 세워줘야겠죠.” 색 바랜 ‘노란 집’을 둘러싼 마찰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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